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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사랑으로 전북의 몫을 찾자
고향 사랑으로 전북의 몫을 찾자
  • 칼럼
  • 승인 2018.07.0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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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도 명명 천년이 되는 해 내 고향 전북은 문화와 예술 숨 쉬는 고장으로 거듭날 것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왕기석 국립민속국악원장

[달님이시여! 높이 높이 돋으시어 멀리 멀리 비춰 주십시오]

이 노래는 현재 전해지고 있는 백제 유일의 가요로 알려진 정읍사(井邑詞)의 첫 머리입니다. 고려사(高麗史) 악지(樂志)에 이 노래에 대한 배경과 그의 증표에 해당하는 망부석이 잘 소개되고 있으며 노래는 악학궤범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정읍사에는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한(恨)이 담겨 있습니다. 백제의 노래 정읍사는 남도의 노래입니다. 남도의 노래 판소리는 한(恨)의 예술입니다. 정읍이 고향인 나는 소리꾼입니다. 나의 세포 하나 하나는 전라북도의 바람과 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나는 태생적으로 전북을, 남도의 한을 노래 할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고향(故鄕)! 불씨처럼 가슴에 담고 사는 말. 내 가슴속에는 전북의 산천이 언제나 펼쳐지고 굽이쳐 흐르고 있습니다. 오늘날과 같은 산업화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는 고향의 현실에 미치면 울분을 떨칠 수 없는 면이 있기도 하지만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곳, 생각할수록 아늑한 내 영혼의 안식처, 그곳이 바로 내 고향 전북입니다.

나는 40여년 가까이 서울에 사는 동안 경동시장에 가기를 아주 좋아했습니다. 특히 모과와 석류가 나오는 가을에는 꼭 한 차례씩 들르곤 했습니다. 그곳에 가면 고향의 냄새를 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고무신으로 개울물 품어 가며 잡았던 미꾸라지가 추억을 거슬러 올리듯 꿈틀대고 있고 어머니와 같은 과일, 모과가 있기에 그곳에 갑니다. 모과를 보면 어머니가 생각나고, 어머니를 생각하면 고향이 떠오릅니다. 모과 향기는 어머니의 손길입니다. 나무 등걸처럼 굽어진 손으로 배앓이 배를 쓰다듬어 주시고, 골 깊게 패인 주름 속 잔잔한 눈길로 머리맡을 지켜주신 어머니를 나는 모과로 하여 만나곤 했습니다. 나에게 어머니는 고향입니다. 내 고향 전북은 모과처럼 은근한 곳이고, 어머니의 손길처럼 인정이 펼쳐지는 곳입니다. 해거름엔 저녁 짓는 연기가 낮게 깔려 갔던 고향마을! 판소리꾼인 나는 내 영혼의 원천인 그곳의 삶처럼 은근한 소리, 속 깊은 소리를 하고 싶습니다.

그 시장에 가면 부지런한 사람들이 있고, 화장기가 없기에 더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이 있으며, 목청을 높이며 악착을 보이는 아줌마가 있고, 큰 돈보다 한 푼이 더 소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논에 발을 묻고 허리 한번 제대로 펴보지 못했던 어머니가 그곳에 있습니다. 9남매를 기 안 죽이고 거두기 위해서, 남들만큼은 가르쳐 보겠다고 두 팔을 걷어 부쳤던 생전 어머니의 모습을 그곳에서 보게 됩니다. 판소리꾼인 나는 고향사람들처럼 건강한 소리, 어머니처럼 생명력이 약동하는 소리를 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정읍사의 달처럼 높이 돋아서 우리 소리 판소리를 백두에서 한라까지 이 강산 구석구석에 메아리치게 하는데 손색없는 전북인으로 활약하고 싶습니다.

아울러 우리 전북인은 더욱 높이 높이 돋아서 이 나라 이 민족의 앞길을 밝히는 빛나는 존재로, 내 고향 전북은 문화와 예술이 숨 쉬는 고장으로 거듭날 것이라 확신합니다.

올해는 전라도 명명 천년이 되는 해입니다.이제 웅비하는 전라북도, 새로운 천년을 준비할 때입니다.

△왕기석 원장은 제31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장원이며 전북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예능보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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