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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현 기자의 신문 배달] 늦을까 노심초사…밤 11시부터 '달려~'
[남승현 기자의 신문 배달] 늦을까 노심초사…밤 11시부터 '달려~'
  • 남승현
  • 승인 2018.05.31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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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소에서 도착한 신문, 지사별로 실어가
차량·오토바이 등 바꿔가며 담당 지역 배달
오전 6시 30분 완료…눈올 땐 오전 11시 끝
20년경력 조승현 전주지사장 “자부심 크다”

“새벽 3~4시부터 신문 돌린다고요? 천만에요. 한번 따라와 보세요!(하하)”

지난 30일 오후 10시, 전주시 남노송동 전북일보 전주지사 사무실. 3~4평 좁은 공간에서 조승현 지사장(50)이 이같이 말했다. 직원없이 혼자 일하는 그는 “전북일보는 낮보다 밤이 아름다운 신문”이라고 했다. 각 시군에 전달하는 전북일보는 다른 지방지와 함께 묶여 배달되지만, 독자적으로 전북일보 하나만 배달하는 기사가 있는데, 바로 그다. 종이를 배달하는 게 아니라 ‘뉴스’를 전달하고 있는 전북일보 배달원의 하루를 동행 취재했다.

▲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50분께 인쇄소에서 도착한 발송차량에서 배달 기사들이 신문을 옮기고 있다.  조현욱 기자
▲ 지난달 30일 오후 10시 50분께 인쇄소에서 도착한 발송차량에서 배달 기사들이 신문을 옮기고 있다. 조현욱 기자

조 지사장을 따라 오후 10시 50분 금암동 전북일보사에 도착했다. 10분 뒤 배달 기사가 탄 승합차 여러 대가 순차적으로 도착했다. 다들 티셔츠에 운동화 차림이었다. 11시 16분, 신문을 가득 실은 1톤 트럭이 보였다.

조 지사장은 “보통 일과는 밤 11시쯤 시작한다”며 “오늘처럼 늦을 때도 있는데, 그러면 배달이 전반적으로 늦어진다”고 했다.

인쇄소를 출발해 신문사에 도착한 트럭은 ‘발송차’로 불렸는데, 차 안에는 ‘5월 31일자 전북일보’가 실려 있었다.

배달 기사들은 도내 14개 시군을 비롯해 서울본부 등 지역별로 구분된 신문을 오토바이 등에 싣고 배달을 떠났다.

오토바이 뒤 바구니에 신문 두 뭉치를 실은 조 지사장은 가장 먼저 중앙성당에 도착했고, 신문 2부를 던져 정문 안으로 넣었다.

맑은 날씨인데도 배달된 신문에는 비닐이 덮여 있었다. 실외에 배달되는 신문은 새벽 이슬에도 신문이 쉽게 축축해질 수 있기 때문에 배달전 비닐에 넣어 정성껏 배달한다.

▲ 조승현 전주지사장과 기자가 전주 남노송동 전주지사 사무실에서 지역별로 배달될 신문을 분류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 조승현 전주지사장과 기자가 전주 남노송동 전주지사 사무실에서 지역별로 배달될 신문을 분류하고 있다. 조현욱 기자

중앙성당에서 시작해 기업은행, 완산경찰서로 이어지는 라인을 돌며 신문을 배달한 조 지사장은 다시 지사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 앞에는 발송차가 두고 간 신문이 쌓여 있었고, 그중 400여 부를 오토바이에 실은 그는 이번엔 풍남문~남부시장을 돌며 신문을 배달했다.

조 지사장은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신문을 배달했다. 새벽 1시, 새벽 4시를 놓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새벽 1시 평화동의 한 지국에서는 밴딩 작업이 시작됐다. 전북일보를 비롯한 지방지 및 중앙지 10여 개를 끈으로 묶는 작업이다. 전주 시내 주요 아파트는 각 신문을 따로따로 기사들이 일일이 배달하지 않는다. 대신, 아파트별로 취합된 각 신문은 새벽 3시께 신문배달 아주머니가 아파트 세대를 돌며 배달한다.

새벽 4시까지는 전주 서신동우체국에 들러야 한다. 직접 신문을 배달하기 힘든 오지나 타 지역은 우편으로 발송한다. 우편을 통해 완주군 일부 지역을 포함해 광주, 충청, 경기, 강원도 까지도 전북일보가 배달된다.

조 지사장은 다시 사무실에 들러 오토바이를 바꿔 탔고, 신문 150여 부를 실었다. 완주군 삼례로 가려면 큰 오토바이로 달려야 한다고 했다. 봉동산업단지부터 다시 신문을 돌렸다. 마지막 우석대학교는 본관 19층까지 오르내려야 했다.

오전 6시 30분에 모든 배달을 끝낸 조 지사장은 “엄청 빨리 끝난 것”이라고 했다. 겨울철 눈이 오는 날에는 오토바이 운전이 더뎌 오전 10~11시에 배달을 마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커피를 타주면서 “고생하신다”는 독자들의 격려는 20여 년 신문 배달 경력의 조 지사장에게 큰 보람과 위로를 준다고 했다.

조 지사장이 가장 신경 쓰는 건 세월이었다. 80~90년대 신문이 배달되는 새벽 3~4시면 대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가져가는 독자들도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두터운 애독자가 하나 둘 세상을 떠나고 있는게 현실이다. 요즘 새 구독자를 붙잡는 게 그때처럼 쉽지 않다.

그는 오전 7시쯤 집에 도착해 아침 식사를 하고 전북일보를 펼친다. 잠깐 눈을 붙였다가 오후에 사무실을 찾는다. 새벽 우편 작업을 위한 용지를 미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웃음기 가득한 조 지사장은 “전북일보의 독자는 열정이 대단하고 충성심이 높은 측면에 속한다”며 “오랜 세월 변치 않고 정론을 지켜온 전북일보를 배달한다는 자부심을 만들게 한 독자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전북일보를 배달하는 그의 모습은 취재를 위해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의 하루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기자에게 더 큰 사명감과 책임감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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