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18-11-14 10:48 (수)
[불멸의 백제] (137) 7장 전쟁 ⑬
[불멸의 백제] (137) 7장 전쟁 ⑬
  • 기고
  • 승인 2018.07.16 20: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재상 저수량(楮遂良)은 이세민이 친히 고구려 정벌에 나서자 출정 전날까지 진막에 찾아와 간했다.

“폐하, 수나라가 멸망한 것을 교훈으로 삼으소서. 친정을 하시겠다면 5년만 더 기다렸다가 하시옵소서.”

“5년?”

이세민이 턱을 들고 헛웃음을 터뜨렸다. 정관 19년, 현무문의 난을 일으켜 형이며 태자인 이건성을 죽이고 동생 원길까지 참살한지 19년이 되었다. 이제 이세민의 나이 47세, 제위에 오른지 19년,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고구려와 백제를 정복하지 않고서는 천하를 지배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봐라, 그럼 너는 고구려, 백제가 천하를 통일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느냐?”

이세민이 묻자 저수량은 당황해서 엎드렸다.

“폐하, 천부당만부당한 말씀이오. 어찌 그 야만국이 대당(大唐)을 대적할 수 있겠습니까?”

“고구려는 대륙의 3할을 차지한데다 백제의 담로는 대륙 동부에 22개나 영역을 뻗쳐놓았다. 당(唐)은 그 가운데 낀 소국(小國)이다. 그렇지 않으냐?”

“아니옵니다.”

저수량이 이마를 땅바닥에 붙였다가 떼었다.

“당치도 않습니다. 대당(大唐)은 390만호에 4천만 가까운 인구를 가진 대국(大國)으로써…”

“고구려, 백제는 합하면 150만호에 1500만 가깝게 된다. 더구나 같은 말을 쓰는 같은 뿌리의 민족이야. 우리처럼 10여개 영역에다 수십개 민족으로 만들어진 혼성국이 아니란 말이다.”

이세민의 목소리가 진막을 울렸고 제장, 대신들은 숨을 죽였다.

“고구려, 백제가 연합했다. 놈들의 연합이 더 굳어지기 전에 깨뜨려야 되지 않겠는가? 그놈들이 신라까지 병합시킨다면 당(唐)은 중원을 잃고 서쪽으로 밀려나야 되지 않겠는가?”

저수량이 마침내 입을 다물었고 이세민이 머리를 들었다.

“충심(忠心)은 알겠다. 그러나 내 나이가 5년을 더 기다리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이세민이 마지막으로 나이를 내세웠기 때문에 더 말하는 자는 참형을 당할 것이었다. 황제 생전의 숙원을 무시한 역적으로 몰릴 것이기 때문이다.

자, 여기는 고구려, 려제(麗濟)동맹군이 요동을 향해 서진(西進)하고 있다. 평양성을 떠난지 15일, 이제 동맹군은 기마군 7만으로 늘어났다. 중군(中軍)에 위치한 고구려 대막리지 연개소문과 백제군 사령단 계백이 말머리를 나란히 하고 속보로 말을 걸린다.

“이보게 은솔.”

연개소문이 계백을 불렀다.

“우리 대(代)에는 기필코 우리가 대륙의 중심이 되어야 하네.”

계백의 시선을 받은 연개소문이 빙그레 웃었다.

“백제의 동성대왕이 대륙에 진출하여 담로를 건설한지 170년이 되어가는가?”

“그렇습니다.”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제가 태어난 연남군도 그때 백제령이 되었습니다.”

“담로가 없어지면 대륙 왕조의 역사에는 기록되지 않을 거네.”

연개소문이 번들거리는 눈으로 계백을 보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네. 이긴 자가 역사를 차지하고 패자는 흔적도 없이 기록에 지워진다네.”

그리고 전설이나 야사로 남다가 그것도 지워질 것이다. 계백이 숨을 들이켰다.

문득 김춘추의 얼굴이 떠올랐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