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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은듯 다른듯…박수근 화백 3대가 빚은 예술혼
닮은듯 다른듯…박수근 화백 3대가 빚은 예술혼
  • 문민주
  • 승인 2018.06.24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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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누벨백미술관, 박수근·박인숙·천은규 초대전
“아버지 작품 통해 삶의 가치 생각해보는 기회되길”
▲ 박수근 화백의 장녀 박인숙(왼쪽), 외손자 천은규 작가.

어린 딸은 부모에게 책을 사달라, 먹을 걸 사달라 졸랐다. 소금물에 수제비를 뜰 정도로 가난했던 시절 어머니는 글을, 아버지는 그림을 그려 딸에게 동화책을 만들어주었다. 가난한 화가였던 아버지는 동생을 업고 있거나 책을 읽는 딸을 모델 삼아 화폭에 옮기기도 했다. 이 그림이 근대 화단의 거목 박수근(1914~1965) 화백의 작품 ‘아기 업은 소녀’, ‘독서’ 등이다. 작품 속 어린 소녀는 박수근 화백의 딸 박인숙(74) 작가다.

박수근 화백과 그의 장녀 박인숙, 외손자 천은규 작가 삼대(三代)의 작품이 우리 곁에 온다.

▲ 박수근 작품 ‘아기 업은 소녀’
▲ 박수근 작품 ‘아기 업은 소녀’

박수근·박인숙·천은규 초대전 ‘3대를 이은 예술혼, 그리움’이 다음 달 7일까지 전주 누벨백미술관에서 열린다.

서민을 사랑했던 박수근 화백은 상인들, 여인들을 모티브로 우리 민족의 삶의 정경을 거친 질감으로 담아냈다. ‘우물가’, ‘빨래터’, ‘길가에서’ 등 그의 작품에서는 흰 무명저고리의 깨끗한 아름다움과 상인들의 정이 애잔하게 전해진다.

▲ 박인숙 작품 ‘고향의노래’
▲ 박인숙 작품 ‘고향의노래’

아버지의 선한 인품과 예술성을 그대로 닮은 박인숙 작가는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캔버스에 옮겼다. ‘엄마 따라’, ‘고향길’, ‘그리움’ 등 그녀의 작품에서는 아버지와 보낸 어린 시절이 아련하게 오버랩돼 되살아난다.

▲ 천은규 작품 ‘무제’.
▲ 천은규 작품 ‘무제’.

또 천은규 작가는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의 작품 세계 위에서 끊임없이 변화해 나갔다. 인간의 감정이 지닌 각각의 에너지를 ‘갈망’과 같은 작품을 통해 변용해 보여준다.

박인숙 작가는 아버지의 그림을 헐벗은 나목에 비유하면서 그 안의 ‘속삭임’에 주목했다.

“아버지의 그림은 10대, 20대, 30대, 40대 때 볼 때 느낌과 속삭임이 모두 달라요. 묵은 된장같이 거르고 거른 색이 우리에게 주는 정겨움은 고향에 내려가 맡는 흙 한 줌을 연상케 하죠. 아버지는 서민의 진실하고 선한 눈빛을 애정 어리게 바라보고, 그들이 희망을 품고 열심히 사는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어요. 봄이 돌아온다는 희망이 느껴지죠.”

교단에 몸담았던 박인숙 작가는 청소년들이 아버지의 작품을 통해 노력하면서 사는 삶, 희망을 품고 사는 삶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길 바란다. 그녀는 “대박을 꿈꾸는 삶이 아닌, 기다리고 노력하는 삶이 재조명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누벨백미술관 최영희 관장은 “대를 이은 예술혼으로 활짝 꽃핀 소중한 작품들을 우리 지역에 소개할 수 있어 보람과 기쁨을 느낀다”며 “서정성과 가족애가 깃든 박수근 화백 3대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서로 교감하는 기회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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