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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 저산 꽃이 피니
이산 저산 꽃이 피니
  • 김재호
  • 승인 2018.03.13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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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봄 찾아왔건만
뒤숭숭한 세상사에 씁쓸
꽃샘추위야, 물러서거라
▲ 수석논설위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우수, 그리고 경칩도 갔다. 한낮 기온이 10℃ 대를 유지하고, 지난 봄비처럼, 촉촉히 내리는 비는 삼라만상을 깨웠다. 성급한 농부들은 하지에 캐 먹을 감자를 벌써 심었다. 지난 겨울 파종된 고추씨는 하우스 속에서 어렵게 싹을 틔우더니, 감질나게 크고 있다. 이제 10㎝ 안팎이지만, 잠깐이면 본밭으로 옮겨갈 것이다. 아직 바람은 쌀쌀하고, 꽃샘추위가 남아 있지만, 이곳 저곳에서 냉이 캐는 사람들이 눈에 띄고, 봄 꽃이 한바탕 요란을 떨 것이다.

소리꾼들은 판소리 본대목을 부르기 전에 목청을 다듬기 위해 단가를 하나 쯤 부른다. 단가 중에 사철가가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의 변화무쌍함을 인생살이에 빗대 담은 소리에 흠뻑 빠져든 청중들이 저도 모르게 ‘얼쑤’ 추임새를 넣는다.

‘이산 저산 꽃이 피니 분명코 봄이로구나/ 봄은 찾어 왔건마는 세상사 쓸쓸하드라/ 나도 어제 청춘일러니 오날 백발 한심하구나/ 내 청춘도 날 버리고 속절없이 가버렸으니/ 왔다 갈 줄 아는 봄을 반겨헌들 쓸데가 있나/ 봄아 왔다가 갈려거든 가거라/ 니가 가도 여름이 되면 녹음방초 승화시라/ 옛부터 일러 있고/ 여름이 가고 가을이 돌아오면/ 한로상풍 요란해도 제절개를 굽히지 않는 황국단풍도 어떠헌고/ 가을이 가고 겨울이 돌아오면 낙목한천 찬바람에 백설만 펄펄 휘날리어/ 은세계 되고 보면은 월백설백 천지백허니/ 모두가 백발의 벗이로구나...’

얼었던 산야가 스르르 풀리면서 앞다퉈 꽃이 피니 분명 봄이지만, 봄은 따뜻하지만도 않은 계절이다. 만만찮다. 밤공기는 여전히 차갑고 꽃샘추위가 몇차례 기승 부린다. 경칩 때 나온 개구리가 얼어죽는다. 환절기 감기, 꽃가루 알레르기, 춘곤증 등이 성가시게 한다. 요즘엔 철새가 남기는 AI도 골칫덩이다. 그런 것 모두 견뎌내야 5월 넘어 여름으로 건너 간다.

지난 5~6일 대통령 특사가 북한을 다녀온 후 4월 남북정상회담, 5월 북미정상회담이 성사, 한반도에 봄기운이 가득하다. 일단 북한의 비핵화 난제를 풀 수 있는 첫 단추가 끼워졌다는 점에서 모두가 ‘우려’를 감추지 않으면서도 반색이다. 지금부터 펼쳐지는 길이 자갈밭이 될지, 아스팔트길이 될지는 알 수 없다. 결과는 더욱 그렇다. 중요한 것은 5월 이후에 녹음방초 승화시가 펼쳐질 수 있도록 지금의 훈김을 잘 유지시켜야 한다. 4월 꽃샘추위야, 물렀거라.

인면수심 성폭력을 고발하는 여성들의 미투운동이 가열되고 있다. 문학계, 연극계, 영화계가 큰 충격에 휩싸였고, 3월 들어 개학한 캠퍼스도 온통 미투 열풍이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민병두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폭로가 나오면서 정치권도 발칵 뒤집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중간평가 성격이 된 6·13 지방선거가 100일 가량 남은 상황인지라 여야 모두 뒤숭숭한 모습이다.

미투운동은 전북에도 큰 충격이다. 한국 문단의 원로 시인 고은이 최영미 시인의 작품 ‘괴물’ 속 괴물로 폭로됐다. 군산시는 고은 관련 사업을 모두 중단하고 나섰다. 연극계 리더라던 대학교수는 미투로 가면이 벗겨지자 자살소동까지 벌였다. 유명세가 고은에 필적하는 50대 시인은 심야고속버스 안에서 잠든 여고생을 성추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옆자리 여고생을 깨우려고 허벅지를 한차례 찔러 주의를 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조사한 경찰은 기소의견을 냈다.

요즘 군산은 조선소에 이어 한국지엠군산공장 폐쇄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있다. 지엠의 경영실패가 낳은 비극이지만, 전조증상을 알고서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당국 책임도 크다. 매번 뒷북만 치는 지역 리더들, 선거철이 왔어도 뒷북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않는 리더들, 그 속에서 지역민 삶은 팍팍해지고 있다.

사철가는 계속 이어진다. ‘세월아 가지마라 가는세월 어쩔거나/ 늘어진 계수나무 끄트머리다가 대랑 메달아 놓고/ 국고투식 허는 놈과 부모불효 허는 놈과 형제화목 못허는 놈/ 차례로 잡어다가 저 세상으로 먼저 보내버리고/ 나머지 벗님네들 서로 모여 앉어/ 한잔 더 먹소 그만 먹게 허면서/ 거드렁거리고 놀아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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