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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발코니에 대한 미련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발코니에 대한 미련
  • 전북일보
  • 승인 2006.01.03 2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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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공간서 '여유' 사라져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들은 발코니 때문에 고민이 많다. 발코니를 없앨 수 있도록 건축법은 개정되었지만, 그것이 그렇게 반가운 일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언론의 보도대로 확실히 거실은 넓어지고 방은 더 환해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많다. 원래 발코니는 건축허가를 받을 때부터 ‘서비스 공간’으로 제공되었던 곳이다. 굳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발코니에는 으레 알루미늄 새시를 달아서 화단이나 창고로 알뜰하게 사용해 왔다. 그 발코니를 없애고 방이나 거실로 넓혀서 쓴다면, 그만큼 창고나 다용도실이 좁아지는 결과가 된다. 그렇지 않아도 수납공간이 가뜩이나 부족한 우리 아파트에서는 이제 허드레 물건 하나 제대로 놓을 장소조차 없어지게 된다.

문제는 또 있다. 건축법이 바뀌기 전에도 발코니는 분양면적에 계산되지는 않았지만, 분양품목에는 포함되어 있던 공간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 서비스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분양가격은 그만큼 오르게 되어있다.

건축물의 유지관리 측면에서도 문제는 도사리고 있다. 위아래 층이 동시에 난방을 하지 않으면 결로가 쉽게 생길 수 있으며, 화재가 발생할 경우에도 지금보다 훨씬 더 위험한 순간에 직면하게 된다. 건설교통부에서 대안으로 제시한 대피공간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 주거공간에서 ‘여유’가 사라진다는 것이 아쉽다. 발코니는 원래 ‘완충공간’이었다. 흑백으로 분명하게 나누어진 실내공간과 옥외공간사이에서 ‘회색지대’ 역할을 했던 것이다. 옛날 우리한옥의 마루와 같은 일종의 ‘여유공간’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실내공간이 좁다는 이유로, 지금 그 ‘여유공간’을 거둬들이자는 합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위 아래와 앞뒤로 사방이 꽉 막힌 아파트에서 그나마 밤하늘이라도 한번 올려다 볼 수 있던 곳, 담배 한 모금 빨면서 답답한 가슴을 달래던 곳, 또 빨랫감을 널면서 이웃과 눈인사라도 가볍게 나눌 수 있었던 곳, 그런 인간적인 공간이 이제 우리 곁에서 사라지려 하고 있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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