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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 달팽이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달팽이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 칼럼
  • 승인 2018.06.24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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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집에 사는 모습 자체가 지역서 청년이 어떻게 살지에 좋은 대답이 될 것이라고 본다
▲ 김창하 민달팽이주거협동조합원

처음 3명으로 시작되었던 우리의 주거살이가 이제 6명이 함께 하고 있다. 이제는 집이 비어있는 시간보다 누군가 머물러 있는 시간이 많고, 늦은 밤 귀가 길에도 누군가의 방의 불빛이 나를 반긴다. 내방은 출입문 옆, 자주 입구에서 마주치고 인사를 건네는 친구가 나를 보고 “빼꼼이” 라 부르기도 한다. 이제서야 달팽이집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사람이 늘어나니, 이전에 집안 청소만 하고 엄두를 못 내었던 일들이 진행이 된다. 새로 이사 온 부지런한 친구는 이사 온 날 집 곳곳을 청소하고, 너저분했던 책장을 다 정리했다. 한 친구는 오자마자 부엌에 필요한 걸 채워 나가고, 옥상에 빨래대를 설치한다. 먼지뿐인 빈방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춘 물건들로 채워지고, 집의 이곳저곳이 여럿의 삶의 흔적으로 채워져 가고 있다.

식구가 많으니 저녁식사 때 북적댄다. 넓은 부엌에서 둘이서 요리를 하면, 일부는 테이블 세팅을 한다. 식사 후 다른 이가 설거지를 한다. 자취를 오래했던 친구는 집에서 저녁식사를 푸짐하게 했던 적이 오랜만이라 하고, 설거지와 뒤처리를 자신이 하지 않는다는 것에 연신 고마워했다. 식구들이 대신 설거지를 척척 해준다며 남에게 자랑까지 한다고 한다. 한 친구가 고기를 사오는 날 저녁은 회식자리가 마련된 것 마냥 더욱 화기애애하다

집안 정리가 잘 되니 집 밖의 것들에도 눈이 간다. 마당의 포도나무는 벌써 포도송이 열러 곧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시들시들 타들어 가는 명자나무는 물을 더 열심히 줘야 하는지 벌써 분갈이를 해줘야 할지 고민이다. 마당 블록 틈새의 잡초가 무성히 자라서 주말에는 식구들과 잡초 뽑는 일정을 잡아 두었다. 옥상은 벌써 한 친구가 간단히 술한잔 할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들여 놨다. 빨랫줄에 큰 이불을 널 때는 왠지 뿌듯함 마음 든다.

집 바로 앞 정자에 쉬는 동네 주민과 인사를 며칠째 나누니, 인사도 정감이 있다. 이전에 집을 보고 간 목수님(목사님이기도 하다)이 원목 테이블을 만들어 주기로 하여, 공방에서 식구들과 함께 테이블을 만들고 있다. 내 손으로 직접 무언가를 만든다는 경험은 언제나 즐겁다. 서툰 초보자의 솜씨로 마감이 삐뚤기도 하지만, 내가 만들었다는 것에 벌써 애정이 생긴다. 넓은 테이블에서 여러 사람들과 놀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한다.

반상회를 통해서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 할 때, 각자가 생각하는 주거의 기준이 다르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여러 의견들 속에 함께 살기 위해 필요한 조율들을 해 나간다. 물리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것부터, 청소를 어떻게 할지, 생활용품을 어떻게 나눠 쓸지, 새로운 식구를 어떻게 받아 들 일 것인지를 이야기 했다. 각각의 이야기에서 우리는 선택을 해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각자의 역할을 정해야만 같이 살아 갈 수 있고, 각자가 역할을 다할 때, 비로소 이 집의 주인으로 지낼 수 있다.

집의 삶이 익숙해지고 사는 사람이 더 담아낼 수 있는 품이 생기면, 자연스레 주변도 기웃거리고, 결국에는 지역에서, 청년인 ‘나’로서 살아가는 방식을 조율해 나갈 것이다. 달팽이집에 사는 모습 자체가 지역에 ‘청년이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좋은 대답이 될 것이라고 본다. 함께 살아가려 하는 것이 ‘공동체를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는 이렇게 달팽이집에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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