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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머리카락
베토벤의 머리카락
  • 김은정
  • 승인 2018.04.12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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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카고의 아르곤연구소는 미국 최초로 설립된 국립연구소다. 1946년 문을 열었으니 60년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기초원자연구와 핵에너지의 평화적 사용을 위해 설립된 이후 기초과학, 에너지자원 개발, 국가안보 등을 연구해온 이 연구소가 1999년 일반인들에게도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1827년 쉰일곱 살에 세상을 떠난 베토벤의 실제 사인이 납중독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베토벤은 천재음악가로 시대를 이끌었지만 평생 우울증과 간경화, 신장과 폐 질환 등 온갖 질병을 안고 살았다. 젊은 시절, 청력이 약화되기 시작해 끝내는 듣지 못하는 처지가 되었으니 음악가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불행했을까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더구나 당대 사람들은 그가 매독에 걸려 정신질환에 온갖 질병까지 안게 되었다고 단정했다. 그가 사망한 것도 결국 매독 때문이라고 믿었다. 당시는 매독에 걸리면 치료제가 없어 죽을 때까지 합병증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맞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20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 밝혀진 사망 원인은 달랐다. 아르곤연구소는 오랫동안 보관되어 온 베토벤의 머리카락을 분석해 정상인의 100배가 넘는 납 성분이 검출되었다고 발표했다. 당시 납은 매독 치료제가 아니었고, 경우에 따라서는 매독 치료에 비소나 수은이 사용됐지만 어느 것도 검출되지 않았다는 분석 결과는 놀라웠다.

중추신경계 이상을 비롯해 정신착란 등 치명적 질병을 유발할 수 있는 납에 베토벤이 어떻게 중독되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의 사인이 매독이 아니었다는 것은 비로소 근거 있는 사실이 되었다.

베토벤의 사인이 200년 가깝게 보관되어온 머리카락으로 밝혀졌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의 머리카락이 오늘에 까지 남겨진 것은 죽은 사람을 기리기 위해 머리를 잘라 간직했던 당시 유럽의 풍습 덕분이다.

베토벤은 자신의 괴팍한 품성 때문에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고 질병의 원인 또한 매독으로 의심받는 상황을 몹시 고통스러워했던 모양이다.

그는 자신이 죽은 뒤 부검을 해서라도 질병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서른두 살 때 동생 칼과 요한에게 남긴 ‘하일리겐슈타트의 유서’에서다.

당대 사람들은 베토벤의 사인을 매독으로 단정했다. 매독이 가져오는 수많은 합병증과 매독에 걸려도 치료제가 없다는 당시의 환경으로 이어낸 추측이 근거(?)의 전부다.

베토벤은 유서에서 이렇게 절규한다.

‘오오 사람들이여 그대들이 언젠가 이 글을 읽는다면 그대들이 나를 얼마나 부당하게 대해왔는지 생각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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