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06-25 22:10 (월)
영화 '더 포스트'를 보고
영화 '더 포스트'를 보고
  • 기고
  • 승인 2018.03.12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양영철 한림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객원교수
“언론은 통치자가 아닌 국민을 섬겨야 한다.”

“우리가 보도하지 않으면 우리가 지고, 국민이 지는 것입니다.”

최근 개봉된 영화 ‘더 포스트(The Post)’에서 워싱턴포스트의 사주 캐서린 그레이엄과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 역으로 주연한 배우들의 대사 내용이다.

이 영화는 워싱턴포스트가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하여 보도하기까지의 과정을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다. 영화는 1971년 닉슨 행정부의 억압과 회유 속에서 언론인들이 언론자유를 지켜나가는 과정을 숨 막히도록 생생하게 재연하고 있다.

펜타곤 페이퍼는 「베트남에 대한 미국 정책 결정과정의 역사」라는 47권 70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연구보고서로 트루먼, 아이젠하워, 케네디, 존슨 등 4대에 걸친 미국 대통령 재임 30년 동안 미국정부가 겉으로는 평화를 외치며 베트남 전쟁을 어떻게 확대해 왔는지를 수록한 최고 기밀 서류였다. 당시 뉴욕타임스의 민완기자 닐 시언이 최초로 이 자료를 입수하여 특종 보도하였다.

뉴욕타임스는 특종을 하고 워싱턴포스트는 낙종을 했는데 이 기사를 낙종한 워싱턴 포스트 편집국장 벤 브래들리는 자전적인 책 ‘워싱턴포스트 만들기’에서 워싱턴포스트의 내부 분위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썼다.

-워싱턴포스트는 펜타곤 페이퍼를 입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경쟁지 기사를 베껴 쓰는 창피스러운 입장이었다. 우리는 문단을 바꿀 때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이라고 쓸 수밖에 없었는데 그 때마다 우리 눈에는 남들은 모르는 피눈물이 흘렀다. -

워싱턴포스트는 며칠 후 뒤늦게 이 문서 중 4000여 페이지를 같은 취재원으로부터 입수하여 보도했다. 닉슨 정부는 펜타곤페이퍼를 보도한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대해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에 치명적이며 회복할 수 없는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압박하면서 법원에 보도금지를 요청하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은 정부의 주장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결함으로써 이 보고서를 신문사가 보도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게 된다. 신문 보도 이후 미국 국내에서는 베트남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들끓게 되고 4년 후 미군은 베트남에서 철수하게 된다.

영화에서 언론인들은 언론을 몹시 싫어하고 반대파에 대해서는 마치 폭력집단의 보스와 같이 거칠기 짝이 없는 닉슨 대통령에게 용감하게 대항한다. 워싱턴포스트의 사주 그레이엄과 편집국장 브래들리 그리고 기자들은 이 기사로 인하여 자신들이 감옥에 갈 수도 있다는 두려움, 그리고 신문사가 폐간되고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두려움 속에서도 언론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기 위해 혼연일체가 되어 치열하게 토론하고 고뇌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참언론인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일깨워준다.

영화를 보고 나서 필자는 이제는 현장을 떠난 원로언론인이 되었지만 스스로 자성하며 깊은 상념에 빠졌다.

우리는 과거 그 어떤 권력과도 유착하지 않고 국민만을 섬겨야 하는 언론 본연의 자세에 충실했었는가. 지나치게 살아있는 권력의 편에 서서 국민을 외면하지는 않았던가. 그래서 오늘날 KBS, MBC 사태로 대표되는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난 것은 아닌지.

그리고 오늘 날 우리 언론인들은 역시 국민을 잊고 지나치게 살아있는 권력에 영합하고 있지는 않은 것인지. 그래서 앞으로 수년 뒤 혹은 수 십 년 뒤 오늘날이 데자뷰되어 우리의 가슴을 치지는 않을런지.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 캐서린은 재판에서 이겼음에도 불구하고 겸허하게 한 마디를 한다.

“우리는 항상 옳을 수 없어요. 완벽하지도 않아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