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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4장 풍운의 3국(三國) ⑫
[불멸의 백제] 4장 풍운의 3국(三國) ⑫
  • 기고
  • 승인 2018.04.1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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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평양성, 대막리지 겸 대대로, 5부(部) 전대인의 수장(首長) 연개소문의 저택은 왕궁 못지않았다. 계백 일행이 대막리지 궁(宮)에 닿았을 때는 다음날 오후 술시(8시) 무렵, 주위는 어둠에 덮여 있었지만 저택은 휘황한 불빛을 내품고 있다. 활짝 열린 대문 좌우로 군사들이 도열해 섰고 횃불을 밝혀서 대낮같다. 백제 사신을 맞는 것이다. 장군 복장의 사내가 대문 앞에서 말에서 내리는 계백에게 다가왔다.

“대막리지 전하의 명을 받고 백제 사신을 맞습니다. 장군 윤현입니다.”

“백제 사신 계백입니다.”

인사를 나눈 계백이 부사(副 ) 화청과 유만을 소개했다. 연개소문의 대접은 융숭했다. 대문을 2개나 통과하는 동안 도열한 군사는 수백 명이다. 계백일행은 안쪽 영빈관으로 안내되어 여장을 풀었다.

“내일 오전에 전하께서 부르실 것이다.”

윤현이 계백에게 정중한 태도로 말했다.

“그동안 여독을 푸시기 바랍니다.”

영빈관은 2층 건물로 방이 수십 개에 청이 딸려있고 시중드는 하녀만 수십 명이다. 불은 대낮같이 밝힌 청에서 진수성찬으로 저녁을 먹으면서 화청이 감동한 표정으로 계백에게 말했다.

“고구려 대막리지의 위용이 왕보다 윗길이라고 하더니 과연 그렇군요.”

목소리를 낮춘 화청이 말을 이었다.

“백제 입장으로는 건무가 왕이었을 때 보다 지금이 훨씬 유리하지요.”

영양왕 건무는 연개소문에 의해 죽임을 당한 후에 온 몸이 토막으로 잘려 전국에 전시되었던 것이다. 당(唐)에 굴종한 모습을 보인 벌이었다. 더구나 왕이 참석한 대연회장에 모인 고구려 고관 2백여 명을 모조리 참살한 것이다. 한 명도 살려주지 않았다. 연개소문의 잔학성은 곧 공포심과 함께 위압감으로 만방(萬邦)에 전파되었다. 당(唐) 조정에서는 고관뿐만이 아니라 황제까지도 연개소문의 이름이 나올 때는 서늘한 기운을 느낀다고 할 정도다. 다음날 오시(12시) 무렵, 계백과 화청, 유만이 관복을 갖춰 입고 연개소문이 좌청하고 있는 내궁의 대정청으로 들어섰다. 사방 2백자(60m)가 넘는 대정청에는 1백여 명의 고구려 고관들이 좌우로 나뉘어서 앉아있었는데 앞쪽에 붉은색 천이 깔린 계단 5개가 놓여졌고 그 뒤에 연개소문이 앉아있다. 왕보다도 더 위압적인 배치다. 안내역을 맡은 관리가 계단 10보쯤 앞에서 멈춰서더니 연개소문을 올려다보았다. 말했다.

“대막리지 전하, 백제국 사신이 뵈러 왔습니다.”

“그러냐?”

연개소문이 그렇게 말을 받았는데 목소리가 우렁찼다. 그 순간이다. 연개소문이 선뜻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계단을 내려왔다. 계백은 숨을 들이켰다. 연개소문은 소문대로 칼을 5자루나 차고 있다. 양쪽 허리에 2개씩, 그리고 등에도 비스듬히 한 자루를 매었다. 날렵하게 계단을 내려 온 연개소문이 계백의 세 걸음 앞으로 다가와 섰다. 두 눈을 치켜뜬 연개소문의 모습에서 위압감이 풍겨나왔다. 계백도 장신이지만 연개소문은 비슷한 체구다. 그때 연개소문이 말했다.

“계백공인가?”

“네, 대막리지 전하.”

계백이 두 손을 모으고 연개소문을 향해 절을 했다.

“백제 대왕의 사신 계백입니다.”

“잘 오셨어.”

머리를 끄덕인 연개소문이 그 자리에 앉으면서 계백에게 앉으라는 손짓을 했다.

“계백공, 거기 앉게. 뒤쪽 일행도 앉아.”

“예, 전하.”

파격이다. 계백은 놀라 숨을 들이켰다가 곧 무릎을 꿇고 앉았다. 뒤쪽의 화청과 유만도 앉는다. 관리들이 서둘러 연개소문과 계백 일행에게 방석을 가져와 앉도록 했다. 이윽고 편하게 앉은 연개소문이 웃음 띤 얼굴로 계백을 보았다.

“계백공, 그대가 가야군주 김품석의 목을 베었다고 들었다. 맞는가?”

“예, 전하.”

“장하다. 오랜만에 용사를 보게 되는구나.”

연개소문의 목소리가 대정청을 울렸다.

“기습군 1천으로 내성에 진입했다지? 성안에는 2만 가까운 신라군이 있었다면서?”

연개소문의 두 눈이 번들거리고 있다. 이때 연개소문은 43세다. 김춘추와 동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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