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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촌 김성수
인촌 김성수
  • 위병기
  • 승인 2018.03.19 2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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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疑人勿用(의인물용) 用人勿疑(용인물의)’ 열국지에 나오는 것으로 믿지 못할 사람은 쓰지 말 것이며, 일단 한번 쓴 사람은 의심하지 말라는 의미의 고사성어다.

기업인은 물론, 고위 정치인, 공직자들중 상당수가 매일 아침 출근전 이 고사성어를 가슴에 새긴다고 한다. 명확한 식견을 가진 사람도 주변 사람의 아부나 이간질에 의해 사람을 보는 눈이 흐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대사를 되짚어봐도 고건 전총리,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자, 인촌 김성수 등은 예외없이 ‘의인물용, 용인물의’를 인사원칙으로 삼았다.

군산 출신 고건 전 총리는 언젠가 자신과 함께 일했던 국무위원들에게 ‘열국지’를 선물한 적이 있다고 한다.

열국지는 중국 춘추전국시대를 다룬 역사소설인데 진나라 시황제가 천하통일을 이루기까지 550년의 역사를 다루고있다.

지난 1979년 10·26 사건 이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을 사퇴한 고 전 총리는 야인으로 있으면서 열국지를 탐독했고, 거기에서 얻은 좌우명이 바로 이 구절이라고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모태는 1938년 대구에서 설립된 삼성상회인데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 또한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라는 좌우명으로 유명하다.

고창 출신 인촌 김성수의 좌우명은 ‘공선사후(公先私後)’이지만, 그 역시 평생 ‘의인물용, 용인물의’를 강조했다.

경성방직 사장·동아일보 사장·보성전문학교 교장·국민총력조선연맹 이사 및 평의원 등을 역임한 인촌 김성수는 광복 후 민주국민당 최고위원·제2대 부통령 등도 지냈다.

많은이의 존경을 받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촌 김성수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달라지고 있다.

며칠전 국가보훈처는 인촌의 생가와 동상 등 5개 시설물에 대해 현충시설 해제를 결정했다.

이미 대법원에서 친일행위가 인정돼 정부가 56년 만에 서훈을 박탈했기에 인촌 관련 기념물들이 현충시설 지위를 잃게된 것이다.

국가 서훈 박탈에 따라 현충시설이 해제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현충시설에서 해제된 인촌 관련 시설물은 동상 2개와 장소 3곳이다.

현충시설에서 해제된 인촌 관련 시설물은 고려대 서울캠퍼스와 고창 새마을공원에 있는 동상, 서울 계동에 있는 인촌의 숙소 터와 고택, 고창 생가 등이다.

한때 전북이 자랑하던 인물 인촌은 보성전문학교를 인수하고 모금운동을 벌여 고려대를 설립하는가 하면 동아일보를 운영하는 등 혁혁한 공이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일제강점기 징병이나 학병을 찬양하는 등 친일행위 사실이 밝혀지면서 지난해 친일 확정판결을 받았고 정부는 지난달 인촌이 받았던 건국공로훈장 복장(複章·지금의 대통령장)을 취소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죽는다고 끝나는게 아니라는 것을 인촌 김성수는 다시한번 알려준다.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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