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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타는 즐거움
세월을 타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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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0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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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팥죽도 설날 떡국도 두 그릇을 절대로 먹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사람은 아예 동지 팥죽과 설날 떡국을 먹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는 한 살의 나이라도 더 먹는 게 아쉬운 심정에서 하는 말이다.

그런데 필자도 10대 때는 나이를 빨리 먹어 어른들처럼 무엇이든 내 맘대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었다. 그런데 어느새 고희의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지금 세월이라는 열차를 타고 끊임없는 인생 여행 중이다. 흔한 말로 인생 열차는 나이대로 속력을 내서 10대 때는 10㎞로 달리고 50세는 50㎞로 달린다더니 어느새 나의 인생 열차는 70㎞의 속도까지 치닫고 있다.

이 세월의 인생 열차는 브레이크가 없어서 멈출 줄 모르고, 영어를 몰라 U턴할 줄도 모른다. 종착역을 알려주지도 않고 쉼 없이 달리면서 승객들의 애를 태우기만 한다. 과속 신호 위반이나 단속 카메라도 없어 무사통과다. 다만 멀미가 나서 도저히 견디기 어려운 사람들이 스스로 중도하차를 할 뿐이다.

그렇다면 이 인생 열차의 기관사는 누구일까? 바로 나 자신이다. 인생 여행을 즐겁게 해주거나 혹은 괴롭게 해주는 주도권을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관사인 내가 어떤 마인드로 운행하느냐에 따라 세월을 타는 기차의 맛이 달라진다는 말이다.

요즈음 와서야 나는 우리 연령대의 속력이 세월을 타는 가장 안정적이고 행복한 속도라는 걸 느끼게 되었다. 60㎞는 좀 더디고, 80㎞ 이상은 과부하가 생겨 어지러워 70㎞대가 편안하고 경제적인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속도가 바로 지금 우리들 세대의 인생 속도인 것이다. 인생을 마음의 부담 없이 만족하게 즐길 수 있는 때라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우리 또래들은 정말 좋은 시기에 살고 있지 않은가?

공자는 일찍이 논어의 위정편(爲政篇)에서 ‘칠십이종심소욕불유구(七十而從心所欲不踰矩), 즉 일흔 살에 마음이 하고자 하는 바를 따랐지만 법도에 넘지 않았다’고 했다. 이 말은 70대가 인생의 가장 황금기임을 말한다. 달력 한 장 한 장 뜯겨지는 것을 한탄할 게 아니라 뜯는 재미를 찾으면 이 또한 크나큰 즐거움이 아닐까?

도전지락(挑戰至樂)! ‘도전한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이다. 젊은이만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내가 좋아하는 것에 도전해 보는 열정. 목표를 성취했을 때 느끼는 희열, 이것이야말로 우리를 더욱 젊음으로 되돌리는 생명수가 되는 것이다. 나날이 성숙해가는 손주들을 보는 재미도 나이 먹는 즐거움일지고.

늘어나는 주름살, 바닥나는 체력, 희망이 없는 삶 등 이렇게 비관적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차피 흘러가는 세월에 먹는 나이인데 남들이 뭐라 하던 내 취미를 살려 한 번쯤 도전정신으로 재미를 느끼고 또 주변에서 행복을 찾는다면 이 같은 노년의 즐거움이 어디에 있으랴!

가을 날 물들어 가는 감나무 잎처럼 뜨겁고 어두웠던 마음들을 널어 말리며 이제는 온 힘 다해 살지 않기로 하자. 싹이 돋고 잎이 자라 낙엽이 지는 사이 자박 자박 누군가 오고 또 누군가 가버린 인생 여행의 순례에서 그대와 나의 발자국을 하나로 포개보는 일이다. 다시 한 번 천천히 햇살에 나를 꺼내 말리며 살아갈 일이다. 인생 열차가 멈출 때까지 세월을 타는 즐거움을 만끽해보자.

△김재균 씨는 전주 양지초등학교 교장으로 42년 공직생활을 마쳤다. 교단 재직시 가족이 함께 하는 교육에 힘써 한국일보사가 제정한 ‘한국교육자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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