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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와 밴드왜건
여론조사와 밴드왜건
  • 김원용
  • 승인 2018.04.11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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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쇼핑에 나온 품목은 항상 매진 임박이다. ‘마지막 세일’과 곁들여 시청자들에게 구매의 충동을 느끼도록 만든다. 판매 품목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구매하지 않으면 손해일 것 같은 느낌을 갖게 만드는 비결인 셈이다.

‘남이 장에 간다 하니 거름 지고 나선다’ ‘숭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 ‘남이 치는 장단에 엉덩이춤 춘다’와 같은 부하뇌동을 일컫는 속담들이 많은 걸 보면 줏대없이 남을 따라하는 습성은 오늘날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이런 현상을 경제적 용어로 ‘밴드왜건(band wagon)효과’라고 한다. 특정상품의 유행이 새로운 수요를 유발하는 현상으로 정의된다. 편승효과라고도 한다. 밴드왜건의 본딧말은 밴드들이 탄 마차다. 서커스나 퍼레이드 행렬의 맨 앞에 선 밴드차가 요란한 연주로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 밴드차가 지나가면 별 생각 없이 우르르 쫓아가는 현상이 바로 밴드왜건 효과다. 선물을 주고받는 각종 기념일을 만들어 소비를 부추기는 것이나, 베스트셀러 목록을 서점에 내거는 것 등이 이런 효과를 노려서다.

밴드왜건은 상업적 목적에 그치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널리 활용된다. 특히 선거과정에서 밴드왜건은 강력한 위력을 갖는다. 행렬의 선두에 있는 밴드왜건을 따라 대중들이 몰리는 현상을 정치인들이 간과할리 없다. 대세론으로 몰아가면서 동조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 언론사에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언론사의 여론조사는 후보의 지지도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흐름일 뿐이다. 그럼에도 후보들은 여론조사에 사활을 건다.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유력후보에 쏠리는 대중심리를 알기 때문이다. 언제 여론조사를 실시할지 미리 알아낸 뒤 조직적으로 대응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선거캠프의 기본이다. 여론조사에서 평소 10%도 안 되는 응답률이 선거시즌에는 20%대를 넘기도 한다. 전북일보와 전주 KBS가 최근 실시한 지방선거 여론조사 역시 지역에 따라 40%가 넘는 응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의 높은 전화 응답률에 대해 유권자들의 정치적 관심이 그만큼 높다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후보 조직의 가동에서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여론조사의 함정이며, 한계다. 조직을 잘 갖추는 것 역시 후보의 능력이기는 하다. 그러나 조직에 의해 움직이는 여론조사 결과가 여론의 왜곡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밴드왜건 효과를 누구보다 잘 아는 후보들에게 뒷짐을 지라는 요구가 통할 리 없다. 부화뇌동과 상반되는 초지일관·독야청청을 유권자들에게 외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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