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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 대강면 사석리 두바리봉서 발견된 마애불상 살펴보니] "보물 지정해도 손색 없을 것"
[남원 대강면 사석리 두바리봉서 발견된 마애불상 살펴보니] "보물 지정해도 손색 없을 것"
  • 남승현
  • 승인 2018.05.21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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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석 전통문화보존회 이사장, 주민 제보로 발견
양반다리에 합장…바닥엔 돌출된 발·깨진 토기도
시 “문화재적 가치 검토…관광 콘텐츠 개발도 노력”
▲ 21일 남원 대강면 사석리 두바리봉 정상에서 이계석 (사)전통문화보존회 이사장이 3m 높이의 마애불상을 손으로 가리키고 있다.

남원시 대강면 사석리에 자리잡은 거대한 마애불상이 제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마애불상 크기가 사람 몇 배를 넘지만 마을 입구에서 등산로를 따라 3시간을 올라가야 닿는 산 정상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길이 아닌 곳에서 보니 보였다.

남원향교를 30여 년간 지켜오며 마애불상을 발견한 이계석 (사)전통문화보존회 이사장(65)은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꼭꼭 숨겨진 불상을 찾으니 모든 일이 잘 되겠다”고 했다.

21일 오전 7시 30분, 남원시 향교동 남원향교에서 이 이사장을 만났다. 그를 따라 차로 40분을 달려 대강면 사석리 약수암에 도착했다. 고개를 드니 고리봉과 두바리봉, 삿갓봉이 보였고, 이 중 553.3m짜리 두바리봉을 타기 시작했다.

등산로로 가면 3시간이 소요되지만, 이 이사장은 절반이 단축되는 코스를 택했다. 오전 10시께 봉우리 중턱에 이를 무렵 이 씨가 멈추더니 사진기를 들었다. 옆으로 길쭉한 돌이 겹겹이 포개져 있었다.

그는 “절터가 있는 곳”이라고 했다. 다시 산행이 진행됐다.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깎인 바위를 맨손으로 타기 시작했다. 봉우리가 두 개인 두바리봉의 한 꼭대기에는 무덤이 보였다. 반대편 봉우리에 이르러 10여분 남짓 나뭇가지를 꺾어가며 300m 정도 내려가니 3m를 웃도는 돌무더기가 보였는데, 그 중 하나에 부처의 모습이 새겨져 있었다.

바위에 새겨진 부처는 가늘게 뜬 눈에 뭉툭한 코, 오므린 입이 또렷했다. 두 손은 합장하는 듯 보였다. 그런데 다리가 신비롭다. 양반다리를 한 모습이지만, 자세히 보면 바닥에 돌출된 두 발이 또 보인다.

일반적으로 앉아 있는 모습의 불상을 “마애좌상”이라고 하지만, 이 이사장은 “마애불상”이라고 불렀다.

그는 매고 온 가방을 풀더니 김밥과 음료수를 꺼냈고, 부처 앞에 놓인 재단으로 보이는 돌 위에 올렸다. 이어 불상 앞에서 두 번 절을 올리며 예를 갖췄다.

“두바리봉에 큰 불상이 있다는 주민의 말에 산을 며칠 동안 헤맸어요. 전통문화보존회 회원이 다 하산하고, 해가 질 무렵 우연히 이 불상을 찾았죠. 이 정도 크기면 주변에 큰 절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 불상의 바닥에는 돌출된 두 발과 깨진 토기를 찾아볼 수 있다.
▲ 불상의 바닥에는 돌출된 두 발과 깨진 토기를 찾아볼 수 있다.

불상 주변에는 깨진 토기가 여럿 보였다. 그가 말했다. “해가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지는 모습을 다 볼 수 있는 명당이다. 아마도 땅을 파보면 토기가 더 많이 나올 텐데…”

그런데 기록이든 설화든 지명이든 어디에도 두바리봉에 있는 마애불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남원시에는 신계리 마애여례좌상(보물 423호), 계령암지 마애불상군(보물 1123호) 등 마애불상 5개가 문화재로 등록돼 있다.

지리산을 낀 지리적 특성 탓에 남원시는 불교 문화도 많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식 남원문화원 사무국장은 “통일신라, 고려시대에 불교문화가 발달하면서 부처의 정신을 돌에 새긴 마애불상이 생겨났다”며 “특히 남원에 깊은 산이 많아 아직도 마애불상이 발견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 이사장이 발견한 두바리봉 마애불상에 대해 문화재적 가치를 높게 평가했다.

그는 “두바리봉의 규모와 관리상태 등으로 볼 때 보물로 지정해 관리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며 “남원시가 좋은 불교 문화를 꾸준히 개발· 관리하고 마애불상 답사 등 테마형 관광개발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남원시 문화예술과 관계자는 “현재 남원에 30개 이상의 마애불상이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며 “마애불상을 포함한 문화재 발굴을 위해 연구소에 용역을 맡겼으며, 두바리봉 마애불상 등을 검토해 가치 있는 문화재는 등록하고, 관광 콘텐츠 개발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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