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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격 기준 없는 '선거 현수막'…도시미관 나몰라라
규격 기준 없는 '선거 현수막'…도시미관 나몰라라
  • 남승현
  • 승인 2018.05.22 2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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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후보, 건물 외벽에 사무실공간보다 크게 내걸어
“건물주 동의받아” “피해는 입주자 몫”…갈등도 심화

#. 22일 정오, 전주시 금암동 전주 종합경기장 사거리에 있는 한 건물. 밖은 한낮인데도 실내는 저녁처럼 컴컴했다. 외벽에 내걸린 선거 현수막이 건물을 뒤덮으며, 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이 건물 2층에는 6·13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한 예비후보 선거사무실이 들어섰다. 3층에서 만난 한 입주자는 “창문에 내걸린 선거 현수막 때문에 대낮에도 형광등을 켜놓지 않으면 업무를 보기 힘들 정도다. 더구나 문을 열어도 바람이 통하지 않으니까 환기도 어려워 덥고 습하다”고 했다.

이 건물 옥상에 올라가자 쇠파이프로 연결된 조립식 장막이 있었다. 파이프에는 조명 수십 개가 선거 현수막을 향해 달려 있었다.

전주 시내 곳곳에서 건물을 뒤덮는 선거 현수막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부 예비후보는 다른 입주자와 도시 미관을 고려해 자신의 선거사무실이 있는 외부 공간에만 선거 현수막을 내거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공간 이상으로 큰 현수막을 건물에 내건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건물 외벽의 현수막 크기는 법으로 규제돼 있지 않다. 건물 크기보다 더 큰 현수막을 걸어 건물 밖으로 삐져나오면 안되는 정도다.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사무실 건물에 설치되는 지나치게 큰 현수막들이 입주자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물론, 도시미관을 해치고 있다. 명확한 기준이 없는 동안 예비후보자들의 도 넘은 선거 운동으로 애꿎은 유권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행 공직선거법 제61조 6항에 따르면 예비후보는 선거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에 간판 현판 및 현수막에 한해 설치 게시할 수 있다. 그러나 현수막 크기에 대한 명확한 규격이 없다 보니 건물에 게시되는 대형 현수막은 곧 갈등과 흉물로 변한다.

모 예비후보 관계자는 “건물주에게 건물 외벽에 선거 현수막 게시를 위한 사전 양해를 구했고, 동의를 받았다”며 대형 현수막을 게시했다.

선거사무실이 들어선 건물의 한 입주자는 “건물주가 양해했어도 피해는 입주자들이 받는다”며 “본격 선거 운동이 시작되면 소음까지 추가돼 고통이 심해질 것”이라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물 전체를 빌리는 예비후보도 생겼다. 덕진구의 한 선거사무실은 3층짜리 건물에 선거사무실과 선거상황실을 꾸렸다. 입주자와 갈등은 없지만, 도시미관은 ‘나 몰라라’ 한 셈이다.

일각에서는 공직선거법상 건물에 부착하는 선거 현수막의 명확한 면적 기준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라북도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현행법으로는 현수막이 건물 면적을 넘기거나 부속 건물에 부착하는 정도를 제한하고 있다”며 “이밖에 건물에 내거는 현수막의 면적 기준은 없기 때문에 단속은 못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는 선거 현수막으로 인한 갈등이 생기면 해당 예비후보 측과 입주자가 직접 해결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조회한 결과 전북지역에 등록된 예비후보 선거 사무실은 총 494개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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