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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속으로] 배수로 작업 훼손된 동고산성 서문지 - 깎고 파헤치고 '엉터리 공사'…후백제 찢겨지다
[현장속으로] 배수로 작업 훼손된 동고산성 서문지 - 깎고 파헤치고 '엉터리 공사'…후백제 찢겨지다
  • 남승현
  • 승인 2018.07.15 20: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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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훤의 왕성… 전북도 기념물로 지정
막대한 돈 들여 복원된 수구도 무너져
▲ 2014년 9월 (재)전주문화유산연구원이 발굴 조사해 일반인에게 공개한 동고산성 서문지 모습. /조현욱 기자

전라북도 기념물 제44호 동고산성(東固山城) 서문지가 공사자의 무지로 훼손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주변에서 배수로 설치 작업을 하던 문화재 수리업체 직원이 굴착기를 동원해 동고산성 서문지를 파헤쳤다. 1100여 년 전 후백제 견훤의 발자취가 담긴 동고산성 서문지가 훼손되면서 전주시는 즉시 작업 중지 명령을 내렸고, 전문가를 불러 정확한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후 찾아간 전주시 완산구 대성동 산 25번지 동고산성 서문지 현장 주위엔 크기가 다양한 돌 수십 개가 쌓여 있었다.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이곳은 경사가 완만한 언덕처럼 보였다. 후백제 견훤 왕성의 정문 격인 서문지는 그동안 흙에 덮힌 상태로 보존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날 현장 상황은 둥근 언덕이 직각으로 깎여 있었다.

현장 관리소장은 “장마철 대비 산사태 등을 막으려 배수로 설치 작업을 하고 있었다”며 “배수로를 파기 위해 굴착기가 진입해야 하는데, 서문지 주변 땅을 깎아 길을 낸 것 같다”고 말했다.

13일 공사자의 무지로 훼손된 전북도 기념물 제44호 동고산성(東固山城) 서문지의 돌 뒤로 파헤쳐진 땅이 보이고 있다. /조현욱 기자
13일 공사자의 무지로 훼손된 전북도 기념물 제44호 동고산성(東固山城) 서문지의 돌 뒤로 파헤쳐진 땅이 보이고 있다. /조현욱 기자

파헤쳐진 비탈길에는 모래에 파묻힌 오래된 돌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나무 주변에 쌓여 있던 돌이 대거 훼손됐다. 당시 배수로 설치 작업과 함께 나무뿌리 제거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서문지 주변 땅을 팔 당시 현장에는 굴착기 운전자 1명과 외국인 근로자 1명 등 총 2명이 있었고, 해당 관리소장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오후 2시 훼손된 동고산성을 발견한 주민 임영배 씨(61)는 “선산을 찾아가 마음을 달래는 도중에 파헤쳐진 동고산성 서문지를 발견했다”며 “굴착기 운전자 1명과 외국인 근로자 1명이 땅을 파고 있었다”고 말했다.

성문 옆 산성 내의 물을 밖으로 배출하는 시설인 수구(水口)도 무너졌다. 그는 “수년 전 전주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복원한,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수구가 내려앉았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서문지에 진입로를 만들어 배수로를 모두 파내고 나서야 ‘종합문화재수리업체’ 직원은 작업을 멈췄다. 그야말로 ‘밀어붙이기식 공사’였다. 전주시는 지난 9일부터 오는 9월 6일까지 예산 4800여만 원을 들여 동고산성 서문지 토사 및 토목 제거, 배수로 설치 등 보수정비사업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굴착기 작업으로 지반이 약해진 이곳 서문지는 기존에 쌓여 있던 돌도 밀려 내려오며 점점 원형을 잃어 가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박화성 전주시 전통문화유산과장은 “해당 업체가 공사를 하면서 진입로가 없다면 미리 시에 보고해야 했다”며 “문화재 전문가의 정밀 진단을 거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후백제 견훤의 왕성(王城)으로 전해지는 동고산성은 지난 1981년 4월 1일 전라북도 기념물 제44호로 지정됐으며, 전주시에서 1981년 개괄조사 이후 2015년까지 총 7차례에 걸쳐 발굴조사 및 복원사업이 진행 중이다. 수십여 년간 9억6000만 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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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주민 2018-07-16 07:17:02
실제로 현장에서는 굴착기 기사와 외국인 근로자만 있었다면 이것은 불법하도급이 아닌지 따져보시기 바랍니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공사를 저렇게 할리는 없잖아요 혹시 담당직원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거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