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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84) 4장 풍운의 3국(三國) 22
[불멸의 백제] (84) 4장 풍운의 3국(三國) 22
  • 기고
  • 승인 2018.05.01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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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어서 오시오.”

신라 사신 김춘추가 고구려의 4품(品) 대부사자 연백을 맞았다. 오전 사시(10시)경, 영빈관 안의 청에는 김춘추와 부사(副使) 둘이 관복 차림으로 기다리고 있다. 전갈을 받은 것이다. 대부사자 연백은 계백이다. 연개소문이 자신의 성(性)을 계백에게 붙여줘 이름까지 만들어 준것이다. 계백은 6품 대사자 전홍과 동행이다. 가볍게 목례만 한 계백이 김춘추의 앞에 앉았다. 두걸음 거리여서 숨소리도 들린다. 청 안에는 다섯 뿐이다. 김춘추는 옅게 웃음 띤 얼굴이었지만 몸이 굳어져 있다. 어젯밤 잠을 설쳤는지 눈의 흰창이 조금 흐려져 있다. 그때 계백이 입을 열었다.

“대부사자 연백이 대막리지 전하의 명을 받고 몇가지 확인을 하려고 왔습니다.”

“말씀하시오.”

김춘추가 똑바로 계백을 보았다.

“내가 목숨을 내놓고 이곳에 온터인데 무엇을 숨기겠소? 어제 다 말씀드렸소.”

“대감.”

먼저 부르고 난 계백이 김춘추를 보았다.

“이번에 백제에게 대야주를 빼앗긴데다 신주(新州)까지 고구려에 반환하면 신라의 국력은 절반으로 깎이게 되오. 그것으로 왕국을 보존하실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인구 5백만에 군사 30만을 보유하고 있소. 백제를 제압 하기에는 충분한 전력(戰力)이오.”

계백의 계산으로는 인구 4백만에 군사 20만 정도가 남는다. 과장이다. 그러나 계백이 말머리를 돌렸다.

“지난번에도 백제와 연합해서 고구려의 한수유역 영토를 공취한 후에 바로 백제를 배신하고 신주를 설치했지 않습니까? 이번에도 고구려와 연합했다가 고구려를 배신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번에는 내 아들을 인질로 데려왔지 않습니까?”

어깨를 편 김춘추의 눈빛이 강해졌다.

“고구려는 등 뒤에 백제와 신라를 함께 두는 것이 이롭습니다. 전하께서도 알고 계실 것이오.”

“백제는 대륙에도 22개의 담로가 있습니다. 백제는 고구려와 함께 대륙 진출의 야망을 품고 있지요. 3면이 바다에 막힌 이곳은 고향일 뿐이지요.”

“허어, 백제인처럼 말씀 하시는군.”

“고구려와 백제는 자주 소통을 했기 때문에 뜻이 같습니다.”

“백제는 기습 공격에 뛰어나오.”

김춘추의 목소리에 열기가 띄워졌다.

“이번에 신라 대야주를 강탈한 것처럼 백제 기동군이 평양성을 내습하지 않으리라고 보장할 수가 없을 것이오.”

“대야주는 내부의 가야족이 호응해서 쉽게 무너진 것이 아닙니까?”

“무슨말이오?”

“우리가 듣기에 대야주는 가야국의 영토로 신라에 귀속되었지만 가야국 호족중에는 고관(高官)으로 오른 자는 김유신뿐이어서 호족들의 불만이 많았다는 것이오.”

김춘추는 숨만 들이켰고 계백의 말이 이어졌다.

“이번에도 가야족 출신 성주와 하급관리들이 백제군에 호응해서 대야주가 쉽게 무너뜨린 것 아닙니까?”

“잘 아시는군.”

얼굴을 일그러뜨린 김춘추가 외면하더니 뱉듯이 말했다.

“그렇소. 거기에다 계백이라는 지용(智勇)을 겸비한 백제 장수가 있었기 때문에 대야주를 잃었소.”

계백도 김춘추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운 순간 숨을 들이켰다. 김춘추는 사위와 딸을 죽인 원수를 칭찬하고 있다. 그것을 직접 눈 앞에서 듣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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