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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36) 7장 전쟁 ⑫
[불멸의 백제] (136) 7장 전쟁 ⑫
  • 기고
  • 승인 2018.07.15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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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계백이 연개소문을 만난 것은 황산벌에서 출발한 지 열흘 후다. 평양성 남쪽 벌판에서 기다리던 연개소문이 계백의 인사를 받고 활짝 웃었다.

“이보게 은솔, 백제군(軍)의 기동력이 뛰어나구만. 전령의 보고를 받고 서둘러 나왔다네.”

“치중대에 맞추느라 늦은 편입니다.”

기마군만으로는 하루 4백리도 갈 수 있지만 군량을 실은 치중대까지 함께 움직이는 터라 그 절반 속도밖에 내지 못했던 것이다. 고구려, 백제, 신라까지 기마군이 발달하여 당(唐)에서는 3국(國)을 기마족이라고도 부른다. 휘하 장수들을 인사시킨 계백과 연개소문은 진막 안으로 들어섰다. 연개소문이 이끌고 온 고구려군 3만도 황야에 포진되어 있다. 1백여 명이 들어갈 수 있는 넓은 진막 안에는 고구려, 백제군 장수들이 둘러앉았다. 오후 유시(6시)무렵이다. 연개소문이 먼저 계백에게 말했다.

“은솔, 첩자의 보고에 의하면 김춘추가 이번에는 장안성에 갔다네. 아마 지금쯤 이세민을 만나고 나서 신라로 돌아가는 중일 거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연개소문을 보았다.

“당에 가는 김춘추를 잡았다가 놓아 주었지요.”

“무슨 말인가?”

놀란 연개소문이 눈을 치켜떴고 고구려 장수들이 웅성거렸다. 계백이 김춘추를 생포하고 의자왕 앞으로 끌고 간 후에 해상에서 놓아준 사연을 이야기하는 동안 진막 안은 탄성이 자주 일어났다. 김춘추가 헤어지기 전에 부사(副使) 일행을 처치해 달라고 부탁하는 대목에서는 연개소문까지 신음을 뱉었다. 이윽고 이야기가 끝났을 때 연개소문이 머리를 저었다.

“죽였어야 했어. 나도, 백제왕께서도 실수를 한 것 같네.”

“여왕 다음에 비담이 신라왕으로 되는 것보다 김춘추가 낫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입니다.”

“김춘추, 그놈이 나는 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드네.”

정색한 연개소문이 흐려진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그놈을 한신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목적을 위해서는 온갖 수모도 견딜 놈이야. 그런 놈의 약속을 믿는 자가 결국은 바보가 되지.”

“그자의 목적은 손바닥만 한 땅덩이의 신라왕일 뿐입니다.”

계백이 웃음 띤 얼굴로 연개소문을 보았다.

“대막리지께서는 신라보다 1백배나 더 큰 대륙을 딛고 계십니다. 대륙을 정벌하고 나시면 신라는 저절로 복속되어 올 것입니다.”

“그것이 백제왕 전하께서도 생각하신 것인가?”

연개소문이 소리 내어 웃더니 그동안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자, 고구려 백제의 동맹군의 건승을 위하여 건배를 하세.”

계백이 술잔을 들었고 둘러앉은 양국 장수들도 따라서 건배를 했다. 당황제 이세민은 대륙 동쪽과 북방을 지배하고 있는 고구려와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대군을 일으킨 것이다. 수양제가 1백만 의 대군을 이끌고 고구려 원정에 나선 때가 서기 612년, 양제의 대업 7년째요 고구려 영양왕 23년째다. 그러나 고구려 을지문덕에 대패하고 총사령관 우문술은 목숨만 겨우 건졌다. 그것이 수의 패망 원인이 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서 32년이 지난 서기 644년 당의 태종 18년째에 또다시 고구려 원정이 시작된 것이다. 그것은 고구려, 백제를 멸하지 않고서는 진정한 대륙 통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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