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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35) 7장 전쟁 ⑪
[불멸의 백제] (135) 7장 전쟁 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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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12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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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그림 권휘원
숙소로 돌아온 김춘추가 김법민에게 말했다.

“너, 이세민 아래쪽에 낮은 이치(李治)를 보았느냐?”

“예, 아버님.”

“돼지도 그런 돼지가 없더구나. 어쨌든 그놈이 다음 황제가 될테니 놈의 비위를 잘 맞춰주도록 해라.”

“예, 아버님.”

김법민이 고분고분 대답했다. 이제 김법민은 이세민의 시종으로 발탁이 된 것이다. 김춘추가 긴 숨을 뱉었다.

“그놈, 이세민이 한 말을 들었겠지? 달콤한 말을 늘어놓은 자는 진심이 가볍다는 말 말이다.”

“예, 아버님.”

“나는 그것이 수모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세민이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달콤한 말에 중독이 걸린 놈이다.”

김춘추의 눈빛이 강해졌다.

“지금은 지금 당이 고구려와 전쟁을 할 시기가 아니다. 위징의 말대로 국력을 더 길렀다가 나서야 한다.”

“……”

“이세민은 이제 교만해져서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

숙소의 방에는 둘 뿐이다. 이세민은 신라의 사신인 이찬 김춘추에게 영빈관도 내주지 않았다. 변방의 부족장이 공물을 바치려고 왔을 때 묵은 여관 한채를 정해주었을 뿐이다. 김춘추가 말을 이었다.

“이번에 이세민이 30여만 대군을 이끌고 친정을 나간다고 하니 우리 신라한테는 잘된 일이야. 고구려와 백제가 당을 맞아 싸우느라고 신라를 넘볼 생각은 못하게 될 테니까 말이다.”

“예, 아버님.”

“이세민이나 돼지 이치가 너한테 고구려 백제에 대해서 묻거든 그놈들 때문에 조공길이 막혔다고 하거라. 신라인은 당의 속령이 되는 것을 소원이라고 하고.”

“예, 아버님.”

머리를 든 김법민이 김춘추를 보았다.

“아버님, 당황제께 신라군이 고구려, 백제의 후방을 공격할 것이라고 약속을 하셨지 않습니까? 아버님이 진두에 설 것이라고 하셨는데, 저는 걱정이 됩니다.”

“흐흐흐.”

짧게 웃은 김춘추가 곧 정색했다.

“시늉만 내면 된다. 이세민이는 확인할 수도 없을 것이다.”

“아아.”

“내가 이곳에 군관 셋을 남겨두고 갈 테니 무슨 일이 있으면 수시로 나에게 연락을 해야 된다.”

“명심하고 있습니다.”

“너한테 대업(大業)을 맡겼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가 신라의 왕이 된다면 너는 그 뒤를 잇게 될 것이다.”

마침내 김춘추가 속심을 털어 놓았다.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말을 꺼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김법민은 긴장했다. 김춘추가 말을 이었다.

“비담이 왕위를 노리고 있으니 그놈 일당과 한번은 전쟁을 치러야 할 것이야.”

비담은 상대등으로 신라 제1의 실력자다. 진골 왕족들의 모임인 화백회의의 수장이기도 한 것이다. 화백회의에서 차기 왕을 뽑는 터라 수장은 왕 다음의 서열이다. 김춘추가 김법민을 보았다.

“네가 이세민의 시종으로 있으면 비담 일파가 당의 지원을 얻으려고 오가는 것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잘 살피고나서 나한테 연락을 해라.”

“예, 아버님.”

김법민이 소리죽여 숨을 뱉었다. 장안성의 밤이 깊어가고 있다. 김춘추 부자(父子)의 밀담은 계속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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