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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80) 4장 풍운의 3국(三國) 18
[불멸의 백제] (80) 4장 풍운의 3국(三國) 18
  • 기고
  • 승인 2018.04.25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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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수렵 사흘째 되는 날 아침, 사신 일행과 식사를 마친 계백이 상을 물렸을 때 연개소문의 위사장 연가복이 서둘러 진막 안으로 들어왔다.

“장군, 전하께서 급히 오시랍니다.”

화청, 유만과 함께 앉아있던 계백이 긴장했다.

“무슨 일이오?”

연가복은 연개소문의 친척이다. 연씨 가계여서 뼈대가 굵고 칼을 3개나 찼다.

“예, 신라의 김춘추가 국경을 넘어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연가복의 수염투성이 얼굴에서 눈이 웃음을 띠고 있다.

“사신으로 국경을 넘어온 것입니다.”

“사신으로?”

“예, 전하께서 그 일로 뵙자고 합니다.”

계백이 서둘러 몸을 일으켰다. 따라 일어선 화청이 쓴웃음을 지었다.

“고구려에 백제, 신라의 사신이 동시에 들어왔군요.”

“다급했기 때문이지요.”

유만이 따라 웃었다.

“뭐라고 말할지 뻔합니다.”

계백은 서둘러 연가복을 따라 진막을 나왔다.

“연개소문의 진막은 바로 옆쪽이다. 안으로 들어서자 측근 고관들과 함께 앉아있던 연개소문이 웃음 띤 얼굴로 맞는다.

“위사장한테서 들었는가?”

“예, 전하.”

“김춘추가 남부(南部)고합성에 들어왔으니 사흘 후면 이곳에 닿을 거네.”

어깨를 편 연개소문이 짧게 웃었다.

“그놈이 다급했어.”

“허나 대담합니다, 전하.”

앞쪽에 앉은 계백이 연개소문을 보았다.

“차기 왕을 노리는 인물이 목숨을 걸고 적진에 단신으로 들어온 것 아닙니까? 적이지만 용기가 가상합니다.”

“칭찬인가?”

“예, 전하.”

“과연 그렇구나.”

머리를 끄덕인 연개소문의 얼굴에는 여전히 웃음기가 떠올라 있다.

“계백, 김춘추가 뭐라고 말할지 예상이 되는가?”

“예, 전하.”

“말해보라.”

“백제가 신라의 명운을 끊게 되었으니 이제 고구려는 등 뒤로 강적을 맞게 되었다고 할 것입니다.”

“맞는 말이지.”

주위가 조용해졌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고구려 영토였던 한수 하류의 신주(新州)를 1백 년 만에 반환한다고 할 것입니다.”

“하긴 내버려두면 곧 백제에게 빼앗길 테니까.”

“고구려가 대륙 정벌을 하는 동안 신라는 백제를 견제하고 신하(臣下)국으로 조공을 바친다고도 할 것입니다.”

“여왕을 내 첩으로 준다는 말은 안할까?”

연개소문이 정색하고 말했기 때문에 둘러앉은 고관들은 눈만 끔벅였다. 그때 계백이 쓴웃음을 지었다.

“전하, 김춘추와 비담 둘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시지요.”

“그렇군.”

마침내 연개소문이 천천히 머리를 끄덕이더니 둘러앉은 고관들을 보았다.

“너희들도 들었느냐?”

“예, 전하.”

고관들이 일제히 대답했다. 지난번 영류왕 건무를 참살했을 때 연희장에 모였던 고구려 5부대인(大人), 물론 서부대인 연개소문을 제외한 4부대인과 고관 전원을 죽였다. 그래서 모든 고관은 연개소문의 심복으로 심어진 셈이다. 고관들이 일제히 대답했을 때 연개소문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가 신라 차기 왕(王)을 정해야 되겠구나. 자,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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