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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교통사고로 보험금 5억 챙긴 일당 덜미
허위 교통사고로 보험금 5억 챙긴 일당 덜미
  • 남승현
  • 승인 2018.04.04 2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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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앱으로 공범 모집
7개월여 동안 74차례…경미한 접촉사고 위장
전화 한통이면 해결돼…보험사 제도 개선돼야
▲ 허위 교통사고를 통해 보험금 5억 원을 가로챈 일당을 검거한 전북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4일 전북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관련 증거물을 공개하고 있다. 조현욱 수습기자

“(카카오)톡하다 살짝 접촉사고가 났어요. 피해자와 합의하고 서로 다 헤어졌는데, 제 차량을 조금 수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7개월여 동안 무려 74차례나 사고를 낸 것처럼 꾸민 뒤 약 5억 원의 보험금을 챙긴 보험사기단 일당이 경찰에 덜미가 잡혔다. 그러나 정체가 들통나기 전까지 실제로 발생한 교통사고는 단 1건도 없었다. 발생하지도 않은 교통사고를 보험회사에 전화로 접수한 뒤 보험금을 챙겼다.

일상에서는 경미한 교통사고(전치 2주 이하 부상)로 보험사를 부르면, 진단서 발행 등 대부분의 서류 업무를 대행해 준다. 문제는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한 뒤 자동차 보험 처리를 하면, 보험사의 검사 없이도 진단서 1장만 제출해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다 보니 교통사고 보험사기를 치거나 수리비를 과다 청구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보험사기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보험사의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4일 허위로 교통사고를 내 보험금 5억 원을 가로챈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등)로 A씨(45)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은 또 A씨와 함께 사기극을 벌인 B씨 등 4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6년 12월 19일부터 지난해 7월 3일까지 교통사고를 꾸며 보험금을 타냈다. 서로가 가해자와 피해자로 사전에 각본을 짰다.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원칙에 따라 A씨는 쌍방이 조기에 합의할 경우 보험금을 신속히 지급하는 ‘경미한’ 교통사고만 노렸다. 절차는 간단했다. 보험사에는 “(카카오)톡하다 ‘쿵’하고 사고 났다”고 둘러댔고, ‘간단한 찰과상’으로 허위진단서를 제출했다. ‘중대한’ 교통사고였다면, 손상된 차량의 사진부터 입원 기록까지 제출해야 한다.

사기단은 일면식도 없다. A씨는 각종 범죄의 창구가 되는 ‘랜덤 채팅앱’을 통해 사람들을 모았다. A씨는 편취한 보험금을 반반 나눠 계좌이체로 지급했다. 더러는 은행을 함께 찾아가 직접 현금을 건네기도 했다.

도내에서 벌어지는 보험사기는 지난 2015년 45건 348명(구속 16명), 2016년 69건 660명(구속 6명), 2017년 107건 245명(구속 12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최근 3년간 피해 금액이 무려 610억5000만 원에 달한다.

최근 3년간 도내 보험사기 유형은 허위입원이 84건으로 가장 많았고, 허위과장 52건, 고의사고 35건, 피해과장 30건 등이다.

보험사기가 끊이지 않는 것은 편리한 보험 서비스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경찰을 부르지 않고, 당사자 간에 보험으로 해결하는 관행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미한 사고는 쌍방의 합의가 높은데다 보험사의 관리·감독이 충분하게 미치지 못하는 범죄의 사각지대에 있다. 이는 보험사기 범죄의 온상이 될 우려가 높다는 게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김효진 전북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장은 “사기단과 보험사는 단 한 차례도 만난 적이 없고 전화로만 보험금을 청구했다”며 “SNS 등을 통한 보험사기에 연루되면 함께 처벌을 받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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