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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선 후보의 안팎
지선 후보의 안팎
  • 김원용
  • 승인 2018.02.27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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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선거제도 바꿔야 시민과 토론하며 즐기는 선거문화 정착될 수 있어
▲ 논설위원 겸 선임기자
인적 네트워크는 큰 자산이다. 사업가나 영업인뿐 아니다. 평범한 직장인도 여러 분야에 많은 지인들을 두고 있으면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쉽사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여러 명목으로 친목 활동을 하고, 동창회·향우회 등을 발품 팔며 부지런히 쫓아다니는 것도 인적 자산의 가치 때문이다.

선출직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인적 자원이 더욱 중시된다. 풍부한 인적 네트워크 없이 정치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우리 정치현실에서는 무모하게 비쳐진다. 정치 신인들의 경우도 기본적으로 자신을 도울 주변의 친지들이 많은 데서 출발한다. 총선이나 대선과 달리 정책 이슈가 별로 없는 지방선거에서는 인적 네트워크가 더 크게 작동한다. 훌륭한 인품과 좋은 정책은 그 다음의 문제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최대한 가동하고 있다. 정치인들의 문자메시지가 봇물을 이루고, 지인들을 통한 후보 홍보가 SNS에 넘쳐난다. 정치인들의 잇단 출판기념회도 바야흐로 정치시즌임을 실감케 한다. 이런 정치활동들이 기본적으로 인적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의 경선 룰을 보면 인적 네트워크가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지 금세 알 수 있다. 전략공천이나 입후보자간 별도의 합의가 없는 한 권리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합산으로 후보를 가린다. 토론회나 합동연설회 등의 기회 없이 모발일 투표로 진행되기 때문에 후보의 됨됨이나 정책을 따질 겨를이 없다. 결과적으로 입후보자의 경력과 인지도, 인적 네트워크가 좌우하는 구조다. 입지자들이 권리당원 확보를 위해 지난해 추석 전까지 혈전을 벌였던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뛰어난 정치인과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지인들도 해당 정치인과의 관계를 자랑스럽게 여긴다. 그러나 막상 선거철에 돌입하면 대략 난감할 때가 많다. 나와 친분이 있는 후보가 복수일 때다. 단순히 유권자로서 선택만 하는 경우야 조용히 투표로 말해주면 그만이다. 문제는 캠프 참여나 적극적인 선거운동으로 후보를 도와야 할 경우다. 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지방선거 자체가 좁은 지역사회에서 이뤄지고, 후보 역시 학교 선후배와 동향 등으로 얽혀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후보와의 친소관계가 있지만, 그 거리만으로 칼로 무 자르듯 관계를 정리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지난 주말 이현웅 전북도청 행정안전실장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이 실장이 올 지방선거에서 전주시장 민주당 경선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날 출판기념회는 사실상 정치적 함의를 담은 행사였다. 현직 김승수 시장 외에 지금껏 민주당 경선 후보가 달리 떠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아무래도 김 시장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출판기념회였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이 실장과 고교·대학 동기며, 서로 언론과 공무원으로 활동하는 동안에도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김 시장과도 개인적으로 김 시장의 야인시절 한동안 사적 모임을 가졌으며, 김 시장의 캠프에도 가까운 지인들이 여럿 포진해 있다. 굳이 친소관계를 따진다면 친구 관계가 더 가까울 터이지만, 그렇다고 새로 정치에 입문하는 친구 때문에 하루아침에 얼굴을 바꾼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김 시장은 이런 주변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 실장의 출판기념회에 흔연스럽게 참석해 축하 해줬다. 저자와 인증 샷까지 찍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그러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이 실장을 응원하는 지인들과 김 시장의 조우는 아무리 웃는 낯이어도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을 모두 잘 아는 일부 지인들 중에는 자리를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김 시장은 이런 불편함을 주기 싫어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런 상황이 어디 여기서 뿐이겠는가. 송하진 도지사는 이런 오해를 받기 싫어서 호오와 관계없이 정치인 관련 출판기념회에는 일절 참석하지 않는다고 한다. 경계의 대상인 경쟁후보끼리는 서로 축하하는 마당에 정작 후보 주변의 지인들이 뒤로 숨어야 하는 게 지방선거에서의 불편한 진실이다. 아마도 경선이나 본 선거가 끝난 뒤 후보간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곧 앙금을 털 것이다. 그러나 후보를 돕는 지인들은 상대 후보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오랫동안 서먹한 관계로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정치인 친구를 두지 않는 것도 큰 복이라 한다던가.

흔히 선거를 축제로 치러야 한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시민들이 자유롭게 토론하고 즐길 수 있도록 선거구조를 먼저 바꿔야 한다. 지금과 같은 깜깜이 경선이 이뤄지는 제도 속에서는 그들만의 선거가 되기 십상이다. 축제가 되어야 할 선거가 되레 지역사회의 분열이나 좋은 인적 관계까지 금이 가게 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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