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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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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칼럼
  • 승인 2018.03.18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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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오모테나시’는 손님이 원하는 것 예상 성심 다해 모신다는 뜻
김신철 독립서점 북스포즈 공동대표
김신철 독립서점 북스포즈 공동대표

봄이 싹을 텄다. 새 학기를 맞이하는 학생들은 기지개를 켠다. 동시에 전북대학교 앞에 위치한 서점 ‘북스포즈’에도 찾아주는 손님이 늘어났다. 오고 가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무언가를 급하게 찾고 있다. 바로 여권이다. 미안 손님들, 저 일본 도쿄에 좀 다녀올게요.

놀러 가는 것은 아니다. 도쿄의 현재에서 한국 그리고 전주라는 도시의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도쿄 이 스포일러 같은 도시’라고 생각하며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화산 폭발 뉴스, 비와 추위가 우리를 맞이해줄지는 몰랐다.

비바람을 뚫고 먼저 찾은 곳은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이다. 마스네 무네아키의 <지적 자본론>을 통해 알려진 곳이다. 츠타야 서점의 특징은 책의 구분을 문학이나 역사가 아닌 ‘주말에는 프랑스에 떠나는 게 어때요?’라는 식으로 제안을 한다는 점이다.

문제는 내가 2년 전에도 츠타야 서점에 왔었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서점들도 츠타야 못지않게 기획과 큐레이션을 잘한다는 것이다. 실망감에 한참 츠타야 서점을 떠돌다가 깨달았다. 나는 아직 오토바이 코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을 그리고 이곳의 오토바이 잡지와 단행본의 개수가 북스포즈 전체 책 보다 많았다.

그렇다. 도쿄의 서점들은 ‘수집력’이 돋보였다. 대형서점인 츠타야 서점의 장기는 아니었다. 근처에 있는 아주 조그마한 서점인 ‘카우북스’에는 좁은 공간에 꽂힌 책 하나하나가 모두 쉽게 구할 수 없는 책이었다. 70, 80년대의 빈티지 책과 잡지를 모으는 이곳의 책들을 어떻게 구해왔을지 생각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반대로 서점을 찾는 손님 입장에서는 오래된 책을 구할 때 무조건 카우북스를 떠올릴 것이다.

책 자체에 대해서도 충격을 받았다. 그들의 책은 굉장히 가볍고 가격이 저렴한 문고판이었다. 책의 종류도 많지만, 책을 구매하고 들고 다니며 읽는데 전혀 부담이 없었다. 우리는 어떤 책이 인기를 얻으면 일단 커버를 두껍게 교체하고, 내용을 추가해서 부풀린다. 아직 독서보다 기념품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과하면 독이 된다고, 이런 책들은 들고 다니기보다 베고 자는 용도로 많이 사용된다는 게 아쉬운 점이다.

지갑은 마지막 서점에 닿아서야 열리고 말았다. 가구라자카 역 근처에 있는 동네서점 ‘카모메 북스’다. 여러모로 북스포즈와 닮아있는 이곳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직원 분이 종종종 따라와 이런저런 책을 설명한다는 것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친절함에 나는 책을 한 권 구입했다. 그런데 맙소사! 그들은 책을 예쁜 포장지로 감싸서 북커버를 만들어 줬다. 결국 다른 책과 연필, 수첩, 카모메북스의 배지까지 사고야 말았다.

이런 일본의 친절함은 ‘오모테나시’라고 불린다. 성심을 다해 손님을 모신다는 뜻이다. 혹자는 손님이 원하는 것을 예상해 요구하기 전에 제공하는 것을 일본의 오모테나시라고 말한다. 이들의 수집력, 실용성도 대단하지만 결국 첫 발을 딛게 하는 것은 친절함이었다.

만족스러운 일정이었다. 이제는 북스포즈를 방문한 분들에게 조심스럽게 말도 붙여보려 한다. 아직은 쑥스럽지만 이러다 보면 나도 ‘오모테나시’의 경지에 오를 수 있지 않을까?

마침 손님이 오셔서 이야기를 건넸다. 그는 말했다. “저 전북일보에 쓰는 글 보고 와봤는데요.”

나는 고개를 또다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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