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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전라북도 길 이야기] 선유도를 바라보며 - 오유정
[전북작가회의와 함께하는 전라북도 길 이야기] 선유도를 바라보며 - 오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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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2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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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래사장을 천천히 걸었다. 군산 앞바다에서 로프를 타는 사람들이 아름답게 지나갔다. 즐거워 보였다.

바위에 아낙네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고 저 멀리에서는 한 아낙이 굴을 캐고 있다. 사람들이 새겨놓고 간 이야기들이 모래들과 섞여 반짝이고 있었다.

나는 손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쓰다듬었다. 그들의 이야기들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것 같았다. 나는 오랫동안 그들과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들었다. 좀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을 것 같은 섬 주변을 바라보며 아낙의 바구니가 문득문득 궁금했다. 아낙이 살짝 자세를 틀어 한동안 한곳에 집중했다. 더 이상 바라보다 보면 그녀 앞으로 다가가 살며시 앉아 담소가 시작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개를 돌려 교각에 눈길이 멈추었다. 따개비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밀물일 때 바닷물이 차는 곳까지 파랗게 이끼가 끼어 있었다. 따개비 사이에는 간간이 굴의 빈집이 보였다. 빈집은 언제나 쓸쓸했다. 나는 다시 굴의 빈집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바다가 이야기를 시작했다. 바다는 언제나 넉넉한 가슴을 열고 우리들의 아픔과 기쁨과 두려움을 품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의 가슴이 어디에 있는지 두리번거리며 집을 버리고 떠나버린 굴을 잠시 생각하다가, 로프를 타는 사람들의 즐거운 환호 소리를 들으며 다시 모래사장을 걸었다.

고운 모래사장 끝자락에 미나리와 방풍나물이 자라고 있었다. 나는 작은 그것들을 보면서 육지에서 볼 수 없었던 생동감을 느꼈다. 고운 모래 위에 앉아 그들과 함께 오랫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선유도 해수욕장 백사장에 파라솔 대신 원두막이 군데군데 지어져 있었다. 잠시 한여름의 노란 참외와 빨간 수박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 원두막에는 봄의 기운만 맴돌고 있었다.

그림=신보름
그림=신보름

선유도에는 선유도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8경이 있다. 선유도 8경은 선유낙조, 명사십리, 망주폭포, 평사낙안, 삼도귀범, 장자어화, 월영단풍, 무산십이봉을 말한다.

수평선을 넘어가는 붉은 태양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선유낙조.

유리알처럼 고운 모래가 펼쳐진 명사십리.

여름철에 큰비가 내리면 여러 개의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져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 망주폭포.

기러기의 형상과 같다는 평사낙안.

돛배가 만선이 되어 돌아오는 모습과 같아 붙여진 이름 삼도귀범.

조기잡이 배가 장관을 이루었던 장자어화.

월영봉의 단풍이 아름답다 하여 붙여진 이름 월영단풍.

12개 섬의 산봉우리가 투구를 쓴 병사들 모습으로 보여 붙여진 이름, 무산십이봉.

선유도 8경의 아름다움을 바라보는 나의 눈은 8경의 전설에 대하여 깊이 빠진 듯 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선유도는 신선이 거닐며 놀던 곳이라 선유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전북 군산의 앞바다에 무리지어 떠 있는 고군산도의 섬은 모두 예순셋이나 되지만, 그중에서 가장 압도적인 명성을 누리는 곳은 선유도라고 한다. 모래사장에 찍힌 내 발자국은 신선이 남기고 간 발자국과 닮아 있을까를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비춰보며 일행과 함께 차에 올랐다. 선유도가 그곳을 떠나는 나에게 서운함을 표현하는 듯 때아닌 소나기가 한바탕 내렸다. 창밖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오유정(시인)

* 2004년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로 등단. 시집 『푸른집에 머물다』, 에세이집 『소리를 삼킨 그림자처럼』 등. 2003년 혜산 박두진 문학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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