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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75) 4장 풍운의 3국(三國) ⑬
[불멸의 백제] (75) 4장 풍운의 3국(三國) 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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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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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그때 연개소문이 계백에게 말했다.

“나는 등에 붙은 거머리를 떼어내야 하고 그대의 백제는 옆구리를 물려는 여우를 쳐야 되지 않겠는가?”

“예, 전하.”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연개소문은 당(唐)을 거머리로 비유했다. 엄청난 비하다. 어깨를 편 연개소문이 말을 이었다.

“이제 백제가 신라 우측의 대야주 42개 성을 공취했으니 신라는 영토의 3할을 잃었다. 여왕의 안위도 위험해질 것이야.”

계백의 시선을 받은 연개소문이 빙그레 웃었다.

“상대등 비담이 차기를 노리고 있지만 김춘추가 만만한 놈이 아니야.”

담로에서 성장한 계백은 신라 내부 사정에는 익숙하지 못하다. 계백은 듣기만 했고 연개소문이 말을 이었다.

“비담 일파는 왕위나 노리는 가소로운 놈들이지만 김춘추는 신라를 이끌어갈 놈이야. 더구나 김유신과 피로 엮인 사이다. 두 놈이 신라의 기둥이지.”

“예, 전하.”

그때 무관들이 다가와 연개소문과 계백 앞에 국그릇만한 술잔이 놓인 작은 상을 놓고 갔다. 술잔에는 술이 가득 담겨 있다.

“계백공, 들라.”

술잔을 든 연개소문이 말했다.

“다른 사람들은 나중에 마시고 나하고 그대하고 먼저 한잔씩 하자.”

“예, 전하.”

연개소문이 벌컥이며 술을 마셨고 계백도 술잔을 들었다. 단숨에 잔을 비운 연개소문이 술잔을 내려놓더니 계백을 향해 웃었다.

“내가 20여년 전 대륙을 유람했었는데 그때 태원유수 이연과 그의 아들 이세민을 만났었네.”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 이연은 곧 당의 고조(高祖)이며 이세민은 지금의 당 태종이다. 연개소문이 말을 이었다.

“이연은 고구려 막리지의 아들인 나를 융숭하게 대접했는데 이세민을 시켜 근처 명승지를 안내해 주었네.”

계백의 표정을 본 연개소문이 빙그레 웃었다.

“이세민이 한 말이 기억나네. 내가 천하의 영웅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고구려의 을지문덕 장군이라고 하더군. 물론 내가 고구려인이라 듣기 좋게 한 말이겠지만 그때 이연은 수나라 태원유수였고 양제의 1, 2차 고구려 원정이 실패로 끝난 후였거든.”

“그렇군요.”

“이연은 이미 반심(反心)을 굳힌 터라 고구려 막리지의 아들인 나를 융숭하게 대접한 거야.”

연개소문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그때 이세민이 그랬어. 제가 아버지를 부추겨 난을 일으킬 테니 고구려는 등을 치지 말아달라고 말이네.”

“이세민이 말씀입니까?”

“그놈이 그때부터 반란의 주역이었어. 애비 이연은 이세민이 시키는 대로만 했고.”

“과연.”

“그러다 이연이 장남 건성을 태자로 세웠으니 이세민이 가만있겠는가? 현무문의 난을 일으켜 건성, 동생 원길의 자식들까지 몰사시켰지.”

“전하께서는 이세민과 그런 인연이 있으셨군요.”

“그런 이세민한테 개처럼 굽신거렸던 건무는 왕이 될 놈이 아니었어.”

“……”

“이세민이 내가 건무를 죽이고 사지를 고구려 전역에 보내 전시했다는 것을 들었을 거야.”

“……”

“정신이 번쩍 들었겠지. 나한테 두 손으로 술잔을 건네었던 그때를 떠올렸을 것이라고.”

“영웅이십니다.”

“백제와 고구려가 힘을 합치면 이세민이는 쥐구멍에다 대가리를 박을 거야.”

그때 계백이 의자왕의 밀서를 꺼내 연개소문에게 내밀었다.

“백제 대왕께서 당과의 결전에 백제도 군사를 내놓는다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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