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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리수 학교
혹리수 학교
  • 김재호
  • 승인 2018.07.03 20: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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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자사고와 일반고 이중 지원을 금지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81조 5항의 효력을 일단 정지시켰다. 정부도 따르겠다고 한다. 교육백년대계를 앞세운 교육정책의 조변석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행복한 학교는 어떤 것일까. 입시기관으로 전락한 학교에서 대다수 학생들은 결코 행복할 수 없다. 어느 고3생이 말했다. “학원 다니지 않으면 학교에서 선생님 수업 못 들어요. 학원에서 배운 것 보충 설명해 주는 수업이 돼버렸거든요” 학생 말이 너무 직설적이긴 하다. 어쨌든 그 학생은 학원과 EBS 확인 강좌가 돼버린 교실 풍경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물론 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학생들이 학원과 EBS 강의에서 배운 것을 고려해서 진행되는 학교 수업이라면, 찜찜한 일이다.

학교를 ‘공부 훈련 잘 시켜 ‘스카이’ 많이 보내는 곳’으로 몰아가는 사회다. 최근 전북교육감선거에서 이슈가 됐던 ‘낮은 학력 수준’과 ‘자사고 폐지’ 시비도 그런 맥락에서 불거졌다. 우주에는 음양이 있다. 공부 못하면 학교 가서 스트레스 받는 사회에서 대체 공부란, 또 학교란 무엇인가.

동가홍상이다. 기왕이면 공부 잘 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는 갈수록 세계화, 제4차산업혁명화 등으로 복잡 다단하고, 경쟁이 치열하다. 지식 쌓기는 중요하다. 하지만 모두에게 최고의 학력 수준을 요구하고, 경쟁 대열에 몰아넣는 교육제도는 문제 있다는 것이 사회의 시선이다. 소위 ‘공부’가 쳐지는 학생에게 끝까지 혹리수(酷吏手)처럼 공부 독촉하는 학교는 문제 있다.

공부 잘했더니 행복한가. 대학과 대학원까지 간 사람, 결국 박사학위조차 공수표가 돼 코가 석자나 빠지기 일쑤인게 현실이다. 고학력을 추구하는 사회에서 느는 것은 실업자, 외국인노동자, 다문화 가정이다.

1위는 중요하다. 똑같이 2위, 3위, 4위도 중요하다. 자사고면 어떻고, 일반고면 어떤가. 아이가 즐거운 성장 발판이 아니면 의미없다. 1등이면 어떻고, 꼴찌면 어떤가. 천재의 영역이 아닌 한 스스로 근면·성실을 깨우치도록 돕는 게 중요하다. 말은 갈증을 느낄 때 스스로 물을 마신다.

김재호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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