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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마라톤의 시작
비핵화 마라톤의 시작
  • 칼럼
  • 승인 2018.07.11 1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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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비핵화 시간표 언급
미국은 북한에 비전 제시
실질적인 실무 협상 착수
▲ 이수혁 국회의원·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2018년 6월 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린 후, 후속협상 차원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북한을 방문했다. CVID에 대한 북한의 입장, 비핵화 타임라인 등에 대한 가시적인 합의사항 및 성과가 나오길 바랐지만 북한은 “[미국이] 일방적이고 강도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왔다”는 비판 성명을 냈고, 김정은 위원장과의 면담도 성사되지 않았다. 이에,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우리의 요구가 강도 같다면 전 세계가 강도다”라며 반박했고 최근 사용하지 않았던 ‘최대압박’이라는 표현을 쓰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에, 많은 이들은 애초부터 한반도 비핵화는 미북의 동상이몽 아닌가하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신속한 비핵화를 원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공통된 염원이고 실망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교한 디테일이 요구되는 핵협상의 특성상 큰 보폭으로 진행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필자는 4자회담(1997년)부터 초대수석대표를 역임했던 6자회담(2003-2005년)까지, 북핵 협상 과정을 일선에서 지켜봤다. 실무자들은 단어 하나에도 몇 시간씩 협상해야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국가의 존망이 달려있는 로드맵을 제시하는 작업은 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물론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실무단계에서의 사전 협의 없이 정상 간 ‘톱-다운’형식으로 직접 담판을 지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북핵 외교 협상 방식과는 다르다. 일전의 북핵 협상과는 다르게 양 정상이 선제적으로 협상을 상정하고, 실무자들이 후속조치 차원에서 디테일에 대한 합의를 시도하는 중이다.

순서가 바뀌었다고 해서 실무협상이 간소화된 것은 아니다. 물론 당사국 지도자들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실무 협상가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고 자국의 국내정치적 어젠다를 달성하려는 지도자들에 의해 협상이 결렬되는 위험요소가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자각하고 인정했다시피 핵폐기는 물리적이고 기술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과정이고, 극도의 정교함을 요구하는 비핵화 협상도 마찬가지다.

‘톱-다운’형식은 큰 틀에서의 일괄타결과 방향성에 대한 대략적 합의는 이룰 수 있겠지만, 북핵의 폐기 대상 목록, 시나리오, 폐기 과정과 시기, 보상과 같은 디테일을 협의하는 과정은 굉장히 복잡해 고도의 정치적 협상을 요구한다. 실무협의 진행과정에서 양자 간 이견과 입장차가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직까지는 초보적인 단계의 실무협의 과정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합의된 사항에 대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토대로 미국의 對北 퀴드 프로 쿠오(quid pro quo·대가성 거래)에서 무엇을 주고 받느냐에 디테일을 입히는 작업이 중요할 것이다.

비록 북한은 폼페이오의 이번 방북시 제시된 요구들에 대해 북한 외무성은 비판적 담화를 발표했고, 미국 측은 북한의 미온적 태도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지만, 비핵화 시간표가 언급이 되고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베트남 모델’을 거론하며 북한에게 희망적 비전을 제시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실질적인 비핵화 실무협상 마라톤의 총소리가 울린 것으로 보인다.

마라톤이 시작되자마자 결승선에 도달하길 바랄 수는 없다.

△이수혁 의원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국정원 제1차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민주당 정읍고창지역위원회 위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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