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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아흔아홉칸 집과 초가삼간
[최상철의 건축이야기] 아흔아홉칸 집과 초가삼간
  • 전북일보
  • 승인 2006.02.14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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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 설계 음양 이치 살펴
‘아흔아홉 칸 집’이라고 하면, 우리는 보통 고래등 같이 큰 기와집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달 한 칸 나 한 칸에 청풍 한 칸’을 들이고 살았다는 초가삼간집은 작고 소박한 시골집을 가리킨다. 이렇게 옛날에는 칸수로 집의 규모를 표현하였다. 지금의 아파트 평수와 같은 개념이었다.

궁궐이나 사찰에 갔을 때, 안내판에 흔히 ‘…정면 5칸에 측면 3칸으로 이루어진 주심포양식…’이라고 써놓은 것을 보았을 것이다. 이것은 그 건축물의 규모가 열다섯 칸이라는 설명이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아흔아홉 칸 집’도 사실은 방이 아흔 아홉 개가 아니라, 그 칸수가 아흔 아홉 개라는 뜻이 된다.

칸(間)이란 보통 기둥 네 개가 모여서 이루어지는 최소한의 공간을 말한다. 건축에서 일종의 단위세포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래서 초가삼간은 기둥 여덟 개가 모여야 되고, 일반 사대부집의 전형이었던 정면 다섯 칸 집도 기둥이 최소 열여덟 개는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

그런데 평(坪)으로 환산되는 현대건축의 면적개념과는 달리, 옛날 건축물의 칸(間)에는 일정한 철학과 의미가 담겨 있었다. 지금처럼 조금이라도 더 큰 평수(坪數)만 확보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건축물의 크기를 결정할 때도 나름대로 음양의 이치를 살펴서 설계를 했던 것이다.

주역에 삼천양지(三天兩地)라는 말이 있다. 삼(三)으로 대표되는 홀수는 양(陽)을 나타내고, 둘(兩)로 대표되는 짝수는 음(陰)을 상징한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이 사는 집(陽宅)은 음이 아닌 양으로 표현해야 하므로 건축물의 정면도 1, 3, 5, 7, 9 홀수 칸으로 짓게 되었다.

이렇게 우리 조상들은 살 수(數)도 있고, 죽을 수(數)도 있는 이 복잡한 세상에서 나름대로 숫자의 의미를 되새기며 살았다. 그래서 기둥 하나를 배치할 때도 단순히 하중을 받는 구조물이라는 차원에서 벗어나, 기둥의 갯수와 그 기둥이 만들어 내는 칸(間)의 갯수에 그렇게 주목했던 것이다. 그리고 ‘사는 숫자(生數)’를 찾아서 그것을 건축에 대입하려고 하였다.

/삼호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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