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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키 드 생팔'전] 유년시절 상처, 예술로 치유
['니키 드 생팔'전] 유년시절 상처, 예술로 치유
  • 서유진
  • 승인 2018.07.12 19: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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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나’ 시리즈 그웬돌린(Gwendolyn, 1990년)

“우리 안에는 모든 것이 들어 있다. 선함과 창조력, 어리석음, 악마와 신, 우리는 이 모든 것을 내부에 간직하면서 자신이 무엇이고, 무엇이 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다.”

프랑스 출신의 20세기 대표적인 현대작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 Phall, 1930~2002)이 남긴 말이다.

화가와 조각가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여류 예술가 니키 드 생팔을 소개하는 ‘니키 드 생팔展 마즈다 컬렉션’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지난달 30일부터 9월 25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여년간 니키 드 생팔과 우정을 쌓고 그녀의 작품을 수집한 일본인 요코 마즈다 소장품 127점을 전시하는 특별전이다.

프랑스에서 태어난 니키 드 생팔은 어린시절 경험한 성폭행과 이른 결혼생활에서 오는 가부장적인 권위로 인해 우울증과 신경쇠약에 시달린다. 미국으로 이주한 그녀는 내적 치유를 위해 미술치료를 시작하며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니키는 고통과 상처를 그림으로 표현하며 본격적인 작가의 길을 가게 된다. 그리하여 1961년 관람객의 영혼에 예술적 총격을 가한 ‘사격 회화(shooting)’를 펼친다. 물감이 담긴 봉지를 작품에 부착시켜 총을 쏘는 방법으로, 여성에 대한 남성의 물리적 폭력과 남성 중심적인 사회의 정신적 강압을 고발한 퍼포먼스다. 니키는 세상에 사격 회화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게 된다.

몇 년 후 화려한 색채와 생기발랄한 모습을 한 ‘나나’시리즈를 탄생시켜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다. 자유분방하고 엉뚱한 모습의 도발적인 ‘여성’을 다채롭고 화려한 색채로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한방에 깨트리는 조각품들이다. ‘여성’ 그 존재 자체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인간은 태어남으로써 만남이 시작된다. 부모, 친구, 선생, 연인, 동반자 등 수많은 사람을 만나지만 특히 예술가에게는 동반자의 만남이 중요하다. 니키는 스위스 조각가 장 팅겔리(Jean Tinguely)를 만나면서 잃었던 인간애를 회복하고 사랑과 작품 활동을 같이 한다. 니키는 팅겔리의 영향으로 작품에 건축적 요소를 작업에 더한다.

예술혼이 무르익은 니키는 유쾌한 환상세계 ‘타로공원(Tarot Garden)’을 만든다. 니키가 일생의 꿈이었던 타로공원은 이탈리아 카파비오에 세워져 공사 기간만 20년에 달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가우디의 구엘공원에서 영감을 받아 신화와 전설이 혼합된 상상력으로 지어진 타로공원은 니키의 환상적인 작품들로 대중들에게 치유와 기쁨을 선사한다.

어린 시절 아버지에 의한 상처로 성장을 멈춘 한 영혼이 예술을 통해 치유를 하고 자신 안의 살아 숨 쉬는 어린 아이를 해방시키는 50여년의 긴긴 여정…. 내면의 깊은 분노와 절망감을 기발함과 유쾌함, 기쁨과 재치, 도발과 발랄함으로 끊임없이 대치시키는 한 영혼의 분출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놀라운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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