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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전] 이토록 우아한 '종이'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전] 이토록 우아한 '종이'
  • 서유진
  • 승인 2018.04.12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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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차드 스위니 작품
하얀 종이를 마주하면 마음이 설렌다.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림을 그릴 땐 무엇을 어떻게 그릴까. 글을 쓸 땐 무엇을 어떻게 쓸까하고 약간의 긴장감마저 들면서 가슴이 떨린다.

종이를 사용한 예술작품 전시회에 갔다. 서울 경복궁 옆 대림미술관에서 지난해 12월 7일부터 5월 27일까지 ‘Paper, Present: 너를 위한 선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10팀의 아티스트들이 종이라는 특수한 속성에 집중, 종이 자체의 순수한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종이에 감성을 입혀 바람, 별 빛, 햇살 등과 같은 자연적 현상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전시회다.

첫 번째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페이퍼아트계의 가우디라 불리는 리차드 스위니(Richard Sweeney)의 작품 ‘고요한 새벽의 별 빛’이 시선을 압도한다. 새까만 배경에 종이를 입체적으로 접어 만든 대형 설치 작품으로 내 자신이 우주 공간에 부유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제목처럼 새벽의 별빛들이 물결치듯 우아하게 일렁이는 우주 조각품 같다.

짐앤주(Zim&Zou)는 강렬한 비주얼의 페이퍼 아트를 구사하는 프랑스 듀오 디자이너다. 그들의 작품 ‘거리에서 만난 동화’는 제목처럼 화려한 여러 색깔의 색종이를 사용, 거리의 쇼윈도 너머로 보이는 동화 같은 장면을 보여준다.

완다 바르셀로나(Wanda Barcelona) 디자인 스튜디오 작품 ‘꽃잎에 스며든 설렘’은 4000여 개의 종이 꽃송이들과 투명한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이용한 초현실적인 공간이다. 흐드러지게 핀 하얀 등꽃송이들이 천장으로부터 길게 늘어져 내려진 공간은 마치 등나무 숲속에 들어선 것 같다. 숲속 길을 돌아서면 하얀 등꽃송이 사이에 그라데이션을 한 천연색 꽃송이들이 얼굴을 내밀고 있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마지막으로 국내 디자인 그룹 ‘마음 스튜디오’는 ‘그곳에 물든 기억’이란 제목으로 연분홍빛의 종이 갈대로 산책로를 이룬다. 갈대들은 사방을 둘러싼 거울에 반사되며 끝없이 펼쳐져 천장의 은은한 빛과 함께 어릴 적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 몽환적인 음악까지 더해져 잠시 모든 것을 잊게 한다.

이번 전시는 필명이 ‘오밤’인 이정현 작가가 각 섹션마다 종이작가와 콜라보를 한 연출이 신선했다. 오밤 작가의 시구를 섹션마다 전시 공간 바닥에 조명을 쏘아서 읽을 수 있게 한 아이디어는 인상 깊었다.

‘너의 하늘로 내려가/ 깜깜한 너의 밤에/옅은 빛이라도/ 보태어 주고 싶어서’

‘그 많은 것들 중/ 너는 왜 하필 꽃이어서/ 걷던 나를 멈추게 해/ 너만 바라보게 만들어’

이번 전시회는 종이의 아름다움을 예술로 만나는 시공간의 선물이었다. 하얀 종이를 다양한 기법으로 접고, 다양한 모양으로 잘라 붙이고, 여러 색깔의 색종이를 접어 붙이고, 늘어뜨리거나 세워서 환상적인 작품을 만든 작가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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