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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트라이트 받는 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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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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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이 깃든 굴’, ‘얼굴’이다. ‘얼굴’의 다른 말로 가장 흔한 게 ‘낯’이다. 그것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신관, 광대, 용안, 낯짝, 쪽, 세숫대야 등이다. 이 말들은 품격이 조금씩 다르다. ‘신관’이나 ‘낯’은 비교적 점잖은 축에 속한다. ‘용안(龍顔)’이야 더 말해 무엇하랴. ‘광대’와 ‘낯짝’은 급이 조금 낮다. ‘쪽’이나 ‘세숫대야’는 더 아래다. ‘쪽 팔린다’의 ‘쪽’도 거기에 해당된다. ‘세숫대야’를 즐겨 쓰는 이들은 ‘면상’도 입에 더불어 담는다.

상대의 얼굴을 점잖게 낮춰 부르는 말이 바로 ‘광대’다. ‘광대뼈’도 ‘광대’에서 나왔으니 ‘광대뼈’는 ‘얼굴뼈’다. ‘광대’는 얼굴 말고도 다양한 뜻을 가졌다. 남사당패에서 연극이나 줄타기, 판소리를 하던 사람을 ‘광대’라고 했다. 그들이 무대에 오를 때 쓰는 탈이나 몸에 걸치는 옷도 ‘광대’다. 얼굴에 물감을 칠하는 일도 ‘광대’다. 배우들이 분장하는 걸 옛날에는 ‘광대 그린다’라고 했다.

메이크업 안 한 얼굴이 ‘맨얼굴’이다. 요즘에는 그걸 줄여서 ‘민낯’ 혹은 ‘쌩얼’이라고 부른다. 거리에서 그런 얼굴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다시 보자 조명발, 속지 말자 화장발’이라고 하지 않던가. ‘20대는 화장, 30대는 분장, 40대는 변장’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들어봤다. 가수 남진은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한번만 마음 주면 변치 않는 여자가 정말 여자지’라고 노래했다. 요즘 여성들에게 그런 노랫말이 귀에 들리기는 할까.

‘작은 얼굴! 윤곽 또렷! 스포트라이트 받는 페이스’, 어느 화장품 전문매장에서 보았다. 과연 얼굴이 주먹만 해야 미인인가. 윤곽까지 또렷하면 그걸 어디 우리 얼굴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포트라이트 받는 페이스’, 요즘 참 가지가지다. 그중 압권은 ‘쥐’를 닮은 ‘페이스’ 아닐까. 마흔이 넘었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지라고 했다는 링컨도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을 지냈다고 다 같은 건 아닌가 보다.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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