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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위기의 건설업] 민간부문 침체와 여파
[긴급진단 위기의 건설업] 민간부문 침체와 여파
  • 김현기
  • 승인 2000.06.28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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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봉에서 전주 아중지구를 내려다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아파트와 여관건물을 빼놓고는 조립식 건물 투성이에요.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콘크리트 건물이 쭉쭉 올라가는데 공터가 수두룩하고 그나마 조립식 건물입니다. 시내에서 운행되는 레미콘 차량을 어디 쉽게 볼 수 있습니까”.

건축자재업에 종사하는 전주시 인후동 김모씨(37)씨는 98년부터 급속도로 위축되기 시작한 민간 부문 건설경기가 좀체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시내 풍경을 사례로 들었다.

민간부문은 공공부문과 함께 건설경기를 이끄는 양대축을 이룬다. 외환위기 이후 공공공사 발주량이 극도로 위축된 현실에서 민간부문 건설수요는 업계의 일감난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고 건설연관산업을 견인하는데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민간부문은 건설수주 시장의 50% 가까이를 차지해오다 98년부터 점유비중이 급격히 줄었다. 지방, 특히 전북지역은 더욱 심하다. 민간부문이 살아나면 토목 등 또다른 건설수요가 창출되고 전기나 소방공사업, 설비건설업 등 건축공사에 연계된 업종을 부양시키는 효과가 크다” 고 말한다.

그러나 지역 건설시장의 현실은 전혀 다르다. 민간부문 건설물량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주택건설 사업.

전북지역에서는 해마다 2만5천여세대의 공동주택이 꾸준히 건설 공급돼 왔다. 주택사업협회 전북지회 집계결과 94년 도내 주택건설실적은 2만5천세대, 95년에는 2만7천세대에 달했다. 96년과 97년에도 각각 2만1천세대, 2만6천세대가 건설됐다.

이같은 건설현황은 IMF와 함께 곤두박칠 쳤다. 공공부문과 달리 경제난의 여파가 곧바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 98년 도내 주택건설실적은 평년의 30% 수준인 7천8백세대로 하락했으며 지난해에도 8천3백세대에 그쳤다.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이뤄진 주택건설실적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이기간 사업승인된 도내 업체의 물량은 모두 16건, 3천1백59세대. 그나마 분양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에 따라 50세대 이상 규모가 전체 승인건수의 37%를 차지하고 있다.

공동주택을 제외한 주거용, 상업용 건물의 건축경기도 냉랭한 것은 마찬가지. 건축경기의 선행지표인 건축허가 면적이 올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으나 97년에 비해서는 여전히 차이가 벌어져 있다. 전북도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5월말까지 이뤄진 도내 건축허가 면적은 1백43만㎡로 97년 같은기간 1백72만㎡에 비해 16.9% 감소했다.

전북건축사협회 태완섭과장은 “IMF 이전까지 민간건축은 풍부한 가수요를 바탕으로 성장해 왔다. 과거에는 땅만 있으면 건물을 지었다. 건물을 짓고 나면 전세금을 받아 공사대금으로 지급했다. 이런 건축관행이 깨졌다. 민간부문 건축이 실수요 위주로 완전히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년전에 택지개발이 완료된 서신 및 서곡지구의 단지성숙이 더디게 진행되는 것도 이같은 건축관행이 사라지고 경기침체가 계속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관급공사 일감부족과 함께 수년째 계속되는 민간부문의 침체는 지역경제 전반으로 그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고급 기술인력에서부터 일용직 현장 근로자까지, 건설연관산업에서 부터 서비스업종까지 건설불황이 가져오는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지역 감리업체의 경우 아파트 건설물량이 축소되면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신규사업이 없다보니 감리 수주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현장에 파견된 기술인력들은 공사가 완료되면 복귀할 곳이 없다. 일이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는 불안정한 고용형태가 오래전부터 시작됐고 업체마다 60% 이상씩 인원을 감축했다.

민간부문 공사현장에 주로 투입되는 레미콘 수요도 바닥을 드러냈다. 기협중앙회 전북지회가 지난달 도내 6백59개 중소제조업체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레미콘 업체의 조업상황은 49개 모든 업체가 조업을 단축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기협중앙회는 가동률이 80% 미만인 업체를 조업단축의 기준으로 삼고 있지만 레미콘 업계의 실질적인 가동률은 30%대에 불과하다.

건축사 업계 역시 설계물량 감소로 인해 덤핑수주가 만연하고 IMF이후 해마다 15명 이상씩 업계를 떠날 정도로 휴폐업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건축의 부대공종인 설비 전기 소방공종도 민간부문의 극심한 침체와 함께 동반 신음하고 있다.

이들 사례들은 민간부문의 건설경기가 지역경제 활성화 여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되고 있음을 새삼 보여주는 대목이다. 설상가상 난개발방지를 위한 정부의 준농림지 폐지방침으로 민간부문의 위축이 더욱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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