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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 카펫과 노란 자봉
레드 카펫과 노란 자봉
  • 김은정
  • 승인 2018.05.17 1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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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 앞마당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만나 이동하는 동선마다 빨간 카펫(Red Carpet)이 놓였다. 귀빈을 극진히 영접하는 최고의 예우 표현이었다. 명예와 권위를 상징하는 빨간 카펫은 애초 국빈 영접 등 외교적 관례로 대중화되었지만 국가적 행사 뿐 아니라 세계 영화제 등 각종 공식행사에서도 널리 쓰이게 되면서 이제는 익숙한 문화가 되었다. 그렇다면 빨간 카펫은 언제부터 명예와 권위의 상징이 되었을까.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가멤논’은 그리스군을 이끌고 나가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해 돌아왔지만 자신의 아내와 그의 정부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적 인물이다. 그러나 더 큰 비극은 그의 아들 오레스테스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끝내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하는 상황이다. 이 이야기는 그리스 문학작품의 소재가 되어 오늘의 무대에서도 관객들과 만난다. 소포클레스와 같은 시대를 살았던 그리스 비극의 아버지 아이스킬로스의 대표작 ‘아가멤논’도 그중 하나다.

아가멤논이 트로이전쟁에서 승리해 귀국하면서 벌어지는 비극적 상황을 다룬 이 작품에서 아가멤논의 아내 클리타임네스트라는 그가 승리하고 돌아오자 빨간 양탄자를 깔아 그를 맞이한다. 정작 아가멤논은 이 붉은 길이 ‘그리스 신들의 길을 상징한다며 거절 ‘하지만 작품 속 이 ’빨간 양탄자 ‘가 오늘날의 ’레드 카펫 ‘을 있게 한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시대를 거치면서 ‘레드 카펫 ‘은 세계 각 분야의 이름난 시상식이나 세계적인 영화제의 대표적 행사이자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영화상 시상식이나 영화제의 개폐막식의 ’레드 카펫 ‘에서 펼쳐지는 스타들의 행진이나 퍼포먼스는 해마다 큰 이슈를 만들어내는데, 그 실황이 전 세계에 전파될 정도로 대중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주 막을 내린 전주국제영화제도 개막식과 폐막식의 ‘레드 카펫’을 함께 즐기려는 관객들이 행사장을 메웠다. 흥미로운 광경이 있었다. 폐막식에서 펼쳐진 레드 카펫 행사다. 그날 레드카펫에는 영화인들 말고도 또 다른 주인공이 있었다. 열흘 동안의 영화제를 현장에서 지켜낸 ‘노란자봉’(노란점퍼를 입은 자원봉사자)이 그들이다. 전주국제영화제의 상징이 된 ‘노란자봉’들의 등장은 즐거웠다. 밝고 유쾌한 그들의 행진에 관객들은 웃고 즐거워하며 아낌없이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노란 자봉의 레드 카펫은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해부터 시작한 퍼포먼스(?)다. 전주시민들과 관객, 집행위원회가 자봉들에게 보내는 감사와 격려의 폐막식 레드카펫은 이제 전주국제영화제만의 또 하나 상징이 되었다.

레드 카펫의 의미 있는 변신, 전주가 만들어낸 새로운 문화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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