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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27) 7장 전쟁 ③
[불멸의 백제] (127) 7장 전쟁 ③
  • 기고
  • 승인 2018.07.0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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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내가 김춘추를 보겠다.”

의자가 말했을 때 성충은 한숨을 쉬었지만 흥수의 눈빛이 밝아졌다. 협보가 말을 받는다.

“밀행을 하시겠습니까?”

“그렇다. 그놈을 도성까지 끌고 온다면 백성들이 구경한다고 소동이 일어날 거다.”

“그렇습니다. 대왕, 하지만 기마군 5백기는 끌고 가셔야 합니다.”

“1백기로 줄여라. 예비마는 3필씩.”

“예, 대왕”

전장에서의 대담처럼 위사장 협보와의 대화는 거침이 없다. 그때 성충이 나섰다.

“대왕, 제가 모시지요.”

“저도 모셔야 합니다.”

흥수가 거들자 의자는 머리를 끄덕였다.

“그대들이 있어야지. 함께 만나서 현장에서 그놈의 생사(生死)를 결정하자.”

의자는 나이 40이 넘어서 왕위에 오른 터라 쓸데없는 권위를 내세우지 않는다.

강압이나 회유로 만들어진 권위는 돌아서면 끝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진정한 권위는 존경과 공감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체험해온 의자다. 측근 대신들에게 격조없이 대하는 것도 그런 자신감 때문이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 서부 수군항에 밀진의 기마대가 들이닥쳤다. 깃발도, 병참대도 따르지 않는 기동대 1백여기였는데 예비마가 3여필이 따랐고 수군함장 계백이 앞장을 서고 있었다. 계백이 대왕을 모시고 온 것이다. 잠시 후에 수군항의 청에는 삼엄한 경비가 둘러싸였고 곧 성안에 감금되었던 김춘추가 청으로 끌려 들어왔다. 청의 안쪽 수군함장의 자리에 의자가 앉았으며 그 아래쪽 좌우에 성충과 흥수, 계백은 더 아래쪽에 옆모습을 보이고 앉았다. 협보는 청의 출입구 옆쪽에 당검을 쥔채 서있다. 김춘추를 데려온 군사들은 청 아래에서 돌아갔기 때문에 김춘추는 혼자 올라왔다.

이제 넓은 청 안에는 김춘추까지 여섯 명이다. 청의 양쪽은 있었지만 아래쪽으로 경비병들이 이쪽에 등을 보인채 도열하고 있다. 그때 협보가 김춘추에게 말했다.

“백제 대왕이시다. 10보 앞에서 꿇고 엎드려라.”

“예.”

숨을 들이켜 김춘추가 바로 그자리에서 무릎을 꿇더니 두손으로 청바닥을 짚었다.

그러더니 이마를 청바닥에 붙인채 소리치듯 말했다.

“신라의 김춘추가 삼가 백제대왕을 우러러 뵙습니다!”

의자가 지그시 김춘추를 내려다본채 입을 열지 않는다. 머리를 든 김춘추가 의자를 보았다. 얼굴은 상기되었고 두눈이 번들거린다.

“대왕, 이렇게 뵙게 되어서 광명이올시다. 이제 김춘추는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의자는 표정없는 얼굴로 쳐다만 보았고 김춘추의 목소리가 청을 울렸다.

“소인의 생사(生死)를 직접 결정하시려고 이렇게 친히 왕림하셨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말씀해 주시옵소서.”

그때 의자가 물었다.

“네가 신라왕이 되고 싶으냐?”

“신라왕이 되고나서 백제와 합병하겠습니다.”

김춘추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래서 전쟁으로 생업을 잃고 굶주린 백성들은 안돈시키도록 하겠습니다.”

“백성들을 위해서 왕위를 버린다는 것이냐?”

“그것이 여왕과 선왕(先王)의 뜻이기도 합니다. 대왕.”

“그 뜻을 받들어서 네 왕위를 버린다고?”

“예, 서약서를 쓰지요.”

그때 의자가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너는 고구려에서도 서약서를 썼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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