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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해장국을 함께하고 싶은 대통령
[송준호 교수, 문장의 발견] 해장국을 함께하고 싶은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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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09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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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국어’라는 교양과목을 오랫동안 강의한 적 있다. 그 이름의 뜻풀이로 매 학기를 시작했다. ‘대학’과 ‘국어’를 우선 떼어낸다. 각각의 말에 몇 마디 덧댄다. 그러면 ‘대학생다운’과 ‘국어생활’이 된다. 국어생활은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우리가 어떻게 하면 대학생답게 말하고, 듣고, 읽고, 쓸 수 있을까, 그게 바로 이 과목의 핵심 내용이고 주제라는 겁니다, 하면서 ‘뻥’을 치는 것이다.

이쑤시개를 물고 ‘대통령해장국’을 바라보며 뜻풀이를 해보았다. 대통령이 끓인 해장국? 에이, 적어도 그건 아니었다. 대통령 부인이 끓였다면 몰라도. 하긴 누구의 부인 말고, ‘준비된 여성 대통령’ 그분이 해장국을 끓이는 자세로 일했더라면 자신과 나라 꼴이 이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으리. 그렇다면 대통령께서 즐겨 드시는 해장국? ‘땡전 뉴스’ 그 사람 말고는 역대 대통령 누구도 술꾼이었다는 소리를 들은 적 없으니 그 또한 단숨에 통과다.

급기야는 작업복 차림으로 어느 시장 뒷골목 허름한 식당에서 순대국밥을 맛나게 퍼먹던 쥐를 닮은 그분의 선거 캠페인 영상이 눈앞에 어른거린다. ‘뼛속까지 서민’이라면서 국민 성공시대를 열겠다고 열변을 토했던 그는 지금 머물고 있는 ‘방’에서도 가끔 해장국을 드실까.

‘대통령이 드시기에 부족함이 없을 만큼 맛과 영양이 풍부한 해장국’으로 다시 풀어 보았다. 비로소 식당 주인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당장이라도 모셔다 해장국을 대접하고 싶은 대통령 두 분의 모습이 떠오르다 보니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것도 잠시, 소낙비 갠 날 들판처럼 눈앞이 다 환해졌다. 그런 해장국을 함께하고 싶은 대통령 ‘보유국’의 국민 중 하나여서라고는 굳이 덧붙일 필요 없겠다, 곧 죽어도 이번에는 술 얘기를 하지 않았다는 말과 더불어….

우석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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