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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여사는 서울의 전북인] 전북민주동우회
[모여사는 서울의 전북인] 전북민주동우회
  • 황재운
  • 승인 2000.01.06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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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째 한달도 어김없이 이루어지는 모임이 있다. 서울 종로의 대폿집에서, 굴레방다리의 삼겹살집에서 소줏잔을 나누며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얘기하고, 지금 개혁에 앞장서고 있는 사람들이 바로 ‘전북민주동우회(全北民主同友會)’다.

전북민주동우회(약칭:전민동)는 80년대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암울했던 시기, 모든 민주세력들이 숨을 죽이고 있을 때 국내 최초로 군부독재에 맞섰던 전북 민주인사들의 모임이다.

전민동은 82년 동아일보 해직기자로 당시 도서출판 ‘아침’을 경영하고 있던 정동익씨(전주.현 한국전기안전공사 감사)와 민주개혁국민연합 집행위원장 권형택씨, 빈민운동가 소준섭씨, 산하출판사 사장 소병훈씨, 한겨레신문 윤석인기자, 대한전선 이은영씨(현 회장) 등이 ‘고향을 바탕으로 하는 민주인사들의 모임’을 만들자는 것에 의기투합하면서 태동했다.

일부에서는 “이런 살벌한 시기에 조직을 만들면 줄줄이 구속될 우려가 있고, 결국 민주세력의 약화가 우려된다”면서 반대를 했지만 “고향사람들끼리 모인다는데 공안기관도 섣불리 건들지는 못할 것이다”라는 의견이 맞섰고 결국 논란끝에 84년 창립에 이르게 된다.

고은(군산)시인과 한승헌변호사(진안) 등 전북출신의 쟁쟁한 재야 선배들을 앞에 세우고 학생운동, 해직교사, 해직기자, 노동운동, 종교계 등 각계에 포진한 전북출신 민주인사 70여명이 모여 84년 5월 ‘전민동’은 탄생했다.

전민동은 재야와 민주세력들의 모임에서는 대단한 명성(?)을 가지고 있다. 전민동에 몸담고 있는 내노라하는 전북출신 민주인사들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민주화운동 단체에서 맹활약했다. 이들은 전민동에서 시국을 논의하며 정보를 교환하고 앞으로의 투쟁방향에 대해서도 깊은 토론을 벌였고, 이를 바탕으로 각계에서 민주화투쟁의 중추역할을 했다.

타지역의 사람들이 부러움 반 시샘 반으로 ‘전민동 마피아’로 부를 정도로 이들의 유대감과 실천력은 정평이 나있다. 전민동의 탄생을 보고 다른 지역 민주인사들도 고향을 매개로 한 민주인사들의 모임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모두 실패로 끝나고 전민동만이 유일무이한 모임이 되고 만 것도 탄탄한 전민동의 조직을 짐작하게 한다.

현재 전민동의 회원은 약 3백여명이고 그 회원들중 70여명이 투옥(投獄)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다. 연행 구금이야 말할 것도 없고 투옥된 사람들만 70여명이 넘고 장기수도 여러명 있다는 것은 이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의 강단을 짐작하게 한다.

전민동 회원들은 매달 첫째 수요일 7시면 어김없이 한 자리에 모인다. 그때의 시국 현안에 대해서 치열한 논쟁과 토론을 벌이고 요즘에는 외부인사를 초청해 세미나도 갖고 있다.

전민동은 85년 전병생목사와 노동길도의원, 최종연신부가 주축이 된 ‘전북민주화운동 협의회’의 탄생에도 적극 기여했다. 매달 적지만 지원금도 내려보내고, 전북에서 민주화운동을 벌이다 수배가 된 회원에게는 서울에서 숨을 곳도 마련해주고, 잡혀 들어가면 옥바라지도 해냈다.

지금도 회원들은 87년 6월 민주항쟁때 자욱한 최루탄속에서 서로를 확인하던 그때를 회상한다. 모든 회원들이 시위에 앞장섰고 약속이 없었어도 현장에 가면 얼굴을 확인하고 반갑게 악수를 나누면서 ‘희망’을 이야기 하던 그 시절이 있었기에 지금이 있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모든 회원들이 6월의 거리에서 쏟아부었던 정열들이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밑거름이 되었다고 믿고 있다.

전민동의 활동은 크게 ‘민주화운동’과 ‘정권교체운동’으로 집약된다.

82년에는 빈민운동을 하던 소준섭회원의 주도로 당시 ‘폭도들에 의한 광주사태’로 불리던 학살의 진상을 알려야 한다며 유인물을 만들어 돌리는 등 항상 민주화운동의 맨 앞에 있었고 88년, 93년, 98년의 대선때는 정권교체를 위한 투쟁에 앞장섰다. 88년에는 스스로 ‘김대중대통령후보 선거대책위’를 만들어 5백여명이 정권교체를 위해 활동하기도 했다.

전민동은 전북인의 정신과 기상을 찾기 위한 ‘뿌리찾기’운동도 벌이고있다.

동학농민혁명운동과 정여립선생의 대동사상이 전북인의 사상적인 기반이 된다는 회원들의 공감으로 95년에는 전국을 돌며 동학농민혁명 전적지 순례사업을 벌였다. 회보인 ‘모악산’을 통해 정여립선생의 사상연구를 연재하고 있고 생가방문과 유적지인 진안 죽도를 방문하는 등 혁명정신의 계승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매년 5.18이 되면 광주 망월동을 찾아 참배를 하고 있고 이 모두가 전북인의 뿌리를 찾기 위한 의식의 표현이다.

성균관대 운동권의 간판격인 이은영현회장(대한전선 부장.부안)은 새천년 전민동의 화두를 ‘개혁’과 ‘통일’로 잡고 있다.

이회장은 “회원들이 감옥과 수배등 온갖 고초를 이겨내고 정권교체와 독재타도를 이룬 지금에는 개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운동을 벌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들고 “또 통일문제도 다른 단체와 연합해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전민동은 80대 노인부터 30대 젊은이까지 연령층도 다양하고, 공무원 사업가 장기수 정치인 등 계층도 다양해 의식의 스펙트럼이 넓다”면서 “우리의 노력으로 창출된 현 여당에 대해서도 서로 생각하는 부분이 다를 정도로 다양한 생각들이 넘쳐나는 모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같은 부분을 뭉뚱그려서 하나로 만드는 조화와 서로를 존중하며 친목과 화합을 도모하는 데 회장으로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처럼 탄탄한 모임을 꾸려갈 수 있는 것은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동지애와 최루탄속에서 손을 맞잡던 운동으로 다져진 우의(友誼)가 전민동의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회장은 “앞으로 전민동의 회보인 ‘모악산’을 활성화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고향이든 서울이든 어떤 일이 있을 때 방향을 제시하는 능동적인 운동을 벌이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전민동 터줏대감 정동익씨

전민동에는 쟁쟁한 민주인사들이 수두룩하다. 모든 회원들이 하나같이 민주화투쟁에 한몫을 한 사람들이다.

정동익씨(고문. 한국전기안전공사 감사.전주)는 전민동의 터줏대감으로 불린다.

전주고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정고문은 동아일보 해직기자 출신으로 월간 ‘말’지 발행인과 전민동 초대회장, 민주언론운동협의회 회장, 민주쟁취 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통일시대국민회의 공동대표, 방송개혁 국민회의 상임대표 등 재야의 굵직 굵직한 자리를 모두 거쳤다.

전민동에서는 첫 출발부터 지금까지 모임의 구심체 역할을 하며 회원들을 이끌고 있다.

정고문은 “전민동이라는 조직에 대해 무한한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말한다. 민주화와 정권교체를 위해 지금까지 올곧은 삶을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전민동이라는 자부심이 마음속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고문은 “스스로 나태해지고, 약해지고 변질 될 수 있었지만 내 삶의 원동력이고 모태가 된 전민동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하고 전민동은 전북의 역사뿐 아니라 전국 민주화운동사에 길이 남을 조직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영회장은 성균관대 학생운동의 대부역할을 했고 인쇄소를 경영하는 강은기부회장(남원)은 어려웠던 시절 전민동뿐 아니라 모든 민주화단체의 유인물을 숨어서 찍어준 소문난 배짱가다.

강희남목사와 문규현 문정현신부, 진관스님 등 종교계 인물들도 전민동에 참여하고 있다. 백범 김구선생 살해범인 안두희씨를 최초로 응징한 곽태영씨(김제)와 몽둥이로 응징을 한 박기서씨(정읍) 도 전민동 출신이다.

이밖에도 민청련 부의장 권형택, 재야집필가인 기세춘(정읍), 국립극장장인 김명곤(전주), 말지 편집장 김승국, 김세진열사의 부친인 김재훈(정읍), 서울민통련 부의장 류민용(김제)씨 등도 있다.

한겨레 편집부장인 백현기씨, 말지 편집장 백병규씨, 산업연구원 중기실장인 백낙기씨는 3형제가 모두 전민동가족이다. 민청련 여성부장 양경숙씨, 전농의장 이수금씨, 민청련활동중 고문후유증으로 투병을 하고 있는 천재 이을호씨, 79세의 고령으로 구속만 3번을 당한 민자통대표 이종린씨, 민예총출신의 연극인 임진택씨, 장성원의원(김제)의 친동생으로 중앙대교수인자 민교협의장을 지낸 장임원씨, 원풍모방 노조위원장 정선순씨도 전민동에서 활동하고 있다. 국민승리 21의 브레인 최규엽씨, 동국대 교수인 황태연씨, 통일시대국민회의 양재원씨도 있다.

장영달의원(전주 완산)과 그의 보좌관인 윤문훈씨(전주)를 중심으로 이석현의원(익산), 정동영의원(전주 덕진)등 정치권의 많은 사람들도 전민동에 힘을 보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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