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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인 지원 펀드' 설치를 제안한다
'문화예술인 지원 펀드' 설치를 제안한다
  • 칼럼
  • 승인 2018.05.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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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심성 예산만 모아도 몇십 몇백억 재원 마련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
▲ 윤철 전북수필문학회장

문화예술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예술가라고 한다. 예술가의 삶이 늘 새로움을 추구하며 자기만의 독특한 세계를 개척해가는 탓인지 사람들은 예술가를 고상하고 특별한 사람으로 선망하기도 한다. 예술가는 분명 보통사람과 다른 면이 있지만 먹고사는 일에서는 보통사람과 다르지 않다.

본인이 가장 하고 싶은 일이면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문화예술 활동이 밥이 되고 돈이 되어 생계수단으로 충분하다면 그보다 더 바람직한 직업은 없겠지만 2016년 3월에 발표된 예술인 실태조사를 보면 1년간 예술 활동을 통한 수입의 중간값이 300만 원이며 36.1%는 수입이 전혀 없었다. 일부 유명 예술가들의 높은 소득을 포함해도 평균수입이 1255만 원에 불과하다. 문화예술 활동으로 생계 해결을 넘어 부자가 되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생활에 구애받지 않고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사람은 그야말로 극소수다. 주업은 교수나, 교사로 교육자이면서 창작 활동을 하는 겸업 예술가들은 신이 내린 사람이고 예술가의 절반이 예술과 전혀 다른 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나마도 프리랜서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다 보니 노후 대책의 보루인 국민연금 가입률은 56.8%에 불과하다. 대부분 전업예술가는 지금도 막막하고 미래는 더 불안한 삶을 사는 것이다.

예술가 다섯 명 중 한 명은 자치단체의 보조금을 받은 경험이 있을 정도로 창작 활동 경비를 외부 지원에 많이 의존한다. 그러나 그 보조금이란 것이 정말 새 발의 피다. 병아리 눈물만큼 주는 보조금도 절차가 까다롭고 복잡하다. 그나마 것에 목을 매는 예술가의 약점을 이용하여 블랙리스트를 만드는 못된 발상까지….

예술은 우리의 얼이며 자존심이다. 그것이 생활 속에 녹아들어 우리만의 독특한 문화를 이루고 한참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는 전통문화로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게 된다. 천혜의 자연경관도 없이 관광 대국을 이룬 프랑스나 이탈리아 같은 나라를 보자. 왕실과 귀족의 뒷받침으로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었던 예술가들은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이 문화유산이 후대에 와선 소득 창출의 자산이 되고 있지 않은가. 예술은 단순소비재가 아니다. 회임 주기가 다소 길다뿐이지 생산재임이 틀림없다.

한국지엠을 살리는 데 정부가 7조7000억 원을 투자한단다. 말이 7조7000억 원이지 보통사람은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돈이다. 지방정부도 기업 유치나 생산 지원을 핑계로 벤처기업과 중소기업에 몇백 억 원 정도는 아깝지 않게 퍼준다. 그러면서도 문화예술지원엔 좀생이 짓을 하는 지방자치단체는 각성해야 한다.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세계적인 문화예술품을 창작하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소모적 경비가 아니라 미래의 먹거리를 만드는 생산적 투자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많은 젊은 예술가들이 하고 싶은 일에 신명을 바칠 수 있는 바람직한 일자리 창출의 방법임을 알아야 한다.

예술가들은 먹고사는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창작 활동만 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원한다. 흔히 최고은 법이라고 부르는 ‘예술인복지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와는 거리가 멀다.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뿐 아니라 생계까지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문화예술인지원펀드’를 자치단체마다 설치할 것을 제안한다.

공감은 하지만 재원이 없다고 예산 타령부터 할 것이 분명하다. 자치단체장들이 지지표를 사기 위해 꼼수로 여기저기 분산해 놓은 선심성 예산만 제대로 모아도 작은 자치단체는 몇십 억, 큰 자치단체는 몇백 억 원의 재원 마련이 그리 어렵진 않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뽑히는 자치단체장들의 통 큰 결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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