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09-20 19:06 (목)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여기는 러시아] 러시아의 도원결의가 가져다준 승리
[한국지방신문협회 공동기획 여기는 러시아] 러시아의 도원결의가 가져다준 승리
  • 기타
  • 승인 2018.06.28 1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세계 최강을 꺾는 희열을 맛봤다, 그리고 짧고 굵은 인연 하나도 챙겼다.

서울에서 날아온 박진현(32) 씨는 축구 사랑이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축구 마니아다. 지난해에도 4개월 동안 유럽에 축구 여행을 떠났을 정도니 말이다.

올해 초등학교 임용시험에 통과한 뒤 홀가분한 마음으로 발령을 기다리고 있던 박 씨는 유럽에서 돌아오자마자 새 여행 계획을 세웠다. 해외의 명문 클럽 경기보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의 승리를 눈앞에서 보기 위해 월드컵이 열리는 러시아를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박 씨는 이번 러시아 대회에서 화끈한 ‘도원결의’를 경험하고 한국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로스토프나도누의 팬 페스트 현장에서 이용일(29) 씨를 만나 새벽 2시까지 술을 ‘퍼붓는’ 의기투합 끝에 함께 일정을 소화한 것이다. 박 씨는 “솔직히 만난 지 24시간도 안 돼서 이렇게 친해질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며 웃음을 터뜨렸다.

두 사람 모두 서울 출신이지만 이국만리 러시아에서 만나기 전까지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다. ‘이래 봬도 응원을 위해 사흘 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염색하고 온 머리’라며 핑크빛 까치집 머리를 쓸어넘기며 웃는 이용일 씨는 박 씨보다 3살 아래 동생이다. 월드컵이 이들 ‘엉뚱한 형제’의 만남을 주선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들은 나란히 대표팀이 ‘대어’ 독일을 낚는 장관까지 함께 목격하게 됐다.

직장 생활을 시작하려는 박 씨와 반대로 이 씨는 4월 직장에서 ‘탈출’한 몸이다. 그리고 회사를 나온 뒤 젊은 혈기를 이기지 못해 2개월 전부터 세계 여행을 하던 중이다. 이 씨는 “아시아에서 출발해서 아프리카를 지나 이제 유럽에 접어든 참에 러시아를 들렀다”며 “기왕 왔으니 월드컵 현장에서 한국 대표팀에게 뜨거운 응원가를 전해주려다 형을 만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보자마자 그 길로 축구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는 둘의 동행은 카잔까지 이어졌다. 말도 잘 안 통하는 브라질 응원단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고 손짓, 발짓으로 축구 만담을 즐기며 수십 년 지기들과도 하기 힘든 여행을 타국에서 만난 인연과 해낸 셈이다. 박 씨는 “러시아 치안 문제 때문에 혼자 와서 걱정도 많이 됐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만큼 쓸데없는 걱정도 없었다”며 “이 친구를 비롯해서 이곳에 와서 단 하루도 혼자 있어 본 날이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오늘은 꼭 박지성 SBS 해설위원의 사인을 꼭 받고 말겠다’며 태극기를 다시 몸에 휘감던 이 씨 역시 “한국 대표팀의 승리와 더불어 좋은 인연을 만난 러시아에서의 추억은 분명 내가 평생 간직하게 될 재산”이라고 힘줘 말했다. /카잔=한신협 공동취재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