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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81) 4장 풍운의 3국(三國) 19
[불멸의 백제] (81) 4장 풍운의 3국(三國) 19
  • 기고
  • 승인 2018.04.26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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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연개소문의 대저택 청 안, 오늘도 붉은색 계단 위의 보료에 기대앉은 연개소문의 위용은 왕 이상이다. 계단 아래쪽 청에는 고관들이 좌우로 갈라져서 마주보고 앉았는데 안쪽 계단 밑에서부터 관등 순(順)으로 청 입구 쪽까지 20여 줄이 되었으며 뒤쪽에도 대여섯이 앉아있는 터라 1백여 명의 고관이 마주보고 앉은 셈이다. 그러나 청 안은 숨소리도 나지 않는다. 화려한 금박, 은박 장식을 붙인 붉고, 누렇고, 푸른 관복, 청 안에는 붉은색 아름드리 기둥이 수십 개 늘어섰으며 벽과 천장에는 금박을 입힌 온갖 조각이 새겨졌다. 사방이 탁 트인 청은 넓어서 끝이 아득하게 보였지만 계단 위 용상에 앉은 연개소문의 숨소리도 끝 쪽까지 들린다. 소리가 기둥에 부딪쳐 사방으로 새지 않도록 건축되었기 때문이다. 그때 청 끝의 마당에 신라 사신 일행이 들어섰다. 안내해온 관리가 청으로 올라오기 전에 소리쳐 보고한다.

“신라 사신 이찬 김춘추가 대고구려 대막리지 전하를 뵈오러 왔습니다!”

그것을 청 안의 집사부 대관이 받아서 다시 외친다. 그동안에 김춘추 일행은 청 아래쪽 계단에서 기다리고 있다.

“신라 사신 이찬 김춘추가 대막리지 전하를 뵈오러 왔습니다!”

대관의 말을 들은 계단 밑의 전내부 막리지가 연개소문을 올려다보았다. 연개소문이 머리를 끄덕이자 막리지가 곧 대관에게 지시했다.

“김춘추를 청에 오르도록 하라.”

“예.”

대답한 대관이 청 아래의 관리에게 소리쳤다.

“김춘추를 청에 오르도록 하라!”

“예.”

그때서야 관리의 안내로 김춘추가 계단을 올라 청으로 들어선다. 김춘추 일행은 여섯. 신라 이찬 복장의 김춘추가 앞장을 섰고 부사(副使) 둘이 각각 비단으로 싼 상자를 두 손으로 받쳐 든 채 뒤를 따랐으며 셋은 보좌역으로 그 뒤를 따른다. 이윽고 김춘추가 좌우로 갈라 앉은 고구려 고관 사이를 지나 연개소문이 앉은 계단에서 10보 거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미리 관리로부터 지시를 받은 것이다. 그때 막리지가 연개소문에게 보고했다.

“전하, 신라 이찬 김춘추가 왔소이다.”

“그러냐?”

연개소문의 목소리가 처음 울렸다. 연개소문이 눈을 가늘게 뜨고 계단 아래쪽 10보 거리의 김춘추를 내려다보았다.

“네가 김춘추냐?”

“예, 전하.”

김춘추가 두 손을 모으고 연개소문을 올려다보았다. 무릎을 꿇은 채다. 시선이 마주치자 연개소문이 빙그레 웃었다.

“네 여왕이 아직 처녀라던데, 내 측실로 데려올 생각은 없느냐?”

“전하, 고구려, 신라의 동맹을 위해서라면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김춘추가 똑바로 연개소문을 보았다. 눈이 맑고 피부는 미끈하다. 곧은 콧날, 입술에는 옅은 웃음기까지 띄워져 있다.

“흠.”

연개소문이 김춘추의 응답에 조금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어깨를 부풀렸다가 내린 연개소문이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백제에게 대야주를 잃고 절박해졌구나. 네 사위가 대야군주 아니었느냐?”

“예, 전하.”

“사위와 딸이 모두 죽었지?”

“예, 전하.”

계백은 김춘추가 심호흡을 하는 것을 보았다. 김춘추는 지금 계백의 바로 앞에 앉아있다. 계백이 옆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계백이 고구려 관리 복장으로 앉아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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