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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팔도유람] 전남 해남 달마산 둘레길 달마고도 - 번뇌의 허물을 끊고 걷는 길…산과 바다, 그리고 나를 만난다
[新 팔도유람] 전남 해남 달마산 둘레길 달마고도 - 번뇌의 허물을 끊고 걷는 길…산과 바다, 그리고 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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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2.22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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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손으로 만든 50리 산길 걷자…4개 코스 숲·기암괴석 등 눈길
병풍바위 두른 미황사에 감탄
꼭대기 앉은 도솔암 바라보니 속세 시름 잊고 호연지기 가득
▲ 도솔암은 달마산 정상 암릉 꼭대기에 살포시 앉아 있다. 2002년 오대산 월정사의 법조 스님이 3일 연속 선몽(先夢)을 꾼 뒤 32일만에 법당을 복원하고 단청까지 마쳤다는 불가사의한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광주일보=김진수 기자

땅끝 해남 미황사에 가면 달마산의 눈부신 흰 암벽, 자비로운 부처, 가슴 아린 낙조를 만날 수 있다. 그 곳에 속세의 번잡함은 치유하는 새 길이 뚫렸다. ‘달마고도(達磨古道)’다.

산과 바다와 나를 만나는 길 ‘달마고도’. 수행의 길과 삶의 길을 이은 친환경 둘레길이다. 백두대간의 남쪽 끝인 달마산 기슭을 한바퀴 도는 명품길은 바다를 배경으로 12개 암자를 끼고 있는 숲길로, 걷기와 명상을 함께 할 수 있는 부드러운 산책길이다.

△ ‘맨손공법’으로 뚫은 50리 산길

“자연을 망가뜨리지 않고, 인간이 자연에 깃드는 환경을 만들려고 애를 썼어요. 돌 하나하나를 손으로 날라 길을 만들었죠.”

달마고도는 4개의 길로 구성돼 있다. 전체 길이는 17.74㎞다. 완주하려면 6시간 가량 걸린다. 미황사를 기점으로 절반은 동남쪽, 절반은 서북쪽 6~7부 능선에 길을 냈다. 기획·감독은 미황사 주지인 금강스님, 후원은 당시 전남지사였던 이낙연 국무총리다.

달마고도는 원시적인 맨손공법으로 뚫었다. 50리 산길을 만드는 데 투입된 기계는 삽과 호미, 지게, 손수레 정도다. 날마다 40명이 250일 동안 손으로 산길을 만들었다.

2.71㎞인 1구간은 미황사 일주문 옆에서 시작한다. 숲길과 임도를 따라 1㎞가량 가면 거대한 너덜지대가 나온다. 달마산의 기암들이 허물어져 내린 흔적이다. 너덜지대 주변엔 나무가 없다. 사방이 트였다. 손에 잡힐 듯 눈 앞엔 길게 누운 섬은 완도다. 달마고도를 통틀어 이런 너덜지대가 20여 곳이나 된다.

2구간은 4.37㎞로, 농바위·문바위골을 거쳐 노시랑길로 이어진다. 소사나무 등 대규모 산림 군락지가 이어진다. 중간쯤 관음암터에 이르면 작은 못이 나온다. 온통 바위투성이인 산에서 만나는 연못이 퍽 이채롭다. 2코스 끝자락에 서면 동남쪽은 남해, 서북쪽은 서해다. 한 곳에서 서해와 남해를 한눈에 볼 수 있다. 3구간은 5.63㎞로 노시랑골에서 편백나무숲을 지나 몰고리재까지 연결된다. 몰고리재에서 미황사로 돌아오는 길인 4구간은 5.03㎞다. 용굴과 도솔암, 편백숲, 미황사 부도전 등을 순례할 수 있다.

달마고도는 이정표가 잘 돼 있다. 1㎞ 단위로 달마고도 거리를 표시해 놨다. 이정표의 파란 화살표는 정방향, 검은 화살표는 역방향이다. 붉은 화살표는 등산로다.

△나를 만나는 절 ‘미황사’

달마고도의 시작은 미황사다. 달마산의 암릉들이 병풍처럼 두르고 섰다. 달마산 기암괴석의 신비로움은 부도전 옆 반쯤 묻힌 ‘미황사 사적비’에 기록된 창건설화에 등장한다.

‘신라 경덕왕 8년(749년), 의조화상의 꿈에 금인(金人)이 나타나 “나는 본래 우전국의 왕인데, 여러 나라를 편력하면서 경전과 불상을 봉안할 곳을 구했다. 산 정상을 바라보니 일만불이 다투었으므로 여기에 온 것이다. 마땅히 소에 경전과 불상을 싣고 가다 소가 누워 일어나지 않는 곳에 안치하라”고 일렀다.’

일만불이 다투었던 곳, 이 곳이 달마산이다. 그리고 소가 일어나지 않은 곳에 절을 세우니 이 곳이 미황사다. 미황사는 소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웠다 하여 미(美)자를 쓰고 금인의 색을 취하였다 하여 황(黃)을 썼다.

대웅보전은 200여년의 세월을 지내는 동안 단청이 빠져 배흘림 기둥의 색채와 나뭇결이 오롯이 드러나 소박한 자연미를 뽑낸다. 대웅보전 안에는 1천 부처님이 벽화로 모셔져 있다. 그래서 3배만 하면 3천배가 된다니 이 곳에 들르는 이들은 꼭 3배를 하고 볼 일이다.

주춧돌에는 다른 사찰에서 볼 수 없는 게·자라의 모습이 새겨져 있다. 이는 또 하나의 불국정토인 용궁을 형상화한 것이며, 피안이자 부처의 세계로 중생을 태우고 간다는 ‘반야용선’이 떠 있는 바다를 상징한다.

명부전에는 조선후기 최고의 선비화가인 공재 윤두서가 조각한 10대 시왕이 모셔져 있고, 응진전에는 우리나라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묵선(墨線)으로 그린 벽화가 있다.

매월당 김시습은 일출에는 낙산사, 일몰은 미황사를 꼽았다고 한다. 이 곳의 낙조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시시각각 황금빛, 은빛, 붉은빛으로 변하며 땅끝 앞바다를 물들인다.

미황사는 템플스테이로 유명하다. 1년이면 템플스테이를 다녀간 사람이 4000여명에 이르고, 이 중 600명은 외국인이다.

△구름길 절경에서 만나는 ‘도솔암’

4구간에는 도솔암으로 빠지는 샛길이 있다. 달마산 정상 암릉 꼭대기에 살포시 앉아 있다. 달마고도는 아니지만 풍경이 장관이다. 달마고도를 탐방했다면 반드시 빼놓지 말고 돌아봐야할 필수 코스다. 차로도 도솔암 근처까지 갈 수 있다. 도솔봉 중계탑 아래에 차를 주차해놓고 암자까지 걸으면 20~30분이면 닿는다.

이 길은 웅장한 바위와 시원한 들녘,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산등성이를 타는 길이라 가슴이 확 열린다. 저절로 호연지기가 길러지는 길이다. 신비한 기암괴석 너머로 펼쳐진 산 아래 촌락과 들녘 그리고 바다, 너무도 청정한 이 길을 누가 만들었을까? 사색을 하며 오솔길을 걸어 도착하니 작은 암자가 나타난다. 미래불인 미륵이 산다는 도솔천이 이리로 왔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도솔암, 암자를 받치고 있는 커다란 바위, 그 바위 밑에는 1년 내내 마르지 않는 용샘이 있다.

△해남의 아이콘 ‘땅끝마을’

달마고도를 거닐었다면 당연히 땅끝마을도 찾아야 한다. 땅끝마을은 해남의 아이콘인 까닭이다.

땅의 끝에서 맞는 해넘이 풍경도 곱지만, 그보다 해돋이 장면이 더 힘차고 아름답다. 땅끝마을 뒤는 사자봉이다. 정상에 세워진 전망대까지 모노레일을 타고 오를 수 있다. 전망대 주변에 땅끝탑과 산책로 등이 조성돼 있다.

송지면 엄남리 해안에서 땅끝마을을 거쳐 사구리 해안까지 가는 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중 하나다. 드라이브 코스 주변에 송호해변, 땅끝관광지, 사구미해변, 땅끝조각공원 등 명소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해남읍 인근에는 고산 윤선도가 기거한 녹우당이 있다.

/광주일보=박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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