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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파람'
'휘파람'
  • 김은정
  • 승인 2018.05.03 2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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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벌써 몇 달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복순이네 집 앞을 지날 때 이 가슴 설레어/나도 모르게 안타까이 휘파람 불었네/휘휘휘 호호호 휘휘 호호호~ ‘

90년대 민주화운동의 현장에서 즐겨 불렸던 북한노래 ‘휘파람’이다. 처음에는 대학가의 집회 현장에서나 불렸지만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 전후로는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지면서 음반으로 출시되고, 나중에는 핸드폰 컬러링으로 활용될 정도로 친근한 노래가 되었다.

경쾌한 리듬에 ‘복순이’를 짝사랑하는 젊은이의 설레는 마음을 담은 가사 역시 단순해 금세 따라 부르기 십상(?)인데 거의 모든 노래가 체제수호나 찬양일색인 것과는 달리 남녀 간의 사랑을 담은 것이 주목할 만하다. 아니나 다를까 북한 당국은 이 노래가 ‘날라리풍’이라 하여 한때 금지하기도 했다고 한다.

북한의 대표적인 가수 전혜영이 부른 이 노래는 1988년 북한의 대중가요그룹 보천보 전자악단의 지휘자 리종오가 작곡했는데, 발표된 직후부터 북한 젊은이들에게 뜨거운(?) 인기를 얻어 첫 유행가곡이 되었다.

‘휘파람’은 북한의 대표적 서정시인 조기천(1913∼1951)이 쓴 시를 변형해 노랫말을 붙였다. 항일무장투쟁을 그린 장편서사시 ‘백두산’의 작가이기도 한 조기천은 해방직후 북한문단에서 ‘새로운 내용과 장르를 개척하고 이끈 향도자적 역할’을 평가 받는 문학인이다. 북한의 시는 사상과 우상화 시가 대부분이지만 ‘휘파람’은 1947년에 쓴 시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서정적이다.

날마다 직장에서 보는 복순이라는 처녀에 대한 사랑과 설렘을 담은 원작 시는 노래가 된 ‘휘파람’의 경쾌함만큼이나 웃음 짓게 한다.

‘오늘 저녁에도 휘파람 불었다오/복순이네 집 앞을 지나며/벌써 몇 달채 휘파람 부는데/휘휘…호호…/그리도 그는 몰라준다오//날마다 직장에서 보건만/보고도 다시나 못 볼 듯/가슴 속엔 불이 붙소/보고도 또 보고 싶으니/참 이 일을 어찌하오//오늘도 생긋 웃으며/작업량 삼백을 넘쳤다고/글쎄 삼백은 부럽지도 않아/나도 그보다 못하진 않다오//그래도 그 웃음은 참 부러워/어찌도 그리도 맑을가//한번은 구락부에서/나더러 무슨 휘파람 그리 부느냐고/복순이 웃으며 물었소/난 그만 더워서 분다고 말했다오/그러니 이젠 휘파람만 불수밖에…//몇 달이고 이렇게 부노라면…/그도 정녕 알아주리라!/이 밤도 이미 늦었는데/나는 학습 자료 뒤적이며/휘휘…호호…/그가 알아줄가?(조기천, 1947)

2018남북정상회담에 환호와 기대가 이어지고 있다. 북한 노래 ‘휘파람’을 괜히 흥얼거리게 되는 이유,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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