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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팔도유람] 화산활동이 선물한 제주 지질트레일 - 제주 속살에 새겨진 아득한 과거속으로의 시간여행
[新 팔도유람] 화산활동이 선물한 제주 지질트레일 - 제주 속살에 새겨진 아득한 과거속으로의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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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5.17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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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인증 세계지질공원
섬 전체가 거대한 화산박물관
수만년 전 화산활동 흔적부터 옛 선조들 삶의 발자취 볼거리

1만년 전후 제주도에 살았던 신석기인들은 두렵고 경이로운 광경을 목격했을 것이다.

펄펄 끓는 시뻘건 용암은 바다로 흘러가고, 뜨거운 수증기와 화산재, 돌가루는 버섯구름이 되어 하늘로 치솟는 장면이다.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제주도는 섬 전체가 ‘화산 박물관’이다. 유네스코는 2010년 제주도를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했다. 제주관광공사는 2011년부터 3년에 걸쳐 주요 화산지대 4곳에 지질트레일을 개설, 지질관광(Geo Tourism)을 내놓았다.

△해양문화를 품은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 7000년 전 바다에서 솟구친 화산분출물이 쌓여 형성된 성산일출봉
▲ 7000년 전 바다에서 솟구친 화산분출물이 쌓여 형성된 성산일출봉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오조 지질트레일(8.3㎞)은 화산과 바다를 따라 제주의 해양문화를 품고 있다. 이 코스의 핵심은 성산일출봉이다.

약 7000년 전 이곳 바다는 섭씨 1000도가 넘는 마그마가 용광로처럼 끓다가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바닷속 화구에서 터져 나온 화산분출물이 공중으로 튀어 올랐다가 떨어지면서 쌓인 응회구(화산재 언덕)가 성산일출봉이다.

▲ 왜구의 침입에 대비, 군량미를 쌓아 것처럼 위장했던 식산봉(食山峰) 전경
▲ 왜구의 침입에 대비, 군량미를 쌓아 것처럼 위장했던 식산봉(食山峰) 전경

지질트레일은 해발 66m의 작은 오름인 식산봉(食山峰)에서 출발한다. 왜구의 침입에 대비해 마을 방어 책임자인 조방장(助防將)이 백성들을 동원, 짚가리로 오름 전체를 덮어 군량미를 쌓아 둔 것처럼 위장하면서 이름이 유래됐다. 식산봉 앞 내수면에는 제주 최초의 양어장이 설치됐다. 돌로 쌓은 양어장은 바다를 거슬러 올라오는 숭어의 습성에 맞춰 밀물 때 수문을 열었다가 썰물 때 닫아 고기를 가두고 길러왔다.

이어 만나는 오조리 마을의 내수면에는 조선시대 수전소(水戰所)가 들어선 곳이었다. 조선술에 능한 목수들이 ‘적판’, ‘쌈판’ 등 다양한 선박을 만들어 냈다.

△바람의 언덕에 화산 기록을 새겨놓다

제주의 서쪽 끝, 제주시 한경면 고산리 수월봉은 바람의 언덕이라 불리고 있다. 태풍이 올 때마다 강풍 기록을 갈아치웠기 때문이다. 이곳에도 화산활동의 기록을 새겨놓았다.

수월봉 지질트레일은 엉알길 코스(4.6㎞), 당산봉 코스(3.2㎞), 차귀도 코스(1.8㎞) 등 3개 코스가 있다. ‘엉알’은 제주어로 높은 절벽 아래에 있는 바닷가라는 뜻이다.

고산리 마을에는 신석기 유적이 있다. 제주 사람들의 기원을 알려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수월봉 일대를 뒤덮은 화산재는 딱딱한 용암지대에 비해 작물이 자라기 좋은 기름진 토양을 제공해 신석기인들이 정착하게 됐다.

1만8000년 전 수월봉 앞 바닷속 화구에서는 1000도가 넘는 마그마가 상승하다가 바닷물을 만났다.

뜨거운 마그마는 급히 식고 물은 끓었다. 이 반응은 매우 격렬해 강력한 폭발을 일으켰다. 이처럼 수성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게 수월봉이다.

수월봉은 화산 폭발로 생긴 화산재가 가스 및 수증기와 뒤섞여 발생한 화쇄난류(火碎亂流)의 흔적을 연속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화산재 지층 속에 기왓장처럼 차곡차곡 쌓이며 남겨진 판상의 층리가 뚜렷해 ‘화산학의 교과서’로 불리고 있다.

△자연 최고의 조각, 푸른 바다 병풍이 되다

▲ 화산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형성된 용머리해안.
▲ 화산재가 겹겹이 쌓이면서 형성된 용머리해안.

산방산·용머리해안 지질트레일은 서귀포시 안덕면 사계리 용머리해안에서 시작한다.

80만년 전 뜨거운 용암이 대지를 뚫고 올라왔지만 점성이 높아 멀리 흐르지 않고 주변에 쌓이고 쌓여 봉긋한 형태의 용암돔으로 굳은 것이 산방산(해발 395m)이다.

온통 돌로 이뤄진 척박한 환경에도 식물이 뿌리를 내리더니 정상부는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다. 깎아지른 암벽에는 희귀식물이 자생하고 있다.

산방산 바로 앞에는 용이 바다를 향해 뛰어드는 모습을 연상시킨다는 용머리해안이 펼쳐져 있다.

화산재가 오랜 세월 겹겹이 쌓인 용머리해안은 화산 분출 도중 연약한 지반이 무너지면서 화구가 막히자 마그마가 다른 곳으로 이동해 또다시 분출하면서 높이가 크게 어긋난 지층을 관찰할 수 있다.

산방산 서쪽 사계리와 덕수리 마을을 거치는 A코스(13.2㎞)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꼽힐 만큼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형제해안로를 끼고 있다.

이 해안로에는 화산재가 쌓인 상태에서 선사인들이 걸어 다닌 발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사람 발자국 화석도 만나볼 수 있다.

△용암동굴 위 선조들 발자취 따라 걷는 길

▲ 용암에 남아 있던 가스가 부풀어 언덕처럼 이뤄진 김녕리 해안의 ‘투뮬러스’
▲ 용암에 남아 있던 가스가 부풀어 언덕처럼 이뤄진 김녕리 해안의 ‘투뮬러스’

제주시 구좌읍 김녕·월정 지질트레일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여긴 선조들의 삶을 느낄 수 있는 코스다.

14.6㎞ 길이의 지질트레일은 김녕마을 어울림센터에서 출발해 도대불, 김녕본향당, 궤네기당, 입산봉, 조른빌레길, 진빌레정, 당처물동굴, 월정 카페거리를 거쳐 다시 어울림센터로 돌아오는 순환코스로 이뤄졌다.

화산 활동으로 분출한 뜨거운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낸 만장굴과 김녕사굴 등 용암동굴 위를 걷는 이 코스는 ‘화산섬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김녕리 해안에는 화산섬의 기록인 ‘튜물러스’를 만날 수 있다. 용암 속에 있던 가스가 팽창해 표면이 부푼 빵처럼 들어 올려진 완만한 용암 언덕이 ‘튜물러스’다.

덤으로 천혜의 자연경관과 함께 커다란 바위를 깨 경작지를 일구고,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여겼던 제주 선조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다.

/제주신보=좌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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