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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적폐와 5적
지방적폐와 5적
  • 위병기
  • 승인 2018.07.02 1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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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이 잘못됐을때 그 책임자를 지목하곤 하는데 흔히 ‘5적(五賊)’이라고 한다. 5적이 우리사회에 널리 쓰인것은 1905년 을사조약 체결에 찬성했던 이완용, 이지용, 박제순, 이근택, 권중현 등 을사오적때부터다.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에서 승리한뒤 일제는 한반도에서 배타적 권리를 가졌기에 사실 을사조약은 하나의 형식적 절차에 불과했지만, 식민지 백성들의 원성은 나라를 팔아먹은 이들 5적에게 쏠렸다.

전세계에 ‘5적’이라는 말이 널리 퍼진것은 1970년 30세에 불과했던 시인 김지하가 ‘오적’이란 담시를 발표한게 계기였다.

을사오적에 빗대어 박정희 독재정권 시기의 오적을 소재로 ‘이야기 시’를 썼는데 김지하가 지칭한 5적은 재벌, 국회의원, 고급공무원, 장성, 장차관이었다.

부정부패로 찌든 한국 권력층의 실상을 을사조약때 나라를 팔아먹은 오적(五賊)에 비유해 노골적으로 풍자한 이 시로인해 김지하는 전세계에 알려졌다. 이 시를 게재한 장준하의 사상계는 폐간까지 됐는데 2일 고 장 선생의 부인 김희숙 여사가 별세했다니 감회가 새롭다.

김지하는 먼 훗날 정치적 처신이 문제되기도 했으나 어쨋든 이 시는 한국사회의 문제점을 너무나 명쾌하게 꼬집는다.

재벌,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장성, 장차관 들의 부정부패와 방탕한 초 호화판 생활은 직접 본 것처럼 너무도 생생하다. 문제는 부정 부패를 척결해야 할 포도대장은 오적을 잡아들이기는 커녕 그들에게 매수되어 오적을 고해바친 죄 없는 민초를 무고죄로 잡아 넣는다.

그런가하면 추문을 듣고 뒤쫓아온 말 잘하는 반벙어리 신문 기자를 앞에 놓고 5적은 이렇게 말한다. “일국의 재상더러 부정이 웬 말인가~ 자네 핸디 몇이더라? ”

괜히 시끄럽게 하지말고 골프나 한번 치자며 회유하는 것이다. 강자의 편을드는 검·경이나 언론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갈길이 멀다.

새롭게 4년 민선 임기를 시작한 요즘 “지방적폐와 5적을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지방을 지배하는 사익추구 집단 토호(土豪)의 폐해는 조선초부터 그토록 없애려 했으나 지금도 청산되지 않고있다. 심민 현 군수를 제외한 역대 군수가 모두 구속됐던 임실에서는 한때 토호를 의미하는 ‘임실 5적’이라는 말이 있었다. 다른 곳도 경중이 있을뿐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재력과 지방권력을 바탕으로 지역의 자원을 배분하고 여론 전반을 조종하는 토호들이 활개치지 않게 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5적이 있어서야 되겠는가. /위병기 문화사업국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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