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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83) 4장 풍운의 3국(三國) 21
[불멸의 백제] (83) 4장 풍운의 3국(三國)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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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4.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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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물러가 기다리라.”

가타부타 대답을 안 하고 연개소문이 그렇게 말하는 것으로 김춘추는 일어나야만 했다. 사신 일행이 청을 나갔을 때 연개소문이 단을 내려와 위쪽 평좌(平座)에 앉는다. 그리고는 계백에게 가까이 오라는 손짓을 했다. 계백이 다가가 앉았을 때 연개소문이 막리지에게 지시해서 고관들을 물러가게 했다. 잠시 후에 청에는 연개소문과 측근 대신(大臣), 그리고 계백까지 7, 8명이 모여 앉았다. 이것이 연개소문의 성격이다. 격식에 구애받지 않고 병졸과 같이 길바닥에서 밥을 먹다가 칼을 5자루나 차고, 매고 계단 위의 용상에 앉아 거드름을 피운다. 연개소문이 측근 대신들에게 묻는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용이 제 발로 그물 안으로 들어왔다.”

그때 막리지 양성덕이 대답했다. 양성덕은 남부대인(南部大人)으로 백제, 신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지역의 장(長)이다.

“죽여야 합니다. 김춘추 저놈이 영민하고 담대하다는 소문이 났으나 이번에는 제가 제 꾀에 넘어간 경우올시다. 오만함 때문에 실수를 한 것이지요. 이때 죽여서 후환을 남기지 말아야 합니다.”

“맞습니다.”

연개소문의 동생 연정토가 동의했다.

“살려 보낼 이유가 없습니다. 여왕의 약조는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김춘추는 아들이 많습니다. 죽입시다.”

“죽여서도 득 될 일이 없습니다.”

그렇게 말한 자는 동부대인이며 막리지인 요영춘이다. 요영춘이 말을 이었다.

“김춘추가 죽으면 진골 왕족 중 하나가 신라왕이 될 것입니다. 지금 김춘추는 사위인 김품석을 잃고 날개 하나를 잃은 새 꼴입니다. 김유신 하나만 남아있지요. 이때 김춘추를 품으면 신라를 배후에서 조롱할 수가 있을 것입니다.”

그때 연개소문이 가타부타 대답하지 않고 계백에게로 머리를 돌렸다.

“계백, 그대 생각은 어떤가?”

“전하, 저는 고구려 신하가 아닙니다.”

쓴웃음을 지은 계백이 대답했지만 연개소문이 정색하고 말했다.

“동맹국 장수의 견해를 말해보라.”

“예, 김춘추는 지금 다급합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적지에 올 만큼 다급한 것입니다.”

“옳지.”

모두의 시선을 받은 계백이 말을 이었다.

“김춘추는 전부터 왕의 재목이라고 안팎에 소문이 났습니다. 과연 용기와 과단성, 재치가 뛰어난 인물입니다.”

“계속하라.”

“지금 김춘추를 죽인다면 신라는 큰 손실이 될 것입니다. 차기 왕이 누가 되었건 김춘추만한 재목이 없을 테니까요.”

“죽여야겠군.”

“김춘추가 다급해서 경솔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밤에 죽이고 술을 마셔야겠다.”

그때 계백이 시선을 내리면서 말했다.

“김춘추도 지금쯤 후회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때 연개소문이 눈을 치켜뜨고 계백을 보았다.

“계백, 그대가 김춘추를 만나보지 않겠는가? 고구려 관리로 위장하고 말이다.”

계백의 시선을 받은 연개소문이 빙그레 웃었다.

“내 측근으로 시국을 논하려고 왔다고 하면 김춘추가 온갖 요설을 쏟아놓을 것이다. 말이 많으면 실수가 따르는 법, 그대가 가서 듣고 오라.”

연개소문의 시선이 옆쪽의 대사자 관직의 사내에게로 옮겨졌다.

“너는 계백공을 안내하고 말을 거들어라.”

김춘추하고 독대를 하다니, 이것을 절호의 기회라고 하는가? 그보다 연개소문의 용인술이 놀랍다. 변화무쌍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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