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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백제] (141) 7장 전쟁 17
[불멸의 백제] (141) 7장 전쟁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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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2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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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원호 / 그림 권휘원

“근래의 3백년 동안 사마씨(氏)의 동진(東晉)이 겨우 1백년 간 왕조를 이었고 비슷한 시기에 북방의 5개 이민족은 130년간에 걸쳐 16개 왕조를 세웠으니 매년 전쟁이 일어난 것과 같습니다.”

양만춘의 목소리에 열기가 띠었다.

“허나 고구려, 백제는 이미 대국(大國)으로 600년이 넘는 역사를 기록하고 있소. 대륙 북방과 동방을 차지한 고구려, 백제가 천하를 통일할 기반이 갖춰진 것과 같습니다.”

“과연.”

감동한 계백이 머리를 끄덕였다. 왕국의 역사는 연륜(年輪)과 같다. 나이든 고목처럼 뿌리가 깊게 번지고 가지가 넓게 퍼지며 잎이 번성한다. 중원의 역사는 어떤가. 천하를 통일했다는 수(隨)는 대륙의 중부와 남부만 소유했는데도 겨우 3대 37년에 멸망했고 그 뒤를 이은 당(唐)은 이제 30년도 안 된다. 백제, 고구려는 단일민족으로 1천만이 넘는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수십개 이민족과 왕국을 조합한 당은 인구가 4천만 남짓이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가 아니겠는가? 그날 밤 백제, 고구려 양국의 장수들은 대취했다. 사기가 충천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다음날 오전, 안시성 동북방 50리 지점의 황무지를 통과하던 안시성의 지원군 5만이 매복하고 있던 당군(唐軍)의 기습을 받았다. 고구려군을 이끌던 고성군, 고영모 두 대장군이 필사적으로 응전했지만 대패하고 군사는 사분오열이 되었다. 안시성의 지원군은 먼저 달려온 백제군 5천뿐이었다. 패잔병의 전갈을 들은 양만춘이 비장한 표정으로 계백에게 말했다.

“장군, 당군이 요동성, 백암성을 함락시키고 이제 지원군까지 패퇴시켰으니 사기가 충천해 있을 것이오. 묘책이 없겠습니까?”

계백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제가 백제군을 이끌고 당군을 기습하고 돌아오지요.”

성루에 서서 앞쪽을 응시하는 장졸들은 곧 자욱하게 일어나는 먼지구름을 보았다. 계백이 말을 이었다.

“곧 당의 주력군이 오기 전에 기습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남쪽 성문으로 나가서 북쪽으로 돌아오겠습니다.”

이미 성 밖 지리는 눈에 익혀둔 계백이다. 양만춘이 머리를 끄덕이며 물었다.

“기마군 얼마를 끌고 가실 겁니까?”

“5천을 다 끌고 갑니다.”

계백이 손을 눈 위에 붙이고 태양을 보았다. 오후 미시(2시) 무렵이다. 주위에 둘러선 장수들이 모두 숨을 죽였다. 아직 당군의 전력은 알 수가 없다.

“밤에 야습을 하겠습니다.”

계백이 머리를 돌려 양만춘을 보았다.

“전장에 도착한 날은 진지가 허술한 법입니다. 그 첫날 밤에 적진을 흔들어 놓지요.”

“담로에서 여러번 당군과 접전 해보셨을 테니 맡기겠습니다.”

“당군은 이세민이 서북방 이민족의 전술을 자주 쓰는 바람에 이제는 밤에 기동하는 적이 드뭅니다.”

“허어.”

감탄한 양만춘이 계백을 보았다.

“이세민이 동생의 처를 빼앗아서 황후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 선비족 풍습이 그렇기 때문이라고 하더니 전쟁도 선비족 전술을 쓰는군요.”

만난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지만, 양만춘이 아직 20대인 계백에게 점점 진심으로 감동하는 기색을 내보였다. 계백이 얼굴을 펴고 웃었다.

“대륙의 한족도 곧 백제, 고구려 족(族)의 지배하에 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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