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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76) 4장 풍운의 3국(三國) ⑭
[불멸의 백제] (76) 4장 풍운의 3국(三國) 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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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1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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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바로 그분이 대막리지셨군요.”

영빈관으로 돌아오는 계백에게 다가온 부사(副使) 화청이 열에 뜬 목소리로 말했다. 영빈관은 연개소문 대저택 안이어서 사신 일행은 걸어가고 있다.

“무슨 말이야?”

계백이 묻자 화청이 옆으로 다가와 걷는다. 이제는 얼굴까지 상기되어 있다.

“한솔, 제가 태원유수 휘하 막장이었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랬지.”

이제는 부사(副使) 유만까지 옆으로 다가왔다.

화청이 말을 이었다.

“저는 그때 성밖 검문소를 지키고 있었는데 유수한테 고구려 밀사가 왔다는 소문이 났습니다.”

“밀사가?”

“예, 밀사가 유수를 만나고 갔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소문이 났어?”

그때 화청의 얼굴에 쓴웃음이 떠올랐다.

“지금에야 내막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솔.”

“무슨 말이야?”

“그 밀사는 대막리지가 맞습니다.”

“그런가?”

“그런데 그 소문은 이세민이 일부러 퍼뜨린 것 같습니다.”

화청이 거침없이 말을 잇는다.

“그 당시는 수(隨)의 사방에서 반란이 일어났고 가장 두려운 세력이 동북방의 고구려였지요. 양제의 대군을 두 번이나 몰사시킨 고구려가 쳐들어오면 반란군은 풍비박산이 될 것이었고 수는 단숨에 멸망한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거든요.”

“그렇겠군.”

“그런데 대막리지가 다녀가셨단 말입니다.”

화청의 얼굴에 다시 웃음이 떠올랐다.

“어떤 소문이 난지 아십니까? 유수 이연의 뒤를 고구려 대군(大軍)이 밀어주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입니다.”

“아하.”

“그러자 주저하던 장졸들도 이연, 이세민을 따르게 되었던 것이지요.”

“과연.”

“이세민이 소문을 퍼뜨린 것입니다.”

“간교한 놈이 맞군요.”

유만이 그렇게 말했지만 계백은 숨만 들이켰다. 이세민의 빈틈없는 성품을 느꼈기 때문이다. 전시(戰時)에 맞는 군주가 있고 평시(平時)에 어울리는 군주가 있다고 했다. 이세민이 전시에 어울리는 군주다. 그날 밤 침소에 들었던 계백이 놀라 눈을 크게 떴다. 침대 옆쪽에 여자 하나가 앉아있다가 일어섰기 때문이다.

“누구냐?”

놀란 계백이 묻자 여자가 시선을 내린 채로 대답했다.

“밤 시중을 들라는 분부를 받았습니다.”

“이런.”

방안에는 양초를 여러개 켜 놓아서 여자의 자태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림자가 분명한 밤에는 여자의 모습이 더욱 선명해진다. 여자는 미색이다. 분홍빛 치마 저고리를 입었고 허리끈을 맨 허리는 잘록했지만 가슴과 엉덩이는 크다. 한동안 여자를 응시하던 계백이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이냐?”

“반강이라고 합니다.”

고분고분 대답한 여자가 계백의 뒤로 가더니 겉옷을 벗겼다. 익숙한 태도다. 계백이 뒤에 선 여자에게 다시 물었다.

“시중들 여자는 나한테만 왔느냐?”

“아닙니다. 부사(副使), 사신 일행으로 온 군사까지 모두 여자가 갔습니다.”

“어허.”

그러니 정사(正使)께서도 저를 그냥 보내지 마십시오.”

여자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띄워져 있다. 겉옷을 벗은 계백에게 여자가 헐렁한 침소 옷을 건네주면서 말했다. 이제 앞에서 본 여자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풀려 있다.

“이곳은 고구려입니다. 고구려의 풍습을 따르시는 게 낫습니다.”

그때 계백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고구려 여자들이 기가 세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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