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09-21 17:21 (금)
대마불사 신화를 바라는가
대마불사 신화를 바라는가
  • 김재호
  • 승인 2018.04.24 19: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인 생명은 청렴 그것을 잃으면 부패 이미 생명을 잃은 것
▲ 수석논설위원

20년 전에 터진 IMF 구제금융 사태는, 어쨌든, 한국 사회에 큰 변화를 일으킨 기폭제가 됐다. 정치·경제·사회 등 각계 각층에서 변화와 혁신의 바람이 불었다. 당시 멀쩡해 보였던 기업까지 줄줄이 도산하는 일이 비일비재 했고, 살인적 고금리에 그야말로 고혈을 짜내야 하는 서민들도 많았다. 그런 큰 고통이 따랐지만 결국 극복해 냈다. 땅이 비온 뒤에 더 단단해지듯 한국사회의 토대도 한층 견고해졌다.

이 때 국민들이 확인한 대표적인 것이 ‘대마불사 신화’는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 사건으로 잘 나가던 기아와 대우가 망했다. 그 때까지 잘 나갔던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은 결국 한국에서 재기하지 못했다.

당시의 국가대표급 거대 은행이었던 주택, 한일, 상업, 외환 등이 줄줄이 역사 뒤안길로 사라졌다. 당시 급부상하던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이 국내 금융권을 장악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대마불사 기업들이 모래성처럼 쓰러진 것은 정경유착 관행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은행은 권력의 전화 한 통에 눌려 부실기업에 거액을 대출하는 등 불투명한 경영행태가 횡행했다. IMF 사태가 없었다면 그들만의 밀어주기 관행이 지금도 여전할 것이다.

물론 IMF충격으로 일소된 것은 아니어서 최근까지 우리 사회가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거액의 뇌물을 박근혜 측에 제공했다는 혐의로 재판 받고 있다. 그런 부적절한 돈을 건넨 사실이 인정된 신동빈 롯데 회장은 지난달 법정구속됐다.

“누가 저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라며 결백을 주장, 대통령에 당선돼 권력을 누렸지만 이명박은 결국 대중이 던진 돌에 맞아 철창에 갇혔다. 핵심 인사들은 그의 허물을 알았거나, 눈치챘거나, 큰 의심을 품었을 것이지만 정의를 걷어차고 권력이란 독배를 선택했다.

IMF 이후 20년 만에 ‘제 아무리 대마라도 정도를 벗어나면 언제든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박근혜와 이명박 두 사람이 몸을 던져 증명해 주었다. 그들은 똑똑해 보였고, 그래서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지만 권력 욕망에 그들의 눈은 멀었고, 천길 나락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국민에게 쫓겨난 대통령, 부하에게 살해된 대통령, 구속된 대통령, 자신은 구속되지 않았지만 가족과 측근들의 비리 때문에 비참한 삶에 처했던 대통령이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했다. 아무 생각없이 본능적으로 낚싯밥을 물어대는 붕어와 다를 게 없는 행동이었다.

정치인은 능력도 중요하지만 청렴이 생명이다. 청렴함을 잃으면 부패한 것이니, 이미 생명을 잃은 것이다.

최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국회의원 시절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정치자금을 자신이 속한 단체에 ‘셀프 기부’ 했다는 등 부적절한 사실이 드러나 취임 14일만에 낙마했다. 청와대는 피감기관 예산 등으로 해외출장 다녀오는 일은 ‘김기식 국회의원’만 한 일이 아니라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해 오던 관행이었다며 맞섰지만, 선관위가 대체적으로 ‘위법’ 판단하자 그의 사표를 수리했다. 청와대는 선관위에 묻지 말고 스스로 판단했어야 했다. 다른 국회의원들도 했으니 허물이 아니라는 식의 판단은 잘못된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당의 공격에 자기 합리화만 할 때가 아니다. 시민단체가 피감기관들을 대상으로 조사에 나섰고, 청와대 청원도 봇물이다. 이번 기회에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피감기관 예산으로 해외에 다녀온 일들을 낱낱이 밝혀보라.

상대에게 엄격하면 자신에게는 더욱 엄격해야 한다. 그게 진짜 권력이고, 적폐를 확실히 청산할 수 있는 힘, 대한민국을 바로 세우는 첫걸음이다. 청와대와 민주당은 야당 시절을 되돌아 보며 행동해야 성공할 수 있다. 제식구 감싸기는 대마불사 신전에 향 피우는 구시대적 작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