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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34) 7장 전쟁 ⑩
[불멸의 백제] (134) 7장 전쟁 ⑩
  • 기고
  • 승인 2018.07.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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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네가 김춘추냐?”

당황제 이세민이 물었다. 장안성 안 황궁의 청은 넓다. 붉은색 기둥이 늘어선 청 바닥은 거울처럼 반들거리는 대리석을 깔았다. 오늘은 황제의 친정 준비 때문에 문무백관이 다 모였다. 수백명의 신하가 좌우로 갈라져서 고관(高官) 순(順)으로 늘어선 광경은 보는 이들에게 위압감을 주고도 남는다. 화려한 장식, 끝이 보이지 않는 넓은 청, 그러나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때는 정관 18년, 태종 이세민이 현무문의 난을 일으켜 태조 이연의 장남인 이승건, 막내아들 원길을 죽이고 황제가 된지 18년이 되었다. 형과 동생을 죽이고 정권을 잡았지만 이세민은 당제국의 기초를 착실하게 닦았다. 그리고 이제 고구려 원정에 직접 나서려는 것이다.

“예. 황제폐하.”

물음에 대답한 김춘추가 청 바닥에 부복했다. 뒤쪽의 김법민도 납작 엎드린다. 용상에 앉아있는 이세민과의 거리는 30보 정도. 김춘추는 이세민이 잡무를 처리 할 때까지 한시진 정도나 뒤에서 기다려야 했다. 16계단 위의 용상에 앉은 이세민이 김춘추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오다가 백제 해적을 만나 조공품을 다 빼앗기고 관리들까지 죽었다고?”

“예, 황제폐하. 백제 해적이 아니라 백제 수군(水軍)이었습니다.”

머리를 든 김춘추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신(臣)은 황제폐하의 은덕을 입고 구사일생으로 탈출하여 이렇게 용안을 뵙게 되었습니다.”

그때 이세민이 한계단 아래쪽에 앉은 황태자 이치(李治)에게 말했다.

“태자, 잘 들어라.”

“예, 폐하.”

이치는 작년에 태자로 책봉되었다. 이세민은 황자가 14명 있었는데 그중 정비인 문덕황후가 낳은 황자는 장남인 황태자 이승건과 넷째아들 태(泰), 아홉째아들 치(治)였다. 그런데 이승건이 다리 병신인데다 행동이 괴팍했고 동성애자여서 결국 황태자를 폐위시키고 아끼던 태를 황태자로 세우려고 했다. 그러자 이승건과 이태가 서로 다투는 바람에 마지못해서 치(治)를 황태자로 책봉한 것이다. 그것이 작년이다. 이세민이 말을 이었다.

“저런 달콤한 말을 늘어놓는자는 진심이 가볍다. 주의해야 한다.”

“예, 폐하.”

대답한 이치가 지그시 김춘추를 노려보았다. 그때 이세민이 김춘추에게 말했다.

“너희들의 여왕은 문제가 많다. 여왕이 다스리기 때문에 고구려, 백제의 무시를 받아서 빈번하게 침략을 당하는 것이 아니냐? 사내놈들이 그것도 제대로 하지 못한단 말이냐?”

“황공합니다, 폐하. 밀서를 실은 배를 백제 수군이 침몰시켜서 소신이 직접 여왕의 말씀을 전합니다.”

“말하라.”

“신라가 당의 속령으로 천년만년 남기 위해서는 백제 고구려를 멸해야 됩니다. 통촉하시옵소서.”

“그래서 내가 고구려를 징벌하려고 준비했지 않느냐? 고구려 다음은 백제다.”

“대당(大唐)은 천하를 통일할 것이옵니다.”

“네가 귀국하면 후방에서 백제, 고구려를 쳐라. 네가 신라군 주장(主將)으로 당과 호응하도록 해라.”

“예, 폐하.”

김춘추가 뒤에 엎드린 김법민을 돌아보며 말했다.

“제 자식을 폐하를 모시는 시동으로 부려주시옵소서. 그것이 제 충심(忠心)이오니 부디 받아들여 주시옵소서.”

이세민이 눈빛이 부드러워졌다. 과연 충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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