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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올해는 아무래도 연둣빛, 그래도 내년엔 '노란 맛' 볼 수 있겠지
[여행] 올해는 아무래도 연둣빛, 그래도 내년엔 '노란 맛' 볼 수 있겠지
  • 권혁일
  • 승인 2018.05.25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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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 배넘실마을 유채꽃 축제 26일까지
냉해로 유채 제대로 못 자라…잡초 섞여 '연둣빛'
이춘식 위원장 "노하우 쌓여…내년에는 다를 것"
진안군 상전면 금지배넘실마을 유채밭. 권혁일 기자
진안군 상전면 금지배넘실마을 유채밭. 권혁일 기자

분명 거의 다 왔는데, 이쯤이면 노란 물결이 보일 때가 됐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건 연둣빛이었다. 긴가민가, 자갈을 밟아대며 다가가자 그제야 마치 에어브러시로 멀찍이서 뿌려놓은 듯한 노란 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사진가 한 무리가 그 점묘화 속에서 걸어 나오고 있었다. 진안군장애인종합복지관 사진반 일행이었다.

“작년에 왔을 때는 예뻤는데, 꽃들이 활짝 안 피고, 노랗지도 않고… 작년엔 예뻤거든요.”

전정준 씨(72)의 말에는 실망이 묻어났다. 김순자 씨(78)는 꼭 그렇지만은 않은 듯했다. “가서 걍 겁나게 찍어갖고요…” 하면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진안군 상전면 금지배넘실마을은 지난 2016년부터 해바라기로, 지난해부터는 또 유채로 유명해졌다. 용담댐이 건설되면서 생긴 호숫가 땅을 이춘식 축제위원장(60)과 이 마을 사람들이 개간해 해바라기·유채밭을 만들었다. 그 넓이가 14.2ha에 달한다.

드론으로 하늘에서 바라본 금지배넘실마을 유채밭. 연둣빛에 가까운 유채밭 뒤로 용담호가 보인다. 권혁일 기자
드론으로 하늘에서 바라본 금지배넘실마을 유채밭. 연둣빛에 가까운 유채밭 뒤로 용담호가 보인다. 권혁일 기자

이렇게 봄에는 유채, 가을엔 해바라기가 노란 물결을 이루며 여행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이곳. 그러나 ‘유채밭’ 하면 연상되는 ‘압도적인’ 노란 맛은 올해는 찾아보기 힘들다. 냉해 때문이란다.

일군의 사진가들이 떠나자, 유채밭은 한산해졌다. 전주에서 온 강혜리 씨(48) 부부와 취재진 정도가 남았다.

“작년엔 좋았는데, 올해는 실망이 컸어요. 관리가 잘 안 된 것처럼 보이네요. 여긴 전주에서 바람 쐬러 오기도 좋고, 잘만 하면 괜찮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민준영 인턴기자가 꽃마차를 시승(?)해보고 있다. 권혁일 기자
민준영 인턴기자가 꽃마차를 시승(?)해보고 있다. 권혁일 기자

그래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나태주의 ‘풀꽃’에서)고 했던가. 노란 점들을 향해 뽀짝 다가가니, 멀찍이서 대충 본 것과는 또 다르다. 옳지, 옳지, 보이, 하.

꽃마차 한 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곳곳에서 흰 바탕에 까만 글씨가 적힌 팻말들이 말을 건다. “나는 참 예쁘다”거나,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이라거나. 꽃을 향한 말도 보인다. “노랑이들아 올해도 예쁘게 피어나주렴.”

곳곳에 ‘노랑이’들을 탐하는 나비와 벌들이 날았다. 유채 이파리들이 구멍이 숭숭 뚫려있는 것을 보니, 이 밭에서 태어나 자란 녀석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상수원인 용담호에 닿아 있는 곳이니 농약이나 제초제는 전혀 쓸 수 없어서 가능한 일이다.

유채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흰 나비 한 마리. 권혁일 기자
유채꽃 사이를 날아다니는 흰 나비 한 마리. 권혁일 기자

 

어떤 꽃이 안 그렇겠느냐마는, 유채꽃도가까이서 바라보니 예쁘다. 벌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권혁일 기자
어떤 꽃이 안 그렇겠느냐마는, 유채꽃도 가까이서 바라보면 참 예쁘다. 벌 한 마리가 앉아 있다. 권혁일 기자

이 꽃밭의 가장 큰 포인트는 바로 뒤쪽의 용담호다. 파란 물과 그 파란 물을 감싸는 초록 산줄기가 노란 꽃과 어우러져 특별한 분위기를 선사한다.

진안군장애인종합복지관 사진반을 담당하는 강양선 씨(48)도 “저 용담호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좋다”고 귀띔해 줬는데, 역시 사람 생각은 다 비슷한 것인지, “꽃이 피면 예쁠 것 같은데 너무 안 피었네”라며 실망한 표정을 짓던 여행객 한모 씨(50)도 “저 위에 저수진가 호순가, 되게 괜찮네”라고 말했다.

용담호를 배경으로 김동일 인턴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서 있다. 권혁일 기자
용담호를 배경으로 김동일 인턴기자가 카메라를 들고 서 있다. 권혁일 기자

배넘실마을의 유채꽃 축제는 올해가 두 번째다. 지난해 축제 때 5만여 명이 방문하는 성과를 거둔 뒤, 올해는 겨울과 봄의 한파로 유채가 제대로 자라지 못하면서 지난해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1000원씩 받을 예정이던 입장료도 폐지했지만, 이춘식 위원장의 계산으로는 방문객이 1만 명도 채 되지 않는다고.

그래도 이 위원장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제 매뉴얼을 정립하는 단계죠. 실패의 과정은 일종의 섭리라고 보고……. 내년에는 다를 겁니다. 노하우가 쌓였거든요.”

"노랑이들아 올해도 예쁘게 피어나주렴." 김동일 인턴기자
"노랑이들아 올해도 예쁘게 피어나주렴." 김동일 인턴기자

배넘실마을의 올해 유채꽃 축제는 26일로 막을 내린다. 축제가 끝나면 마을 사람들은 유채 씨를 받고 땅을 갈아엎을 예정이다. 그리고 다시 씨앗을 심을 것이다.

내년에는 다시 노란빛이 가득한 유채밭을 볼 수 있을까? 유채의 꽃말은 '쾌활'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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