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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7. 순창 맛집] 수백년 명성 고추장으로 빚어낸 맛의 자존심
[길따라 맛따라 7. 순창 맛집] 수백년 명성 고추장으로 빚어낸 맛의 자존심
  • 김원용
  • 승인 2018.03.01 2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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뺄 수 없는 장맛 스며든 한식
꾸미지 않아도 깊은 맛 절로
경상도 등 외지인들에 인기
봄 되면 줄 서야 식사할 정도
전북일보 자료사진
전북일보 자료사진

고추장을 빼놓고 순창을 생각할 수 없고, 순창을 빼고 고추장을 말하기 어렵다. 그만큼 순창은 장류의 고장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다. 순창 고추장이 어떻게 유명해졌을까. 먼저 역사성에서 찾을 수 있다. 순창 고추장에 대한 역사적 기록은 18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1700년대에 편찬된 요리책인 <수문사설>에서 지방 명산물로 순창 고추장의 제조법이 소개됐다. 1809년 생활의 슬기를 모아 엮은 책인 <규합총서>에서도 고추장이 순창의 특산품이며, 고추장 재료와 양이 상세히 기록됐다. 순창 고추장과 이성계에 얽힌 이야기가 전한다. 이성계가 왕에 오르기 전 스승인 무학 대사가 기거하고 있던 순창의 만일사를 찾아가던 중 농가에 들러 고추장을 곁들인 점심을 먹고 그 맛을 잊지 못해 진상토록 했다는 것이다. 순창에서 명품 고추장이 나오는 것은 이런 오래된 전통에다가 고추장 제조에 최적의 환경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한다. 섬진강 상류의 깨끗한 물과 적당한 햇볕, 효모군 번식에 적합한 기후조건 등이 어우러지면서다.여기에 순창 고추장이 전국적으로 알려질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대상(주)이 80년대 후반 임금님표 순창고추장을 출시하면서다. 80년대 중반 순창 고추장보존협의회가 구성돼 나름대로 활로를 모색하기는 했으나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들이어서 산업화에 한계가 있었다. 대상이 순창 고추장의 이미지를 전국에 높이면서 순창군도 지역산업으로 장류산업 육성에 적극 나섰다.순창군 전통고추장 민속마을을 만들고, 순창군장류연구사업소를 발족했으며, 장류산업 특구 지정을 받는 등 장류산업의 메카로 발돋움하기 위한 노력이 20년 넘게 이어졌다. 지자체와 장인들의 이런 노력으로 순창에서 생산되는 장류 매출액이 전국 30%대를 차지하고, 순창 지역총생산의 절반을 넘는다. 장류의 고장이라는 말이 결코 허명이 아닌 셈이다.

△새집

흔히 음식 맛은 장맛이라는 말이 있다. 장맛에 따라 음식 맛이 좌우된다는 이야기다. 장류가 발달한 순창에 유명한 맛집이 많을 것임은 당연하다. 그러나 현지인들에게 맛집 추천을 해달라고 해도 선뜻 음식점 이름을 대지 못한다. 음식 맛이 장맛이라는 옛말이 틀리단 말인가.

그 이유를 ‘새집’ 주인 허경순씨(57)를 만나서 알 수 있었다. 주민들 스스로 고추장·된장·간장·청국장을 만들어 먹는 마당에 한정식 집이 그리 특별할 리 없을 것이란 설명을 듣고서다. 그럼에도 순창 읍내에만 ‘새집’을 포함해 ‘남원집’ ‘녹원’ ‘대궁’ ‘가람한정식’ ‘민속집’ ‘순창예찬’ ‘신한국관’ ‘해오름’ 등 한정식이 즐비하다. 순창 주민이 아닌, 타지에서 그만큼 많이 한정식을 찾기 때문이리라.

▲ 새집 상차림.
▲ 새집 상차림.

‘새집’은 ‘남원집’과 함께 순창 맛집의 산역사다. 40년간 운영해온 시어머니에 이어 허씨가 20년째 현재의 순창 읍내 한옥에서 같은 이름으로 지키고 있다. 전주에서 1시간 전 전화 예약을 한 탓인지 금세 상이 나왔다. 상차림이 정갈하다. 대략 20여 가지 반찬이 놓여 있다. 황석어젓 조개젓 고록젓 꼬막 조기 시금치 경종배추 고사리 무말랭이 깻잎 콩나물 마늘쫑 부침개 무조림 고추조림 고추장불고기 된장국. 이 정도면 밥 한 그릇이 아깝다.

도시의 백반집에서 만날 수 있는 메뉴들이지만, 주인의 정성이 깃든 반찬이 많다. 깻잎 마늘쫑 콩나물 고사리 시금치 등 거의 모든 나물이 주인의 손을 거쳤다. 재료는 순창 전통시장과 광주에서 조달한다. 된장국이 개운하다 했더니, 직접 콩으로 만든 메주란다. 거섶이 그리 많이 안 들어갔어도 된장 자체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인가 보다.

‘새집’의 별미는 고추장불고기다. 직접 담근 고추장을 돼지고기에 발라 석쇠에 얹어 연탄불에 구워 내온다. 그 담당은 남편의 몫이다. 공장용 고추장을 사용했더니 석쇠에 달라붙어 고기가 새까맣게 타더란다. 손이 많이 가지만 직접 만든 재래식 고추장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담양 떡갈비가 유명하지만, 결코 밀리지 않는단다. 상대적으로 싼 가격도 있지만, 순창 고추장이 빚어낸 맛에 대한 주인의 자부심이 느껴진다.

60년 역사만큼이나 단골도 많다. 단골들은 전국에 걸쳐 있다. 전주·광주와 함께 대구·거창·함양 등 경상도쪽 고객이 많은 것도 이채롭다. 겨울은 다소 한가하지만, 봄철 주말이면 줄을 서서 순번을 타야 한다. 옛날에는 예식 손님이 많았던 반면, 지금은 관광객 손님이 주를 이룬다. 100년 넘은 본채에 3개의 별채가 있다. 40명 규모를 수용할 수 있는 연회석도 갖췄다.

2인 기준 3만4000원. 063)653-2271

△순대촌

어느 고장이나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 순대다. 저렴한 가격에 가볍게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순창읍내 순대국밥 역시 오래 전부터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그 명성이 자자했다. 순창군이 이를 바탕으로 재래시장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순대집을 한데 모아 순대촌을 조성했다. 순창 순대촌은 3년 전 한국관광공사의 ‘1월에 가볼만한 곳’에 선정되기도 했다.

▲ 순대촌 순대국밥.
▲ 순대촌 순대국밥.

현재 순대촌에는 5곳의 순대집이 있다. ‘2대째 순대’ ‘연다라 전통순대’ ‘순창 전통 순대집’ ‘봉깨 순대’ “순창 장터순대’. ‘2대째 순대’와 ‘순창 전통 순대집’(옛 곡성순대)은 각각 60년 전통을 갖고 있다고 자랑한다. 각기 나름의 특징이 있지만, 공통적으로 인조피와 찹쌀, 당면을 쓰지 않고 선지와 10여 가지의 천연 양념과 야채를 넣어 감칠맛이 난다. 직접 담근 된장과 싱싱한 부추, 고추와 양파, 새우젓, 무, 갓김치 등 밑반찬이 풍성한 점도 도시 순대집과 비교된다.

새끼보전골, 새끼보국밥, 막창국밥 등의 메뉴와 라면·국수사리 등을 넣어 먹는 것도 이색적이다.

순대전골 3만원(대 기준), 새끼보전골 5만원, 순대수육 3만원, 순대국밥 7000원, 막창국밥 9000원.

△뜨란채

순창군의 대표적 관광지인 강천산을 찾는다면 ‘뜨란채’에서 식사를 해도 좋을 듯하다. 강천산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은 산기슭에 자리 잡아 일단 분위기가 한몫 거든다. 주 메뉴는 생선구이와 생선조림이다. 생선 맛이야 거기서 거기겠지만, 얼핏 보더라도 빨간 고추장을 바른 갈치구이와 감자가 먹음직스럽다. 깨끗한 식당 내부와 10여 가지의 밑반찬도 정갈하다.

▲ 뜨란채 갈치조림.
▲ 뜨란채 갈치조림.

생선구이의 경우 손님 수에 따라 생선종류가 달라진다. 2인일 때는 고등어, 청어, 조기가 나오고, 3인이면 갈치가 추가된다. 갈치구이, 갈치조림, 묵은지고등어조림, 오리백숙, 닭백숙 등도 메뉴에 들어 있다. 식사 후 가볍게 산보를 즐길 수 있으며, 카라반을 구경하는 재미도 곁들일 수 있다.

생선구이 1만2000원, 갈치구이 1만3000원, 보리굴비정식 2만원, 오리·닭백숙 5만원. 063)653-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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